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쉴래를 통해 오히려 부모가 성장하는 유쾌한 기억

 

박 환 순

 

`쉴래`는 상주에서 진행되고 있는 청소년인생학교의 이름이다. 우리 집의 큰 아이가 작년 한 해 동안 쉴래를 다니게 되었다. 모든 학교가 그러하듯이 학부모들에게 학교라는 곳은 조금은 긴장되고 불편하면서도 몹시 들여다보고 싶은 궁금한 곳이다. 우영이가 쉴래를 결정했을 때는 긴장감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더 컸다. 쉴래에서는 아이가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학교에서는 정해둔 내용을, 정해진 방식으로 가르치기 때문에 아이들은 거저 그 틀에 맞추어야 칭찬받고 인정받는 존재이다. 그러나 아이들 스스로 무엇을 배울지 선택하고 또 그 방식도 아이들에게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 쉴래의 모토였기에, 과연 어떻게 운영될까 호기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쉴래를 처음으로 마주한 것은 맞선에서였다. 상주지역의 다양한 모임에서 만났던 고수들을 쉴래라는 곳에서 우영이의 멘토로 마주하였다. 우영이의 고민은 무엇인지, 우영이는 무얼 배우고 싶은지 우영이의 인생학교 전반에 관련된 많은 얘기들이 오고갔다. 한바탕 웃음이 흐르기도 하고 우영이의 고민에 멘토들의 위로와 청소년기 자기 고백까지 이어지면서 아주 즐거운 시간이었다. 이렇게 우영이가 주인공이 되어, 배우고 싶은 내용과 방식들을 멘토들과 상의하여 디자인하는 과정이 쉴래의 시작이다. 맞선과 디자인과정을 보내는 것만으로도 쉴래가 얼마나 유쾌하고 행복한 배움의 시공간인지 금방 느낄 수 있다. 우영이는 포토샵 배우기, 만화 그림수업, 커피 배우기 등의 수업을 원했고, 멘토들과 어떤 것은 일주일마다 또 어떤 것은 2주에 한 번씩 하도록 일정을 정했다. 자기가 정한 것이니 당연히 열의도 만땅이고, 준비도 즐겁다.

 

우영이 위주의 선택수업 외에 쉴래에는 모든 구성원이 참여하는 필수 과정도 있다. 필수 과정에는 생각키우기몸살리기가 있는데, 이 과정은 부모들이 같이 참여한다. 우리 가족은 사정상 생각키우기에만 참여했다.

우리는 생각키우기의 첫 모임에 남편과 설레는 마음으로 참석했다. 일반 학교를 다니면서 부모참관수업을 한 적이 있다. 교실 뒤편에 서서 아이들을 지켜보고 있자면, 저 녀석이 뭐하나 자연스레 감독자의 위치가 되곤 했었다. 그런 경험 외에 학교라는 곳에서 아이랑 같이 무언가를 배운다는 것은 굉장히 낯선 경험이었다. 아이들이랑 같이 활동을 한다고 하지만, 그냥 부모로서 지켜만 보면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생각키우기는 예상과 달리 부모나 아이의 구별 없이 이루어지는 열린 배움터라고 할 만 했다. 그동안 자신의 생활을 돌아보고 소개하는 3분 스피치의 시간, 한 달 동안 내면을 기록했던 생활 글 중에서 몇 가지를 읽고 소개하는 시간, 정해진 책에 대해서 여러 가지의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 독서 나눔까지 많은 것들을 함께하는 시간이다. 모임의 시간이 꽤나 오랜 시간 진행되고 바쁜 일상 속에서 미리 준비해야 하는 부담감도 컸지만, 나에게는 아주 색다른 즐거움의 공간이었다.

 

오십이 넘어 삶에 지치다 보니 내 일상의 잔잔한 글들을 적어본지도 꽤나 오래되었다. 생각키우기를 통해 글을 적고 싶다는 욕구들을 비로소 조금씩 시도해볼 수 있었다. 나이가 들고 나니 배움에도 게으름이 생기고 어찌나 핑계가 많아지는지. 열공하면서 모범이 되고 싶었던 마음은 온 데 간 데 없고, 모임 하루 이틀 전에 허겁지겁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다반사였다. 물론 이것이 혼자만의 생각에 그쳤다면 담에 해야지 하면서 또 하염없이 미뤄졌을 것이다. 그렇게 모인 글들이 지나고 나니 꽤나 쌓였다. 따뜻한 햇살에 감동하면서 글을 남기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 속상하고 서운한 마음들을 풀어내기도 하고, 농사를 지으면서 힘들고 지친 마음을 조금씩 펼치면서 위로를 받기도 했다. 카톡이나 페북에서 순간적인 감정을 표시하는데 그쳤던 글쓰기가 시간과 마음을 보태어 길게 적다보니 은근히 마음의 가벼워지고 힐링의 시간이 되기도 하였다.

 

생각키우기를 통해 내가 글을 적는 것도 참 좋은 경험이었지만, 더 좋았던 것은 다른 사람의 글을 들어보는 시간이었다. 다른 부모들이 글을 읽는 시간에는 평소와 다른 그를 이해하고 만나게 된다. 자기 얘기를 전하는 목소리의 톤이나 글을 읽는 속도를 따라 가노라면, 평상시에 알지 못했던 그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느낌이다. 아이를 걱정하는 애잔함도 보이고, 그러면서 힘든 일상을 견디는 고단함에 안타까움이 들기도 한다. 커피 한잔 하면서 무심코 수다를 떨 때와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생각키우기에서 만나는 우영이는 그래서 더욱 다양한 모습이다. 집에서 같이 생활하는 가족이라고 하지만, 자신의 내면을 나누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우영이가 자신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나는 울컥했다. 심지어 사람들 앞에서 한참이나 눈물을 쏟기도 했었다. 꼬맹이가 이렇게 성장해서 엄마를 이해하고 있었다니... 한참 경제적으로 어려웠던 그 때도 알면서 모른척했구나... 둥이를 보낸 후 꿈에서도 보고 싶을 만큼, 그렇게 오래도록 그리움으로 힘들었구나... 우영이의 마음을 비로소 알게 된 경우가 많았다. 생각키우기에서 만난 남편에 대한 생경한 느낌도 잊을 수가 없다. 우리 집의 포도 농사는 최근 2년 동안 내리 어려움을 겪었었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내심 충격도 있었고 마음의 상처도 생겼지만, 20여 년을 함께 지내다보니 서로를 보듬고 위로하기 보다는 내 아픔을 보지 못하는 상대방을 비난하기 일쑤였다. 그가 적은 자신의 마음을 들으면서 미안하고 때론 고맙고, 여러 가지 생각이 들고나고 하였다. 포도밭 한 구석에서 혼자 울었다는 그를 생각하니 그렇게 안쓰러울 수가 없었다. 어쩌면 나보다 더 힘들고 외로웠구나 싶다. 한번쯤 우두커니 서 있는 그를 챙겼더라면 하는 후회가 들기도 했다.

 

그렇게 쉴래를 통해 우리 가족은 서로 위로받고 또 격려하면서 한 해 동안 같이 성장했다. 지금은 생각키우기처럼 아주 간단하게나마 가족 모임을 이어가고 있다. 자리가 마련되니, 무뚝뚝하던 경상도 사람들의 입이 열리고, 마음이 열린다. 서로를 좀 더 알게 되면서 이해도 늘어나고, 아끼고 염려하는 마음도 더 커지는 것 같다. 우영이도 그렇지만 동생인 정현이도 자신의 마음을 편하게 드러내 보이게 되었다. 아이들이 엄마아빠에게 무언가를 얘기하고 어떠냐고 생각을 물어보는 일이 더 잦아졌다. 이걸 자랑해야 하나 싶지만 자꾸 행복하고 또 행복하다.

 

어쩌면 쉴래를 통해 제대로 배우는

 

즐거움을 느낀 것은 우영이보다 남편과 내가 아니었을까. 나이 먹고서 고집불통에 완고한 나를 누가 이렇게 따뜻하게 안아줄 수 있을까. 힘들고 바쁘다고 투덜거리면서 보냈던 일 년 동안의 쉴래가 이렇게 가족의 성장치유 프로그램이 되었다. 쉴래의 부모 참여는 그냥 아이가 잘하는지 지켜보는 수동적인 참여가 아니다. 부모 역시 적극적으로 고민하고 생각하고 또 성장하면서 아이와 교감하는 그런 배움이다. 쉴래로 인한 성장이 내 인생의 소중한 단비가 될 듯하다. 나만 누리기에는 너무나 아쉽다. 자신의 성장에 목마른 분들은 쉴래의 문을 두드러 보시길 권한다. 색다른 즐거움과 유쾌한 경험이 기다릴 것이다. 권한다

 

박환순

모동면에서 포도농사를 짓는 농부.

산골에서 내공 깊은 아줌마가 되어, 인생에서 힘든 순간 멘토가 되고 싶은 소망이 있음.

타로를 통해 마음의 고민들을 풀어주는 취미가 있음.

hwansu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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