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근 칼럼
2018.03.01 19:46

우리는 모두 공범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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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근(소설가, 상주동학문학제 위원장)

 

요즘 각계각층으로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을 보면서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중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2001년에 만든 영화인데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된 <버스44>이다. 11분짜리 단편 영화인데 간단하게 줄거리를 말하면 이렇다.

 

시내버스 여성 운전사가 승객을 가득 태우고 시골 마을을 가고 있었다. 가다가 한 청년을 차에 태웠고, 계속 가다가 2인조 강도를 만났다. 강도들은 저항하지 못하고 벌벌 떠는 승객들에게 금품을 갈취하고 버스에서 내리려다 여성 운전사를 강제로 끌고 간다. 승객들은 아무도 나서지 않고 여성 운전사는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며 끌려간다. 좀 전에 탄 청년만 달려가 여성 운전사를 구하려 하지만 무차별 구타만 당한다.

 

결국 여성 운전사는 성폭행을 당한다. 잠시 후 버스로 돌아온 여성 운전사는 분노와 원망, 슬픈 표정으로 승객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지만 승객들은 외면한다. 그때 여성 운전사를 구하러 갔다가 구타를 당한 청년이 다가와 차를 타려는데 여성 운전사는 차에 태우지 않는다. 청년이 항의를 하지만 여성 운전사는 차에 있던 청년의 가방을 창밖으로 집어던지고 차를 출발시킨다.

 

할 수 없이 청년은 지나가는 차를 겨우 얻어 타고 가는데 얼마 못 가 자신이 탔던 버스가 계곡으로 떨어져 승객 전원이 사망한 사고 현장을 목격한다.

 

그러니까, 여성 운전사는 자신의 성폭행을 막으려던 청년은 살려주고 수수방관했던 승객들은 차에 태운 채 고의로 사고를 낸 것이었다. 승객들 모조리 죽는 대형 사고를.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분노와 원망과 슬픔이 가득한 여성 운전사의 얼굴 표정이 잊히지 않았다.

 

(미국에서 이와 유사한 실험을 했다고 한다. 한 아파트에서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는 상황을 연출했는데 아파트 주민 아무도 구하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최고로 인기를 끌었던 사람 중 한 사람이 묵자이다. 묵자의 사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정도로 공리주의(功利主義)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또한 내세운 사상이 겸애(兼愛)인데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입장에서 차별 없는 사랑을 강조하고 실천한다. ‘천하에 남이란 없다가 그들이 내세운 구호다. 그래서 어떤 나라가 약한 나라를 쳐들어가면 약한 나라를 지켜주기 위해 성을 쌓고 함께 싸운다. 또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구해준다.

 

요즘 과거 성추행 당한 용기 있는 여성들의 미투 운동이 각계각층으로 번지고 있다. 그동안 일부 몰지각한 이상한남자의 소행이라고, 일부 운 나쁜여성의 일이라고 치부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어떤 일이 벌어질 때는 그런 상황이 조성된 경우가 많다. 특히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데는 특수한 환경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성추행 사건이 수십 년간 이어져온 데는 영화의 승객처럼, 다수의 수수방관, 침묵 혹은 암묵적 동의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여기엔 많은 남자들이 포함되겠지만 일부 여성도 포함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공범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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