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근 칼럼
2018.03.01 19:46

우리는 모두 공범자이다

조회 수 672 추천 수 2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고창근(소설가, 상주동학문학제 위원장)

 

요즘 각계각층으로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을 보면서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중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2001년에 만든 영화인데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된 <버스44>이다. 11분짜리 단편 영화인데 간단하게 줄거리를 말하면 이렇다.

 

시내버스 여성 운전사가 승객을 가득 태우고 시골 마을을 가고 있었다. 가다가 한 청년을 차에 태웠고, 계속 가다가 2인조 강도를 만났다. 강도들은 저항하지 못하고 벌벌 떠는 승객들에게 금품을 갈취하고 버스에서 내리려다 여성 운전사를 강제로 끌고 간다. 승객들은 아무도 나서지 않고 여성 운전사는 살려달라고 비명을 지르며 끌려간다. 좀 전에 탄 청년만 달려가 여성 운전사를 구하려 하지만 무차별 구타만 당한다.

 

결국 여성 운전사는 성폭행을 당한다. 잠시 후 버스로 돌아온 여성 운전사는 분노와 원망, 슬픈 표정으로 승객들을 한참 동안 바라보지만 승객들은 외면한다. 그때 여성 운전사를 구하러 갔다가 구타를 당한 청년이 다가와 차를 타려는데 여성 운전사는 차에 태우지 않는다. 청년이 항의를 하지만 여성 운전사는 차에 있던 청년의 가방을 창밖으로 집어던지고 차를 출발시킨다.

 

할 수 없이 청년은 지나가는 차를 겨우 얻어 타고 가는데 얼마 못 가 자신이 탔던 버스가 계곡으로 떨어져 승객 전원이 사망한 사고 현장을 목격한다.

 

그러니까, 여성 운전사는 자신의 성폭행을 막으려던 청년은 살려주고 수수방관했던 승객들은 차에 태운 채 고의로 사고를 낸 것이었다. 승객들 모조리 죽는 대형 사고를.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분노와 원망과 슬픔이 가득한 여성 운전사의 얼굴 표정이 잊히지 않았다.

 

(미국에서 이와 유사한 실험을 했다고 한다. 한 아파트에서 여성이 성폭행을 당하는 상황을 연출했는데 아파트 주민 아무도 구하는 이가 없었다고 한다.)

 

중국의 춘추전국시대에 최고로 인기를 끌었던 사람 중 한 사람이 묵자이다. 묵자의 사상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목숨까지 바칠 정도로 공리주의(功利主義) 사상에 바탕을 두고 있다. 또한 내세운 사상이 겸애(兼愛)인데 신분 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는 입장에서 차별 없는 사랑을 강조하고 실천한다. ‘천하에 남이란 없다가 그들이 내세운 구호다. 그래서 어떤 나라가 약한 나라를 쳐들어가면 약한 나라를 지켜주기 위해 성을 쌓고 함께 싸운다. 또한 어려움에 처한 사람이 있으면 무슨 일이 있어도 구해준다.

 

요즘 과거 성추행 당한 용기 있는 여성들의 미투 운동이 각계각층으로 번지고 있다. 그동안 일부 몰지각한 이상한남자의 소행이라고, 일부 운 나쁜여성의 일이라고 치부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게 된다.

 

어떤 일이 벌어질 때는 그런 상황이 조성된 경우가 많다. 특히 지속적으로 이어져온 데는 특수한 환경이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성추행 사건이 수십 년간 이어져온 데는 영화의 승객처럼, 다수의 수수방관, 침묵 혹은 암묵적 동의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된다. 여기엔 많은 남자들이 포함되겠지만 일부 여성도 포함된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것이다. 우리는 모두 공범자이다.

 


  1. 질구내 寓話 1

    [질구내 寓話 1] 황정철 옛날 옛날에, 그리 오래되진 않았어도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같이 아득한 옛날에. 냇가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그 물에는 송사리, 피라미, 미꾸라지, 소금쟁이, 꺽지, 퉁가리, 메기, 가재, 새우, 거머리 그리고 이름 모를 무수히 많은...
    Date2018.03.14 Category황정철의 질구내 우화 Reply0 Votes2 file
    Read More
  2. 인간은 무엇으로 행복한가?

    인간은 무엇으로 행복한가? 이석민 병 없이 오래오래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정말 좋을까? 가질 수 없는 것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여간 좋은 일이 아니다. 하지만 가질 수 없는 것을 끊임없이 갈망하며 좇는 것만큼 힘들고 허망한 일도 없을 것...
    Date2018.03.12 Category이석민 Reply0 Votes1 file
    Read More
  3. 시골 학교 아이들의 'Book소리'

    시골 학교 아이들의 Book소리 "백원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은 매주 친구들의 집으로 같은 책을 들고 모입니다." 모임의 시작은 아이들이 3학년을 막 맞은 2017년의 봄. 독서 모임을 준비하면서 질문지를 만들 예쁜 노트를 사서 함께 나누었습니다. 예쁜 문구용...
    Date2018.03.06 Category백원초 Book소리 Reply0 Votes3 file
    Read More
  4. 비트코인이 돈일까?

    김영철 돈이 뭔가 말하려면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일상에서 잘 쓰지 않는 화폐라는 용어와 얼마나 다른지도 막연합니다. 사전에 보면 돈(money)은 교환의 매개체 혹은 자체에 가치가 있다고 보는 재물 따위라고 설명합니다. 화폐(currency)는 교환을 매개하는 ...
    Date2018.03.04 Category김영철 Reply0 Votes3 file
    Read More
  5. 축시 - 상주의 소리 경암 황숙

    祝 詩 상주의 소리 경암 황숙 노악의 뜨락 당간지주 王山이 살아 숨쉬는 터전 갑장산 마주하는 주산蛛山자락 웅비의 날개를 달고 다시 상산尙山의 표효 옹골찬 소리 이하늘 이땅 우리는 함께 한다 가장 높은자리에 귀하신 사람이 상주시민 입니다 옹차게 더 ...
    Date2018.03.02 Reply0 Votes3 file
    Read More
  6. 마을에 희망이 있다

    김현 해마다 아이들 첫돌 맞이 축하 인사로 내복을 구입해서 선물을 하게 된다. 어느 해인가는 한 해 동안 일곱 벌을 구입한 적도 있다. 올해도 작년 1월에 모동면에 처음 태어난 아가의 첫돌을 맞이해서 내복을 구입해야지 생각하다 보니 매년 이렇게 내복을 ...
    Date2018.03.02 Category김현 칼럼 Reply0 Votes3 file
    Read More
  7. ‘#me too’에 응답하라. 나 역시(me too) 가해자라고.

    정숙정 미투(‘#me too’, 성폭력 피해 경험 폭로와 공개 사과 요구 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성폭력 생존자들의 폭로가 불씨가 되고 공감과 분노가 거센 바람이 되어 일고 있다. 서지현 검사를 성추행한 안태근을 시작으로 고은, 이윤택, 조...
    Date2018.03.01 Category정숙정 Reply0 Votes3 file
    Read More
  8. 우리는 모두 공범자이다

    고창근(소설가, 상주동학문학제 위원장) 요즘 각계각층으로 번지고 있는 미투 운동을 보면서 영화 한 편이 떠올랐다. 중국에서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바탕으로 2001년에 만든 영화인데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된 <버스44>이다. 11분짜리 단편 영화인데 간단하...
    Date2018.03.01 Category고창근 칼럼 Reply0 Votes2 file
    Read More
  9. 우리 집 생애 첫 된장 담는 날

    목수 함석호 대구 아파트에 살다가 시골로 이사 온 지 4년 차입니다. 그동안은 상주 시내에 있는 주택에 세 들어 살다가 작년 오월 상주시 중덕동이라는 시골 마을에 빈집이 하나 있어 그 집을 제가 고쳐서 무상으로 사는 조건으로 구했습니다. 제가 직업이 목...
    Date2018.02.28 Category함석호 건축 칼럼 Reply0 Votes2 file
    Read More
  10. No Image

    지역재생, 지방분권이 답이다.

    한때 상주시 번화가의 상징이었던 서문네거리(일명 로터리). 요즘 이 근처에도 빈 점포가 늘고 있다. 20~30년전에는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북적거리는 상주에서 초중고를 다닌 나는 쪼그라 들고 있는 상주의 현실을 받아들이기가 무척 힘들다. 정녕 이...
    Date2018.02.27 Category김영선 칼럼 Reply0 Votes0
    Read More
  11. 우리 아이들의 미래는 당신의 손에 달려있습니다.

    송대헌 ‘진보’교육감이 취임한 교육청에서 근무한 적이 있습니다. 교육청의 변화가 학교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목격했습니다. 교육감이 참석한 가운데 부서별 다음해 업무계획에 대한 보고회가 열렸습니다. 두툼한 계획서가 책상에 놓여 있었습니...
    Date2018.02.25 Category송대헌 Reply0 Votes3 file
    Read More
  12. 태움.......안마.......팀 추월........

    삼성병원 원장 우윤구 서울 아산병원 신규 간호사가 설 연휴 첫 날인 2018년 2월 15일 오전 10시40분 쯤 서울 송파구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남자친구는 SNS에 “제 여자 친구의 죽음이 그저 개인적인 이유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
    Date2018.02.22 Category우윤구 Reply0 Votes2 file
    Read More
  13. No Image

    경쟁사회에서는 도덕성을 기대할 수 없다

    상주남부초등학교 교사 김주영 초․중․고를 막론하고 학교 울타리 곳곳에 어느 대학 몇 명 합격, 무슨 평가에서 최우수학교, 어느 대회 우승, 무슨 경진대회 대상, 최우수상을 알리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이런 모습은 비단 우리 상주 지역뿐만이 아니다. 온 나...
    Date2018.02.22 Category김주영 칼럼 Reply0 Votes2
    Read More
  14. No Image

    평화의 노래, 통일의 노래

    김정열 (상주시 여성농민회 교육부장) 요즘 뉴스는 온통 평창올림픽 소식이다. 각종 경기소식과 그 뒷이야기 그리고 11년 만에 실현된 남북단일팀 선수단 이야기가 언론을 도배하고 있다. 북한 선수단, 예술단, 그리고 대표단의 일거수일투족이 언론의 이슈가 ...
    Date2018.02.21 Category김정열 칼럼 Reply0 Votes2
    Read More
  15. 유모차를 끌고 -젠더관점에서 본 복룡지하차도

    정숙정 복룡지하차도는 기차 건널목이 있던 자리에 지어졌다. 낡은 주택을 정리하고 길을 넓혀 일대가 훤해졌다. 차를 타고 다니면 훨씬 빠르고 편해졌다고 느끼게 된다. 그러나 유모차를 끌고 복룡지하차도를 건너보니 복룡지하차도가 너무 불편하고 불안했...
    Date2018.02.20 Category정숙정 Reply0 Votes4 file
    Read More
  16. 상주 청소년인생학교 쉴래 이야기Ⅰ: 산골소녀 우영, 청소년인생학교 ‘쉴래’를 만나다.

    고등학교 입학도 비평준화지역이어서 시험을 치르고 명문고를 찾아다닌다는 이곳 상주에서 청소년인생학교 ‘쉴래’가 열렸다. 한국사회의 교육적인 변화에 중간도 미치지 못하는 상주가 아니었던가. 그런 상주에서 경인지역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
    Date2018.02.11 Category박환순 칼럼 Reply1 Votes4 file
    Read More
  17. No Image

    청년이 살아야 농촌이 산다

    겨울 농촌풍경은 스산하다. 가뜩이나 사람이 별로 없는데다 추운 날씨 탓에 각자의 집이나 마을회관에 모여 있기 때문에 일상에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이 쉽지 않다. 특히 농촌에서 청년들을 만나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다. 통계를 보더라도 2-30대 농업경영주 ...
    Date2018.02.09 Category조원희 칼럼 Reply0 Votes3
    Read More
  18. 영웅 소설 민중 소설

    영웅 소설 민중 소설 고창근 (소설가) 영화 <1987>이 한창 주목을 받으며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박종철 열사의 고문치사 사건이 주배경이지만 1987이란 년도에서 드러나듯 그 해는 이한열 열사가 최류탄에 맞아 사망했다. 또한 6월 항쟁이 일어났으며 직선제 ...
    Date2018.02.07 Category고창근 칼럼 Reply0 Votes6 file
    Read More
  19. 그 돈은 우리 돈입니다.

    송대헌 우리나라에서 국가가 국민에게 보내는 ‘명령’중 대표적인 것으로 만6세 아동이 받 게 되는‘취학통지서’와 20세 전후의 남자가 받게 되는‘입영통지서’가 있습니다. 권유하거나 권장하는 것이 아닌 ‘통지&rsq...
    Date2018.02.05 Category송대헌 Reply1 Votes3 file
    Read More
  20. 이대목동 신생아 집단 사망사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중환자실에서 2017년 12월 16일 오후 5시44분을 시작으로 오후 10시 53분까지 임신 25주에서 34주 사이에 태어난 2개월 미만의 미숙아 네 명이 연쇄적으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하였습니다. 사건 하루 전날인 2017년 12월 15일 오후 5시 이...
    Date2018.01.29 Category우윤구 Reply0 Votes3 file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Next
/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