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책 셀 번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아낌없이 주기만 하기 보다는 주고 또 받고 싶은 아이들"
새학기가 시작되는 3월 드디어 가정독서모임이 시작,
책을 읽는 아이들은 신기하고 친구들과 논다는 생각에 그저 즐거웠을 수도 있지만, 준비하는 엄마는 마음이 두근두근 콩닥콩닥한다.
책을 읽는데 어떠한 법칙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독서 모임을 어떻게 해야 한다는 교과서 같은 것이 있지 않으니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기대반, 걱정반... 그럼에도 함께 하니 일단 눈감고 첫발을 뗀다.
농번기가 되면 바빠지는 개인 사정상 조금 한가한 3월 첫모임을 우리 집에서 가졌다. 엄마들이 선택하고 아이들이 함께 읽은 첫 책은 셀 번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 , 안 읽어도 읽었다고 착각이 들만큼 유명한 책이다. 개인적으로 내가 이 책을 중학교 들어가면서 읽었으니.. 초등학생이 된 딸아이와 딸아이의 친구와 함께 읽는다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사전에 각 가정에서 주지시킨 대로 아이들은 노트에 자신이 책을 읽고 적은 질문 보따리를 만들어 왔으니 이젠 그 보따리를 다 함께 풀어 본다.
아이들이 풀어놓은 보따리 속 책 이야기들은 질문이었지만, 다양한 대답들이 현장에서 쏟아져 나오니 풀린 보따리를 다시 채우는 느낌이 든다.
질문 세 가지를 기준으로 더 하기도 덜 하기도 했지만, 같은 책을 읽은지라 비슷한 내용의 질문도 많았고, 질문이 하나 던져지면 여섯 아이 모두 각자의 답을 하고 싶어하니..질문이 채 한 바퀴 돌기 전에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서로 같은 생각에 동감, 서로 다른 느낌에 이해를 더해 가다 보니..어느 누구 할 것 없이 책 속으로 쑥 빠져 들어간다.
아이들의 질문 보따리에서 나온 이야기를 복기해 보면,
1.각자가 아낌없이 무언가를 누군가에게 주어서 기분이 좋았던 기억들이 있었다.
2. 소년과 나무가 입장이 바뀐다면 나는?
소년이 나(나무)에게 하는 거 봐서 줄건 주겠다는 입장, 아낌없이 주기만 하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많이 가지고 있었다.
3. 소년은 늘 혼자라는 점..왜 보살펴 주는 사람없이 나무에게 의지했을까..라는 질문에 각자 생각이 많은 아이들이다.
함께 준비한 노트에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아이들은 생경한 재미를 경험한 듯 보였고, 스스로 준비해온 걸 풀어놓고 나누는 시간을 통해 준비한 엄마 못지 않게 뿌듯해 하는 듯했다. 보통의 독서모임은 읽고난 후기나 소회를 읇조리기 마련인데..책을 본 후 다양한 질문들을 만들기를 하다 보니, 자신들이 읽은 책 안으로 다시 들어갈 수밖에 없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스스로 하나씩 정리를 해 나가는 듯한 모습을 엿 볼 수 있었다. 대화 속에서 꾸준히 언급되는 주고 받는 문제에 대해 무조건 누구에게 무언가를 주는 것보다는 주는 기쁨과 함께 받는 기쁨을 놓치고 싶지 않다는 소박한 욕심에 아이들의 건강함이 녹아 있다는 생각을 갖게 했다.
첫 모임이라 신기하기도 하고 긴장감도 있어서 그런 것이기도 하겠지만, 아이들은 책보다는 책모임에 더 흥분했고, 준비한 나 역시 아이들과 함께 말로 응집할 수 없는 무언가를 나눈 시간이었다. 책모임을 끝내고 준비해온 간식을 나누면서... 어느새 책밖 자기들만의 세계에 빠져드는 아이들을 보며 즐거워해서 좋다. 함께 좋아해서 더 좋다는 생각을 했다.
- 2017년 4월 상언엄마
사진 설명 : 각자 집에서 준비해온 간식을 나눠 먹은 아이들. 읽는 재미가 아무리 좋아도 먹는 재미를 따라갈 수 없는 아이들이니까..함께 나눠 먹는 간식은 책만큼이나 중요하다.
글 그림 : 쉘 실버스타인
출판사 : 시공주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