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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군인이나 누군가의 귀한 자식임을 떠올리며...

 

화령장전투 전승기념식 (1).JPG

 

언제부터인가 우리 시에서 가을마다 ‘화령장전투 전승기념행사’라는 것을 거창하게 치루고 있다. 처음에 나는 옥상에서 뺄래를 널다가 청명한 가을 하늘을 가르는 군용 헬기 떼의 출현에 기겁을 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전쟁이 난 줄 알았다. 알고 보니 상주시에서 준비한 전승기념행사의 일부라고 했다. 놀란 것도 억울했지만 군인을 끌어들인 시민행사라니 어이가 없었다.

 

게다가 유치원생까지 거리로 동원되어 고사리 손에 태극기를 들고서 시가지를 행진하는 군인들과 탱크를 향해 태극기를 흔들게 했다고 한다. 우리 민족끼리 총부리를 겨누고 싸운 전쟁에서 크게 승리한 것을 기념한다는데 꼭 그렇게 기쁜 일인가 싶다.

 

많은 역사적 사실 중에 무엇을 선택하고 어떻게 기념하는가는 현 정치인들의 작품이다. 누구 무슨 목적으로 피비린내 나는 화령전투를 기념하는 행사와 기념 시설을 만들었을까? 연관해서 떠오르는 얼굴들이 있다. 고생하신 참전용사들까지 제 정치적 이권을 위해 이용해 먹는 나쁜 정치인들이라 생각한다.

 

민족의 역사적 소용돌이에 휘말려 이름 없이 쓰러져 간 젊은이들의 헌신에 대해 깊은 경의를 표하는 마음은 누구나 같다, 또한 전쟁으로 인해 가족과 헤어지고 한평생 고통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과 전쟁고아들, 생존을 위해 때로는 태극기를 흔들고 때로는 인공기를 흔들어야 했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참으로 안타깝고 미안한 마음도 든다. 국민들을 안전하게 보호할 국가가 있어야만 그 안에서 평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다는 것도 잘 안다. 그런 모든 뜻에 크게 동의한다. 중요한 건 전쟁만큼 어리석은 짓도 없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상주시청 홈페이지에 보니 화령장전투 전사(戰史)를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지금의 송계분교 일대에 도착한 적 48연대가 낮잠을 자거나 목욕을 하는 등 전장군기가 문란한 것을 확인한 대대장은 경계도 없이 식사를 위해 집결한 북한군 48연대를 기습공격하여 국군의 피해는 없이 적 1개 연대를 전멸시켰다. 다음날…(중략)…완벽한 매복작전을 펼쳐 적의 치중대와 45연대를 잇달아 격멸시켰다.” 많이 죽었다는 뜻이다.

 

어느 군인이건 모두 다 누군가의 귀한 자식이다. 몰살시켰다고 기뻐하기에 앞서 역사적 아픔과 어리석음을 반성하는 게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가 할 일이 아닐까? 미래세대가 현명하기를 바란다면 전쟁교육보다는 평화교육을 시켜야 옳지 않을까? 누군가는 전쟁의 참상을 통해 평화의 중요성을 가르친다고도 하지만 아이들에게 지혜(마음+머리)보다 힘(주먹)을 쓰라고 가르치는 게 교육인가? 아니면 형제들끼리 싸워도 된다고 가르치는 것인가 묻고 싶다. 나는 밝고 순진한 아이들에게 탱크와 무장한 군인들을 향해 손을 흔들게 하는 행사에 반대한다. 전쟁을 종식하고 평화와 화해의 역사의 새 장을 열어 나가는 이 시기에 무기를 앞세운 군인들이 시가지를 가로지르는 꼴을 상주의 ‘민간인들’이 꼭 봐야 쓰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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