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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병원 원장 우윤구

 

 서울 아산병원 신규 간호사가 설 연휴 첫 날인 2018년 2월 15일 오전 1040분 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남자친구는 SNS에 제 여자 친구의 죽음이 그저 개인적인 이유라고 생각되지 않는다간호부 윗선에서는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태움이라는 것이 여자 친구를 벼랑 끝으로 몰아간 요소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고 썼다.

 

 간호사들 사이에서는 누구나 아는 태움이 어디서부턴지는 알 길이 없으나 온갖 방법으로 윽박지르고 괴롭혀서 재가 될 때까지 태워버린다는 뜻이다혹독하게 훈련시키거나 부당하게 일을 몰아주는 악습이다출신학교가 다르거나 일을 잘못하는 신참간호사들이 타깃이 된다이번이 처음이 아니고 삭막한 서울 대형병원에서만 일어나는 일도 아니다십여 년 전 전남대병원에서는 간호사 두 명이 잇달아 자살하는 충격적인 일도 일었다.

 

 안태근 검사고은에 이어 이번에는 이윤택이다합숙하며 연습하는 밀양 연극촌 학교 중앙 사무실에서 혹은 그의 '황토방'에서 아니면 김해 도요창작스튜디오에서 어린 여자 배우들에게 '안마'를 받고 발성지도를 해왔단다피해자는 성폭행이라 말하지만 본인은 합의된 성관계라 주장한다. '마치 집단 최면이라도 걸린 듯이다들 모른 척하고 지냈다고 한다. 20살 남짓극단에 처음 발을 들인 초년생들이최소 10년 이상밤마다돌아가며강압적인 분위기에서 누구도 거부하지 못하고 거부하거나 저항하면 배역이 줄고 쫓겨나거나 제 발로 극단을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이제 와서 보면 피해자들은 수십 년간 말도 못하고 고통의 시간을 보내는 동안 이러한 사실을 다 알고도 외면한 이들이 연희단 패거리를 통해 스타배우로 배출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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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창 동계 올림픽이 뜻밖의 북한 참가로 잘 되가나 했다자원봉사자들 처우 문제나 대한 체육회 임원들의 갑질좀 된다 싶은 데에는 한다리라도 걸쳐 보려는 유명 정치인의 꼴불견 등 너무나 대한민국스런 모습이 하나둘 나타나더니 드디어 최악의 스캔들이 터져 나왔다. 2월 19일 마지막 선수의 기록만 인정되는 팀추월에서 두 선수만 앞으로 치고 나가는 어이없는 장면이 만천하에 중계됐다김보름 등 몇몇 선수들은 한국체육대학에서 특정인의 비호 아래 자유롭게 집중 훈련하고 자신은 심한 차별 속에 태릉선수촌에서 함께 훈련을 하지 못하고 단거리 선수들과 훈련했다고 혼자 뒤쳐진 노선영은 올림픽 시작 전에 이미 폭로한 적이 있다. 올림픽 3연패를 준비하던 이상화를 아침부터 불러 세워 구설에 올랐던 사람이기도 하고유명한 안현수 사태의 장본인이면서도 자기 선수들만 밀어주는 짬짜미’ 노릇을 계속 하다가, 소치올림픽에서 남자쇼트트랙 노메달이라는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빅토르 안(안현수러시아 선수는 당시 금3, 1- 평창 올림픽을 앞두고 메달제조기로서 다시 빙상연맹 부회장으로 부활한 사람이 바로 그 특정인이다.

 

 박근혜에게조차 지적 당한 파벌주의, 줄 세우기라는 고질적인 병폐는 이번 올림픽 경기 중에 또다시 불거졌고비난의 화살은 절대권력 전명규 부회장 본인뿐만 아니라 차별 대우를 당연한 듯 받아들이고 메달권에 있다는 주종목 연습 경기하듯 자기 기록만 챙긴 선수 당사자 김보름박지우에게까지 겨누어 지고 있다. 

 

 다이내믹 코리아 아닌가무술년 설날부터 큰 사건들이 어지러이 터져 나오고 있다가만히 보면 개별적인 듯한 위 사건들이 사실 너무나 닮아 있음을 느낀다.

 

 유태인들에 대한 홀로코스트 계획의 실무 책임자이자 나치 전범 아이히만은 1960년 이스라엘 첩보기관 모사드에 의해 아르헨티나에서 체포되어 1961년 4월 11일 전 세계에 생중계 된 공개재판을 받았다상관인 하이드리히가 시킨 대로만 했을 뿐전혀 잘못한 것이 없다는 태도로 일관한 아이히만을 지켜본 독일 출신 유태인 한나 아렌트는 악의 평범성이라는 부제를 달고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Eichmann in Jerusalem (1963)>을 출간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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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역사적인 재판을 지켜본 또 다른 한 사람 예일 대학교의 심리학과 조교수 스탠리 밀그램은 1961년 권위에 대한 복종에 관한 실험을 진행한다편견 없는 결과를 위해 "징벌에 의한 학습 효과"라는 실험이라고 속이고 선생 역할을 맡을 피실험자를 모았다학생 역할은 배우를 섭외하여 연기를 하게 하였다선생 역할의 피실험자에게는 문제를학생 역할의 배우에게는 암기할 단어를 주고 학생이 틀릴 때마다 15볼트부터 시작하여 450볼트까지 한번에 15볼트씩 전기 충격을 가하라고 지시했다처음에는 약한 충격에 낄낄 거리다가 10단계 150볼트에서 배우는 정색을 하고 그만하라고 명백히 요구했다이후에 강한 충격이 가해질 때마다 배우는 비명을 지르고 울고불고 온갖 연기를 해댔다실험자는 흰색 가운을 입고 고민하는 피실험자들에게 '실험의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며 전압을 올릴 것을 지시했다.

 

 고작 4달러의 대가에 연령과 교육수준 별로 다양하게 구성한 500여 명 중 약 0.1% 만이 450볼트까지 올릴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65%나 위험하여 죽을 수도 있는 450볼트까지 전압을 올렸다실험자의 지시를 거부한 경우도 극심한 충격이라는 300볼트가 가장 낮았다는 사실도 놀라움을 더했다주저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마지막까지 전압을 올린 후 화를 내고 실험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무기력하게 실험자의 지시를 따랐다고 한다.

 

 신규 간호사가 빠릿빠릿하지 못하거나 실수를 하면 환자가 위험하다는 명분과 수간호사를 비롯한 권위 있는 간호사들의 암묵적 동의하에 '태움'은 필요악으로 받아들여져 왔다. 

 

 '최고의 선생님과 좋은 작품 같이 하며 배우는 걸 영광으로 생각해야지쉽게 얻는 게 어디 있어선생님의 피로를 풀어주기 위해 막내들이 좀 희생해 주면 서로 좋은 거 아닌가눈 딱 감고 잠시만 참고 견디다 보면 유명해질 수도 있고 밑에 애들 들어오면 넘어가잖아.’

 

 올림픽 메달이라는 금자탑을 위해 저변이 약한 우리나라에서 선택과 집중은 필수적이다한국 빙상계의 대부는 그렇게 수백 개의 메달을 만들어 냈다자기 선수들 특별대우 해줘서 금메달이라도 따내면 파벌이네 어쩌네 하는 문제들은 다 용서되고 잠시 밀려났다가도 다시 절대 권력으로 돌아왔다그 선수들도 잘해주겠다는 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누군가는 자살을 하고 누군가는 폭로를 하고 누군가는 눈물을 흘린다피해자의 입장에 감정이입하기는 쉬운 일이다그러나 아렌트의 통찰에서나 밀그램의 실험에서처럼 악은 평범하다약간의 명분에 절대적인 권위또 이익을 나누는 다수의 방관자 내지 가해지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라도 이런 일은 반복된다어쩌면 그만한 위치에 있지 못했을 뿐그만큼의 거악은 아니더라도 모르는 사이에 많은 사람들이 이미 가해자이거나 방관자 되어 있을 지도 모른다.

 

 펄펄 끓어오르는 냄비는 곧 식을 것이다세 사건 모두 누군가 처벌을 받고 자리에서 물러나며 다시 조직을 재편하게 될 것이다다 식은 냄비에 무엇이 남아 있을지 몹시도 궁금해진다우리 사회가 한발 나아가길 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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