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정철의 질구내 우화
2018.03.19 11:18

질구내 寓話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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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구내 寓話 2

 

황정철

 

- ? 내 나이 말이라?

- 검버섯은 성성해도 귀는 아직도 생생한께 그키나 크기 지낄 거는 아니고, 오랜만에 댓거리를 해주는 사람을 만나니 좋아서 추임새 넣은 거라 생각하믄 되겠구마는.

그렁께 내 나가 몇인가 묻는 기라, 시방? 달력도 없이 어떻게 그걸 해마다 세는감? 대보름 동제 지내는 걸로다가 나이를 덧셈해서 백하고도 여나문 개까진 셌는데 낭중에는 귀찮고 정신 사나봐서 고마 치아뿌럿지. 그기 하매 언제적 일인가배. 글씨, 한 칠백 살쯤 됐을라나. 아따 내가 생각해도 징하게 살았네, 참말로.

- 하이구, 그런 소릴랑은 늙은이 욕뵈는 말이지. 살긴 뭐 얼마나 더 살라고 축수하고 그캐여. 안 그래도 해 저물 때마다 저승도 저리 어두울라나 싶고, 뒤숭숭한 꿈이라도 꾸고 난 아침에 동녘에 해 뜨는 걸 보민서 이제 이 세상이 어제의 저세상인가보다 싶어서 뻣뻣한 고개를 돌려 먼 산으로 몇 번이나 눈길을 옮기는구만.

- 인제 고마 가야지. 이래 몸이 상해서 쎄멘으로 땜질한 채로 숭허게 살마 울매나 산다고. 남사시럽게...

- 사진은 우쨀라고 찍는다나. 다 늙어 껍디기도 상하고 몸도 못 가눠서 지팽이 짚고 서있어가이고 흉물스럽기만 한 걸.

오래 사는 기 자랑이 아이라 욕이라, 숭하다고 남들 욕해여.

- 좋거나 어쨌거나 그건 모르겠지만, 세상 참 마이 달라지긴 달라졌지, 암만.

옛날에는 동네 아들 맨날 여게 와서 나한테 기어오르고 뛰어내리고 새집 찾아 알 훔치며 놀디마는,

들에 갔다 오는 남정네들도, 밭에 댕기 오던 안네들도 내가 깔아놓은 그림자 위에 앉아 쉬다가 가고 일없이 돌아다니던 닭들도 괜히 내 발치를 간질이던 벌레 찾아 쪼고 하더니, 인제 마실에는 짝도 없는 안늙은네들만 오롯이 남아가이고, 오는 사람 가는 사람은커녕 하다못해 똥강새이들도 하나 댕기는 기 없으이.

아무튼지 간에 사람이든 짐승이든 초목이든 정도 이상 살아가마 욕보는 기라. 남 보기에 숭헌 기라. 내 스스로 보기에도 서글픈 기라.

- 시상 좋아진 게 뭐 있을까봐.

내 턱 밑을 지나가는 전화선에 귀대고 들어 봤지만 걱정거리만 오고가느라 바빠 서로 좋아할 소릴랑은 없고, 참새들이라도 들락거리며 저들끼리 지끼는 소리 들어본께 맨날 숭한 소식만 있더구만. 누가 싸우고 누가 죽고 오만 가지 사고소식이며어데 좋은 일보다 나쁜 일만 있는 거 같더만.

좋기야 옛날로 갈수록 좋았지. 어데 뙤놈 왜놈 쳐들어온다는 소리만 없으만, 때 맞춰 일하고 시절 맞아 놀고, 날 더우면 그늘 밑에 와서 낮잠도 자고 겨울되마 뜨뜻한 아랫목에 몸 지지며 쉬고, 딴 데 신경 안 쓴께 부부 금실 좋아지고 그카다보이 자손들 늘고, 사는 기 그런데서 낙을 찾는 거지, 뭐 별스럽게 좋은 거 찾아 입고 먹고 한다고 좋은 쌀 수 있나. 참말로 거꾸로 거슬러가는 시간은 없을랑가…….

그래, 어여 들어가봐. 이 시간도 예전 같으면 밥 익어가는 김인지 솔가지 군불 때는 연긴지 구별 안되도록 마실이 안돈하게 덮였는데, 그 속으로 들어가는 뒷모습들이 보기만 해도 내 마음이 참 편안했는데, 이젠 길가 가로등 생겨 동네 불빛은 더 훤해도 사람 보기는 더 어려워. 아이들 부르는 소리도 없고 밥 달라고 보채는 송아지 소리도 사라지고 말이지.

- 그키, 하늘이 꾸무리한 것이 비라도 한질금할 거 같은데, 봄가뭄엔 몇 질 보약보다 더 나은 비인 게지.

어여 들어가. 비도 요새 비는 미세먼지다 산성비다 해서 몸에는 해롭다칸께.

 

질구내우화2_느티나무 세로 4-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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