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희 칼럼
2018.02.09 08:52

청년이 살아야 농촌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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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농촌풍경은 스산하다. 가뜩이나 사람이 별로 없는데다 추운 날씨 탓에 각자의 집이나 마을회관에 모여 있기 때문에 일상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농촌에서 청년들을 만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통계를 보더라도 2-30대 농업경영주 비율은 1%를 겨우 넘는 수준이다. 청년들이 없으니 농촌에서 태어나는 아이들도 없다. 수십 년을 유지해 오던 학교들은 문을 닫고 농촌마을은 비어 간다. 하지만 정부나 지자체에서 농촌청년들을 위한 특단의 대책은 아직 강구되지 못하고 있다.

 

 청년들이 농촌에 살아가려면 우선 일자리가 필요하다. 농업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해 주어야 하지만 최근의 농업여건은 그리 만만치 않다, 농업소득률은 32%밖에 되지 않으며 점점 낮아지는 추세다. 1000원어치 팔면 내 수중에는 320원밖에 남지 않는다는 얘기다. 1억원 매출을 올려야 연봉 3천만원 정도를 겨우 맞출 수 있다. 1억 매출을 올리기 위해서는 많은 투자와 노력, 시간이 필요하다. 자산을 축적할 기회가 별로 없었던 청년세대가 대규모 투자를 하기에도 어렵다. 부모로부터 탄탄한 농업기반을 물려 받은 경우가 아니라면 농사만 지어 기본적인 생계를 해결하기가 쉽지 않다. 농촌에는 농업을 둘러 싼 전후방산업에 많은 사람들이 필요하다. 농산물 유통과 가공, 어르신 돌봄, 농촌 교육과 문화 등의 영역에서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져야 한다.

 

 지난달에 호주와 뉴질랜드의 농업을 돌아보는 기회가 있었다. 수십 수백ha의 농지를 가지고 낙농과 과수를 경영하는 호주와 뉴질랜드의 농업은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가졌으며 농가소득 또한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기에도 젊은이들은 더 이상 고된 농사일을 하려 않아 고민이 많다고 한다. 유럽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보기엔 그저 부럽기만 한 농업농촌정책을 가진 독일도 매년 농가인구가 3%씩 줄어든다고 한다. 청년들의 농업 기피는 세계적인 추세다.

 

 청년세대의 농촌살이는 일자리만 가지고선 해결되지 않는다.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또래집단과 청년들이 누릴 수 있는 문화적 교육적 환경이 뒷받침 되어야 한다. 낙동 승곡마을은 2005년부터 체험마을 사업을 시작했다. 마을 공동으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30대 초중반의 청년들을 받아 들였다. 그렇게 들어 온 젊은이들이 마을에서 농사를 짓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자연스레 활기가 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스쿨버스에서 내리면 마을이 시끌벅적 하다. 자그마한 마을 카페도 만들었다. 엄마들이 카페에 모여 차도 마시면서 켈리그라피, 전통매듭 같은 취미활동도 하고 수다도 떤다. 넓은 교육장에서는 요가와 헬쓰 교실도 열리니 심심 할 여가가 없다. 마을이 살아나니 학교도 살아난다. 학생이 없어 폐교를 걱정해야 했던 면소재지 초등학교가 이제는 점점 학생들이 늘어나고, 상주시내에서도 전학을 오는 학교가 되었다.

 

 백원초등학교가 있는 상주 관동리는 학교가 마을을 살리는 경우다. 뜻있는 교사들이 폐교위기의 농촌학교를 지키기 위해 의기투합하면서 백원초등학교 살리기 운동에 나섰다. 교육과정을 차별화하고 각종 방과 후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학교 안에 텃밭을 만들고 돼지와 토끼도 키웠으며 주변 농지를 임대해서 아이들과 교사가 함께 농사를 지었다. 농사과정에 주민들이 참여하였으며, 수확물을 가지고 음식을 만들어 함께 나누는 잔치도 열었다. 이렇게 하다 보니 학교에 학생들은 다섯 배 가까이 늘었으며 주변마을에 자연스럽게 젊은이들이 모여들었다. 농민, 교사, 목수, 소방관, 기획사 대표 등 다양한 직업의 사람들이 마을에 새집을 짓고 들어와 마을 주민이 되었다. 손님이 없어 문을 닫은 마을 안 기차역 앞에서 장터도 열었는데, 역 이름을 따서 ‘자급자족 백원장’이라 불렀다. 한 달에 한번 백원장이 열리는 날은 잔칫집이 따로 없다. 물건을 사고파는 것 외에도 노래를 부르고 풍물을 두드리며 흥겨움을 함께 나눈다. 처음엔 귀농귀촌인들을 마뜩찮게 여기던 마을 어르신들도 함께 어울려 장터를 즐긴다.

 

 청년들이 살아야 비로소 마을다운 마을, 남녀노소가 어우러진 지역공동체가 자연스레 만들어지는 것이다.    

 

 조원희 (상주로컬푸드협동조합 이사장전 상주시농민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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