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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남부초등학교 교사 김주영

 

고를 막론하고 학교 울타리 곳곳에 어느 대학 몇 명 합격, 무슨 평가에서 최우수학교, 어느 대회 우승, 무슨 경진대회 대상, 최우수상을 알리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이런 모습은 비단 우리 상주 지역뿐만이 아니다. 온 나라의 학교가 경쟁에서의 성과들을 앞다투어 펼침막으로, 보도 자료로 알리기에 열을 올린다. 이 또한 경쟁적으로.

 

학교 간 경쟁의 성과는 학교 내 경쟁의 과정을 거치는 경우가 많다. 보통 교내 대회라고 부르는데 교내대회를 통해 학교 대표를 선발하고 선발된 대표들이 시군대회에 참가 자격을 얻는다. 같은 형식으로 시도단위 대회와 전국대회로 이어지는 것이 보편적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전국단위에서 입상을 하는 것이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니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한 노력을 격려하고 학교 구성원들의 자긍심도 높여 줄 목적으로 펼침막을 걸어 그 공적을 추켜세워 주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경쟁 시스템은 학교 운영의 기저에 깔려 학생들의 학교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고 있다. 학생들의 학습 능력을 점수화하고, 그 점수로 등위를 부여해 학생들이 더 나은 평가(자신의 능력 밖이거나 관심 밖의 것)를 받기 위해 스스로를 제어하도록 통제하고 있다. 학습 능력에 국한되어 있지도 않다. 상점 또는 벌점 부과 방법을 이용한 통제나, 학교에서 주는 여러 가지 시상제도도 경쟁심을 조장하는 방법이다. 또 학생들이 수업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경쟁심을 조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학교문화 속에서 지난 2015년부터는 인성교육진흥법이란 법률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 법에 인성교육이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공동체·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인간다운 성품과 역량을 기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을 말한다.’고 밝히고 있다. 우리 사회의 도덕성(도덕적 품성) 회복을 위한 절박한 몸부림이라 할 수 있고, 우리 사회의 도덕성이 얼마나 상실되었는지 보여주는 반증이기도 하다. 이런 사회 문제의 책임으로부터 우리 사회의 기저(基底)에 뿌리박힌 경쟁 시스템과 함께 경쟁적인 학교 문화는 자유로울 수 없다.

 

경쟁 사회에서 도덕성을 육성하는 인성교육은 가능하지도 가능할 수도 없다. 이는 경쟁이 갖는 본질적인 속성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경쟁(競爭)’의 사전적 의미는 한 군집 내에 같이 살고 있는 다른 종() 또는 같은 종 사이에서 자원이 부족할 때, 개체들이 자원을 서로 차지하려고 하는 것(브리테니크 백과)이라 설명한다. 다시 말하면 경쟁은 본질적으로 다른 개체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이기려는 심리적 기제(機制)이다. 따라서 경쟁은 결코 도덕적일 수 없다.

 

어느 교육 기관에서는 인성경진대회, 인성실천경진대회라는 것을 열어 상을 주기도 했다는 이야기도 있고, 인성교육의 유행(인사고가)을 좇아 수업 방법에서도 인성을 강조해 상호이해와 협력의 가치를 익혀가도록 하는 협동학습을 많은 교사들이 도입하고 있다. 협동학습의 모습을 잘 그려내기 위해 여기서도 모둠별 또는 개인별 상벌점을 주어 경쟁을 시키기도 한다. 우리 교육에 경쟁이 얼마나 비정상적으로 자리 잡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어느 학교 할 것 없이 행복 학교’, ‘날마다 행복한 학교’, ‘행복한 작은 학교행복이라는 단어를 학교 교육과정 어딘가에 삽입해 쓰고 있다.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어 가겠다는 학교 구성원들의 바람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들이 행복을 구가함에 있어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것이 소속된 사회의 높은 도덕성이다. 따라서 학교 구성원(학생, 학부모, 교직원, 교육행정기관, 지역사회)들이 행복해 지기 위해서는 학교 문화 전반에 자리 잡고 있는 경쟁 시스템을 걷어내지 않는 이상 불가능할 것이다. 사나흘이 멀다하고 치러지는 수행평가, 중간고사, 기말고사, 각종 실기대회 등을 준비하며 매일 매일을 긴장 속에 살아가는 아이들에게 행복한 느낌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불평등(사회적, 경제적) 지수가 극도로 심한 우리 사회에서 경쟁적 문화를 걷어낸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우리 사회의 행복한 미래를 생각한다면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지금, 여기서, 우리가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의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작은 단위의 사회 즉, ‘가정에서 나아가 학교에서부터라도 경쟁적 문화를 닦아내 볼 수 있을 것이다. 가정에서는 자녀들의 성취동기를 부여하기 위해 경쟁을 조장하는 언행을 삼가고, 자녀가 타인과의 경쟁보다는 자기 성장이 강한 동기가 되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아이들은 누구나 새로운 원리와 지식을 스스로 발견할 때 즐거움을 느낀다). 가정에서의 이러한 노력과 더불어 혈연을 떠난 좀 더 큰 사회인 학교의 문화를 바꾸는 것 또한 구성원들의 의지로 가능할 것이다.

 

가정에 비해 학교는 경쟁이 시스템으로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인 것이 중간고사, 기말고사라고 불리는 일제고사식 평가다(아이들의 다양한 능력을 측정할 수 있는 온전한 평가도구는 아직 없다). 이 결과로 학생들의 순위가 만들어 지고, 학생들은 부단히 경쟁할 수밖에 없다. 일제고사와 함께 학교마다 실시하는 경진대회식 학교 행사와 시상제도도 마찬가지이다. 이러한 학교 행사와 시상제도는 학생들 간에, 교사들 간에 경쟁적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평가와 시상제도의 성과들은 학교를 마무리하는 졸업식장까지 이어진다. 졸업식장에서 성과에 따라 국회의원상, 시장상 등 수많은 기관과 단체에서 주어지는 상으로 기관단체의 서열에 따라 학생들을 순서 지우게 된다. 학교 운영에서 우선 일제고사식 평가와 시상제도, 졸업식 대외상 등만 없애도 분위기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기존의 관습을 깨는 것이 쉽지는 않으나 일부 학교에서는 일제고사식 평가를 지양하고 있으며, 경진대회식 교내행사를 폐지하고, 졸업식에서 대외상 제도를 폐지하여 구성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의 질서를 유지하는 메커니즘으로 자리 잡은 경쟁 시스템은 사회 생산성을 높이고 지식과 기능을 신장시키는 효과를 가져다준다고 우상처럼 받드는 이들이 있으나, 경쟁 시스템은 탐욕과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하는 이들이 우리 사회를 불안과 공포, 극도의 긴장감으로 몰아가는 덫일 뿐이다. 이대로 간다면 이러한 비인간적인 시스템은 더욱 조밀하고 은밀하게 조직될 것이고 이 사회의 도덕성은 더욱 메말라갈 것이다. 도덕성이 사라진 사회에서는 더 이상 행복을 추구할 기회마저 잃게 된다.

 

경쟁사회에서는 도덕성을 기대하기 어렵다. 가까운 곳에 있는 경쟁적 언행과 제도, 문화를 한 겹씩 걷어내는 노력들이 가정과 학교에서부터라도 실천되어야 도덕성, 심미성, 공동체성, 정의와 같은 참된 가치가 정치, 경제, 교육, 문화 등 사회 전반을 제어하는 가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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