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석호 건축 칼럼
2018.02.28 09:12

우리 집 생애 첫 된장 담는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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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함석호 

 

대구 아파트에 살다가 시골로 이사 온 지 4년 차입니다. 그동안은 상주 시내에 있는 주택에 세 들어 살다가 작년 오월 상주시 중덕동이라는 시골 마을에 빈집이 하나 있어 그 집을 제가 고쳐서 무상으로 사는 조건으로 구했습니다. 제가 직업이 목수라 엄두를 낼 수 있었지요. 서까래까지 쓰러져 가는 집을 서까래도 보강하고, 전기 배선도 새로 하고, 천장도 고치고, 화장실과 목욕탕도 집안으로 들여 수세식으로 바꾸고, 정화조 묻고, 도배장판도 새로 하고, 싱크대 새로 설치하고, 연탄보일러도 설치하고... 집 외부는 손대지 않았으나, 집안은 거의 다 손대다시피 하니, 제 인건비 빼고 재료비만 오백만 원 정도에 고칠 수 있었습니다. 제가 땅 산 곳에 집을 짓기 전까지 이곳에서 살 생각입니다.

 

오늘은 집 고치는 얘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시골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오니 제 삶의 숙원 사업을 하고 싶어 졌습니다. 제 숙원 사업이래야 뭐 그리 거창할 것도 없답니다. 제 손으로 김장 김치 담가서 김장독 땅에 묻기, 된장 담기, 고추장 담기, 제 아이들 시골학교 보내기, 뭐 이런 게 제가 시골에 살 결심을 하도록 만든 중요한 이유 중의 하나였답니다.

 

그 숙원 사업 중에 하나는 벌써 작년 겨울에 이루었습니다. 다름 아닌 김장독 묻기지요. 작년 12월 초 김장을 직접 담기로 마음먹고, 집 짓는 목수 일을 하고 있어 아직 농사까지는 못 짓고, 귀농한 후배가 직접 농사지은 무농약 무, 배추를 아주 저렴한 가격(3만 원)에 배추 40포기, 20개를 사서 김장을 담고, 그 독을 뒤꼍 마당에 묻어 두고 겨우내 꺼내 먹고 지내고 있습니다. 뒤꼍에 묻어둔 김장독만 보면 그냥 웃음이 나오고, 마음이 흐뭇해집니다.

 

그다음 숙원 사업인 된장 담기에 도전해 보기로 했습니다. 목수로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일을 해온 처지라 입맛이 보기보다 까다로운 저는 된장과 간장도 유독 집 된장과 집 간장을 좋아합니다. 꼭 집 된장으로 된장찌개를 끓여야 하고, 음식 간은 꼭 집 간장이 들어가야 합니다.

 

그동안 된장을 담지 않아 된장, 간장 구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하여 올해는 된장을 직접 담기로 하였지요. 아직까지 메주를 직접 끓이고, 띄우는 용기까지는 나지 않아 작년 겨울에 아는 분께 메주를 부탁하였습니다. 내년에 메주도 직접 끓이고, 띄워 볼까 생각 중입니다.

 

며칠 전 부탁해 놓은 메주가 다 띄워졌다고 메주 가져가라고 연락이 왔습니다. 제가 믿을 수 있는 무농약 콩으로 만든 무농약 메주랍니다. 처음 담는 된장인지라 된장을 담기 전 인터넷과 주위 어른들께 된장 담는 법을 이리저리 미리 자문을 구해 두었습니다.

 

우선 메주를 네 등분으로 잘라 간단히 씻어 놓았습니다. 지푸라기랑 먼지만 씻고, 곰팡이는 씻으면 안된다 말씀하시더군요.

 

1.jpg

(잘 띄운 메주를 자른 모습입니다. 먼지와 지푸라기만 씻으라 하더군요.)

 

2.jpg

(메주를 씻고 있는 아내, 대구에서 나고 자라고 학교도 모두 그곳에서 졸업한 그녀가 절 믿고 순순히 시골을

받아들이고 따라와 준 것이얼마나 고마운 줄 모릅니다더구나 예쁜 두 아들 라온제나까지 나아 주었으니...)

 

그다음은 된장독 소독하기입니다. 이사 온 시골집 뒤꼍에 굴러다니는 독이 네 개 있더군요. 혹시 독 안에 물이 새지 않을까 싶어 물을 부어보니 세 개는 멀쩡하고, 하나는 금이 갔더군요. 그 하나는 소금단지로 써먹어야 할 것 같습니다. 물이 새지 않는 단지 두 개는 지금 땅속에서 김치를 익히고 있습니다. 나머지 하나가 된장 독이 될 테지요^^; 그 된장 독을 메주 묶던 지푸라기로 소독하고 있습니다. 불붙인 지푸라기를 잡고 있기가 뜨거워 그냥 독 안으로 던져버렸습니다. 지푸라기를 많이 태웠으니 된장 독 소독은 잘 되었으리라 믿어야지요. 그 독 다시 물로 깨끗이 씻고, 메주와 함께 하루를 말렸습니다.

 

3.jpg

(된장독을 지푸라기로 소독하고 있습니다.)

 

4.jpg

(씻은 메주는 채반에 말리고 있고요)

 

이제 소금물을 담을 차례입니다. 소금은 간수 뺀 소금을 쓰라 하더군요. 하여 또 수소문을 하였습니다. 다행히 귀농한 후배 국진이네 집에 간수 뺀 지 삼 년된 목포 신안 천일염이 집에 있어 한 포대 가져가라는군요. 속으로 룰루랄라 쾌재를 부르며 소금을 가지러 갔습니다.

 

5.jpg

(물에 소금 풀기)

 

저는 올해 콩 한 말 분량의 된장을 담습니다. 보통 콩 한 말이면 소금물은 그 두 배 정도면 된다 하시는군요. 배운 대로 소금을 물에 풀고, 계란을 띄웁니다. 오백 원짜리 동전 크기로 계란이 떠오르면 된다는데 저는 도저히 감을 못 잡겠더군요. 다시 후배 국진이한테 염도계 좀 가져오라 하여 염도계로 염도를 측정하여 소금물을 만들었습니다.

 

6.jpg

(씻어 둔 메주를 항아리에 넣습니다.)

 

7.jpg

(, 대추, 건 고추, 감초가 함께 들어간 된장)

 

어제 씻어 놓은 메주를 독에 채우고 거기에 옻, 대추, 감초, 건 고추를 함께 넣고, 만들어 놓은 소금물을 채반에 걸러 부었습니다. 우리 집 식구들은 옻닭을 해먹은 경험이 있습니다. 다행히 두 아들까지 옻이 오르지 않는 체질이라 옻을 좋아하는 저는 옻 된장을 만들기로 결심하고 옻을 함께 넣었습니다. 붉은 건 고추는 된장 맛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악귀를 쫓는 의미가 있다며 세 개 정도만 넣어도 된다는군요. 숯이 당연히 집에 있을 줄 알고, 찾아보았더니, 작년 여름 이사 와서 마당에서 고기 구워 먹고 숯이 하나도 없더군요. 숯은 할 수 없이 내일 넣어야 할 것 같습니다. 메주가 가라앉을 수 있도록 돌도 함께 구해 메주를 눌러 놓을 생각입니다그렇지 않으면 물 밖으로 떠오른 부분은 맛이 없어진다 하더군요.

 

9.jpg

(된장 담기 완성!)

 

 10.jpg

(완성된 된장2 ‘콩 한 말’ + ‘물 두 말’)

 

이제 세월을 기다리면 됩니다. 보통 40~60일 사이에 된장과 간장을 거른다 하는군요걸러서 된장은 따로 담고, 간장은 다시 은은한 불에 20분 정도 끓여서 독에 넣고 보관하라는군요. 처음 담아 보는 된장 생각보다 그리 어렵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된장, 간장, 고추장, 김치 우리의 전통 발효 음식들은 모두 기다림의 미학이 있는 것 같습니다. 된장을 담고 나니 우리 부부가 대견스레 느껴집니다. 하루가 뿌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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