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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정

복룡지하차도 계단.jpg

 

 복룡지하차도는 기차 건널목이 있던 자리에 지어졌다. 낡은 주택을 정리하고 길을 넓혀 일대가 훤해졌다. 차를 타고 다니면 훨씬 빠르고 편해졌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나 유모차를 끌고 복룡지하차도를 건너보니 복룡지하차도가 너무 불편하고 불안했다.

 

 복룡지하차도에서 가장 젠더 관점이 없는 구조물은 계단이다. 마치 사다리처럼 계단 사이가 비어 있어 치마 속이 다 보일 수밖에 없도록 되어 있다. 성별영향분석평가에서 가장 대표적 사례로 지적되던 것이 육교와 사다리형 계단이다. 성별영향분석평가가 의무화되면서 육교 대신 승강기를 설치하는 곳이 늘었으며, 사다리형 계단은 거의 사라졌다. 상주시 역시 해마다 성별영향분석평가를 할 텐데 아직까지 이런 계단이 남아 있다니 의아하다.

 

 복룡지하차도의 계단은 매우 가파른 데다 바닥이 나무 소재라서 비나 눈이 내리는 날엔 미끄럽다. 그런데도 손잡이는 한쪽 방향에 한 가지 높이로만 설치되어 있다. 손잡이가 양쪽에, 이중 높낮이로 되어 있다면 훨씬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이다.

 

 내부 환경도 개선하면 좋겠다. 지하차도에는 봄부터 초겨울까지 거미와 거미줄이 엄청나게 많다. 검게 변한 거미줄이 가득한 그 길을 걸으면 공포영화의 한 장면이 저절로 떠오른다. 스치는 자동차의 소음, 칙칙한 벽면과 바닥이 공포심을 더한다. 지하차도 내 인도를 걸으면서 CCTV를 자꾸 찾게 되는 것은 그만큼 불안하기 때문인 거 같다.

 

 복룡지하차도는 분명 차별적 공간구조물이다. 특히 여성, 아이, 노인, 장애인에게는 더 많은 불편과 불안을 준다. 나는 정책결정자들에게 일부러라도 유모차를 끌고 나가보라고 권하고 싶다. 평소 문제없다고 느꼈던 이 구조물이 얼마나 문제가 많은지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고 특히 약자에게 더 큰 불안을 주는 복룡지하차도를 하루 빨리 개선하기 바란다. 계단 사이 메꾸기, 손잡이 개선, 승강기 설치, 내부 환경 개선과 청소관리방안, 그 밖의 개선책을 조속히 내놓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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