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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정면사진20150820.jpg

                [삼성연합 신경외과 내과의원 우윤구]

 

 

 

 

“동네병원 제대로 이용하기”

 

1. ‘언제부터, 어디가, 어떻게’에 대해 제대로 말하기

 

각각의 질환에 대한 의학정보는 이미 여러 매체에 넘쳐 나고 그 정보가 믿을 만한 기관에서 나왔는지 잘 살펴보면 될 것이므로, 이 칼럼에서는 그런 것보다 현장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상황을 통해 동네병원을 잘 이용할 수 있는 간단한 비결을 드리고자 합니다.

 

첫번째, 병원에 가면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 아니면 “뭣 때문에 오셨어요?”라고 의사가 물어 봅니다. 어딘가가 아프다고 환자가 대답을 하면, 꼭 언제부터 아팠냐고 묻게 됩니다. 이때 나이 학력 남녀를 불문하고 열에 아홉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쫌 됐어요!” ‘쫌’이라는 시간이 얼마인지 도저히 알 수가 없습니다. “한 달쯤 됐나요?”라고 다시 물어보면 누구는 하루 이틀쯤이거나 일이주일 정도이고, 어떤 노인들은 6.25때 다친 후부터라고 말하고, 심지어 짜증내며 모르겠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학교에서 점심시간에 놀다가 발목을 삔 후 수업 마치고 온 아이들이나 부모님들도 “쫌 됐어요!”라고 말합니다.

 

언제부터 아팠는지는 굉장히 중요한 정보입니다. 3개월 이상 지속되는 통증을 만성통증으로 정의합니다. 지금 아픈 것은 급성통증이고, 그 급성통증이 오늘부터 3개월 후에도 계속 아프다고 만성통증이 되는 것이 아닙니다. 급성통증을 일으키는 병과 만성통증을 일으키는 병 자체가 다르다는 이야기입니다. 흔한 예를 들자면, 무릎 관절염은 만성통증을 일으키는 병이지만, 무릎 인대손상은 급성 통증을 일으킵니다. 만약 평소 무릎 관절염이 있던 환자가 몇일전 삐끗한 후에 통증이 악화되어 병원에 온 경우에 “쫌 됐다”고 말하면 그냥 관절염 때문이겠거니 할 수도 있는 겁니다. 반면 지금 악화된 통증이 몇일전 삐끗한 ‘사건’ 다음에 생겼다고 정확하게 환자가 표현하면, 인대를 보호하기 위해 깁스를 하든지 찜질을 하든지 급성통증에 대한 치료를 제대로 해서 빨리 회복되게 할 수 있을 겁니다.

 

두번째, 당황스러운 것 중 하나는 환자가 통증을 과장하거나 꼭 찝어 말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어디가 아파서 오셨나요?”라고 물으면 무릎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어깨도 아프고 등등, 혹은 온몸이 ‘전국적으로’ 다 아프다고 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물론 교통사고나 낙상으로 무릎과 허리와 어깨를 동시에 다칠 수도 있고, 감기 몸살로 전신에 근육통이 있는 경우도 있겠지만, 퇴행성 질환으로 병원을 찾는 노인 분들에서도 이와 같은 경우가 많습니다. “그중에서 제일 아픈 한군데가 어디예요?”라고 다시 물어봐도 대개 똑같이 무릎 허리 어깨가 다 아프다는 말을 되풀이합니다. 아마도 한꺼번에 그동안의 문제를 다 해결해 보려는 욕심 때문이거나, 여러 군데가 많이 아프다고 호소해야 뭔가 효과가 빠른 치료나 대단한 비방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그런 믿음은 거의 정반대로 영향을 미칩니다. 여러 군데가 아프다고 하면 바로 지금 환자에게 제일 문제가 있는 부위가 아니라 의사가 생각하기에 제일 나빠 보이는 곳이나, 그 의사가 제일 자신 있는 부분만 치료하게 되어 현재의 심한 통증이 그대로 남아있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아니면 불필요하게 과잉 검사나 치료를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입니다.

 

제일 많이 아픈 곳은 대부분 한군데 입니다. 여러 부위에 문제가 있어 크고 작은 통증이 유발되더라도 그중 가장 심하고 날카로운 통증만을 느끼고, 동시에 심한 통증을 여러 곳에서 느끼지는 못하게 되어 있는 것이 우리 몸의 자연스런 생리현상 입니다. 쉬운 예로 어제 뭔가 잘못 먹어 배가 살살 아팠다가, 갑자기 넘어져서 손목뼈가 골절이 되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전에 배가 아팠던 것은 벌써 사라져 버렸을 겁니다. 오랫동안 다발성 퇴행성 질환으로 인한 여러 가지 통증을 견디며 지내왔다고 하더라도, 오늘 병원을 찾아 올 수밖에 없도록 한 바로 그 한가지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치료에 잘 반응함으로써 환자가 만족하고 통증이 장기화 되지 않으며, 그 다음으로 심한 다른 부위의 문제를 차근차근 해결하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세번째, 어떻게 하면 지금의 통증이 악화되고 호전되는지에 대해 의사에게 정확하게 설명하면 좋습니다. “뭐 할 때 제일 아프세요?”라고 물어보면 “가만히 있어도 아파요” 혹은 “시도 때도 없이 아파요”, “일하면 아프고 쉬면 안 아파요”라고 대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식의 대답은 환자의 통증의 원인을 찾는데 별로 도움이 안 됩니다. 가만히 있어도 아프다는 말은 가만히 있을 때 통증이 유발되거나 심해진다는 의미가 아니라 그만큼 심하게 아프다는 뜻이겠지요. 시도 때도 없이 아프다는 말도 그만큼 심하다는 말이겠지만, 그만큼 자기 자신의 통증에 대해 스스로 잘 모른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예를 들어, 허리와 엉덩이 주위가 아픈 경우 걸어 다니면 통증이 악화될 때와 굽히고 펼 때, 앉거나 누웠다가 일어나는 순간에 아플 때, 5분 이상 앉아 있지 못할 정도로 아플 때 등등, 아주 특징적으로 악화되는 양상이 있습니다. 분명히 환자도 병원에 오기 전에 수차례 반복적으로 그렇게 느꼈을 텐데,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만히 있어도 아프다는 환자한테 “걸을 때가 많이 아프지요?” 혹은 “일어날 때 심하게 결리지요?”라고 물어보면 무슨 용한 무당이라도 만난 듯 ‘어떻게 알았지?’하고들 있습니다. 무릎도 딛고 걸어 다닐 때 아픈 것과 손을 짚지 않으면 일어나지 못할 정도로 아플 때에는 같은 관절염이라도 치료가 달라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어깨 통증의 경우에도 밤에 누워 잘 때 아픈지 아니면 낮에 팔을 들어 올릴 때 아픈지를 잘 말해 주면 특별한 다른 검사 없이 진단과 치료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의미가 있습니다.

 

위와 같이 의사와 환자가 첫 만남에서 묻고 답하는 것을 의학용어로 병력청취(History Taking)라고 합니다. 지금 느끼는 제일 심한 통증이나 불편함을 주소(Chief Complaint)라고 합니다. 가장 중요한 과정입니다. 환자 스스로 정확하게 말하지 않으면 제대로 진단과 치료를 받기 힘듭니다. 언제부터, 어디가, 어떻게 제일 아픈지는 환자 본인 밖에 모릅니다. 병원에 가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순간 최소한 위 세가지-언제부터, 어디가, 어떻게 제일 아픈지-를 잘 생각하고 기억해서 방문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좋은 의사라면 환자가 뒤죽박죽 이야기해도 핵심을 잘 파악해야 하겠지만, 오진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환자가 치료 결과에 만족하기 위해서 필수적이라 할 만 합니다. 병력청취를 하는 동안 의사의 머릿속에서는 그 원인이 될 만한 진단이 여러 가지 떠오릅니다. 그러면 그 중에 어떤 진단이 맞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시진, 청진, 촉진, 타진 등의 진찰도 하고 필요하면 엑스레이 사진을 찍어 보거나 피검사를 해 보거나 할 겁니다. 결국 문제 해결의 첫 단추는 환자가 느끼는 대로 정확하고 상세하게 말해주는 것입니다.

 

반대로, 환자의 병력을 따져 묻지 않고 진찰을 꼼꼼히 하지 않은 채 덮어 놓고 비싼 검사를 많이 하는 병원에 혹시 방문하게 되었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입니다. 꼭 필요해서라면 하루에도 몇 번씩 엑스레이를 찍고 피검사를 해야 할 때도 있겠지만, 실제로 병력청취나 진찰, 방사선 검사 결과에 상관없이 무릎이 아프다면 관절염이고 허리가 아프면 디스크, 어깨가 아프다면 오십견이라며 항상 똑같은 주사나 물리치료만 해주는 병원들도 있는 게 현실입니다. 환자들은 의사를 만나면 각각 자신에게 딱 맞는 치료와 처방을 기대하겠지만, 막상 그런 병원에서는 그 환자의 문제를 정확하게 지적해 주거나 설명하지 못하고 다른 환자들과 다를 바 없이 천편일률적인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마침 운이 좋거나 별로 심하지 않을 때 효과를 볼 수도 있겠지만, 근거를 기본으로 사례 별로 정확하게 진단과 치료를 하지 않으면 대부분 조금도 나아지지 않을 것입니다. 이런 경우라면 다른 병원을 찾아보는 게 현명합니다.

 

물론 환자는 어디가 좋은 병원인지 알기 힘듭니다. 주변 이웃들의 경험담을 통하거나 아니면 직접 병원을 방문했을 때, 원인이 되는 질환에 대해서 의사가 해주는 설명이 구체적이며 잘 이해가 되는지, 또 이어지는 치료는 납득이 되며 나아지고 있는지에 대한 환자 본인의 느낌에 충실하면 크게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겠지만, 환자도 환자 역할을 잘 해야 하고 의사도 의사 역할을 잘해야 빨리 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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