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철의 질구내 우화
2018.03.14 19:57

질구내 寓話 1

조회 수 92 추천 수 2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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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구내 寓話 1]

 

황정철

 

옛날 옛날에,

그리 오래되진 않았어도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같이 아득한 옛날에.

냇가에는 맑은 물이 흐르고 그 물에는 송사리, 피라미, 미꾸라지, 소금쟁이, 꺽지, 퉁가리, 메기, 가재, 새우, 거머리 그리고 이름 모를 무수히 많은 생물들과 벌거벗은 동네 아이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또 냇가 풀숲에는 잠자리, 나비, 거미, , 개구리, 들쥐, 나방이 그리고 또 이름을 알 수 없는 무수한 생물들과 동네 아이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냇가 옆에는 소나무가 우거졌는데, 어떤 소나무 하나는 무리와 동떨어져 물가 바로 옆에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심통이 좀 어긋난 놈이었나 봅니다. 밑동에서 아이들 키 하나쯤 되는 곳에서 허리가 구부러져 있었습니다. 어쩌면 호기심이 많은 놈이었는지 모릅니다. 그 구부러진 몸은 냇가를 향해 기울어져 있었거든요. 늘 물속을 들여다보고 있었습니다.

 

냇가에는 언제나 물이 끊이지 않아, 가물 때는 나지막이 장마철이면 큰 목소리로 노래 부르며 흐르고, 그 물에는 송사리, 피라미, 미꾸라지, 소금쟁이, 꺽지, 퉁가리, 메기, 가재, 새우, 거머리, 동네 아이들과 이름 모를 무수히 많은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또 냇가 풀숲에는 잠자리, 나비, 거미, , 개구리, 동네 아이들과 들쥐, 나방이, 그리고 또 이름을 알지 못하는 무수한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할부지 어릴 때도 아버지 소년 때에도 내가 거기서 자라는 동안 내내 변함없는 풍경이었습니다.

소나무도 여전히 허리가 굽은 채로 살아가고, 냇가에는 무수한 생물들이 죽고 그 자리에 다시 나고 자라며 그렇게 세월이 흘렀습니다.

 

소나무는 점점 더 늙어갔습니다. 허리는 더 구부러지고 숱이 옅어진 가지는 점점 더 물 가까이 기울어졌습니다. 그토록 물을 내려다보았는데도 여전히 물속이 궁금했던가 봅니다. 어쩌면 눈이 어두워져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으면 잘 보이지 않았는지도 모를 일이지요.

때때로 개구리가 물속에서 내다보고 있다가 성큼 뛰어올라 소나무 가지에 붙어 있는 벌레를 잡아먹기도 하였습니다.

여름날 아이들은 여전히 소나무에 올라가 물속으로 뛰어내리곤 하였습니다.

겨울이면 아이들은 여전히 앙상하게 드러난 소나무 뿌리에서 관솔과 송진을 떼어 바위 뒤에 숨어 불장난을 하였습니다.

 

바람이 불고 비 내리고 맑기도 하다가 눈발 흩날리는 시간들이 냇가를 스쳐지나갔습니다. 냇물이 줄다가 늘었다가, 얼고 풀리는 계절이 수없이 물을 따라갔습니다.

 

그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고, 떠나갔던 아이들 중 하나가 문득 소나무를 궁금해하며 다시 냇가를 찾아갔습니다. 소나무가 있던 자리까지 아스팔트로 포장된 길이 나있었고 풀숲은 사라지고 냇물은 노래도 하지 않고 줄을 맞춰 흐르고 있었습니다.

그곳에 살던 송사리, 피라미, 미꾸라지, 소금쟁이, 꺽지, 퉁가리, 메기, 가재, 새우, 거머리, 잠자리, 나비, 거미, , 개구리, 동네 아이들과 이름 모를 무수히 많은 생물들은 모두 어디로 가버렸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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