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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철

 

아버지와도 동업은 하지 말아라.”

 

흔히 듣는 말이다백지장도 맞들면 낫고종종 부지깽이가 아쉽기도 하니 틀린 말 아닌가함께 일하다 갈라서는 사람들을 자주 보니 맞기도 하다심지어 형제가 다투고 같은 일로 경쟁하기도 한다미국 회사의 제품을 취급한 적이 있는데 세계에서 딱 두 회사만 만드는 틈새 상품이었다재미있게도 두 회사의 사장이 형제간이었다시장을 독점하기 위해 사업체를 나눠 운영한다고 짐작했는데 틀렸다믿지 못할 만큼 사이가 나빴다차고에서 창업한 형제가 꽤나 성공을 거둔 후 견원지간이 되었다주변에서 이런 일을 심심치 않게 보니 동업이 어렵다고 이야기하는 듯하다필요로 시작해서 곧잘 좋지 않게 끝나고 마는 이유는 그 관계의 수만큼 많겠지만 무언가 보편적인 원인도 있을 법하다

 

사회학자들이 도덕성에 관해 연구했다. “당신의 도덕성은 평균 이상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어떻게 답하는지 조사했다민족과 국가에 상관 없이 약 80% 내외가 스스로 평균 이상의 도덕성을 지녔다고 평가했다평가와 현실이 정확하게 일치한다면 수학적으로 50%무려 30% 가까이가 자신의 도덕성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한 셈이다나쁘게 말하면 퍽이나 많은 사람이 착각 속에 산다도덕성 뿐만 아니라 가치 판단이 필요한 부분에서는 대체로 이런 경향이 생긴다고 봐야 옳다.

 

여기서 약간의 실마리가 보인다어떤 관계이거나 한쪽이 상대보다 훨씬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사실이 그렇더라도 다툼의 소지가 큰데실제와 다르게 높이 평가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되겠는가게다가 상대방은 오히려 자신이 더 잘한다고 느낀다면이념과 행동에서도 비슷한 편향이 보인다가끔 자신의 신념과 이념대로 살지만 자신을 그 가끔에 맞춰 평가한다.

 

부와 권력이 커지면 대체로 더 무례하고 비합리적으로 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악독한 부자를 놓고 독해서 부자가 되었는지 부자가 되어서 독해졌는지 따지자면 후자의 경향이 크다는 말이다예수는 부자가 천국에 갈 수 없다고 그 옛날에 간파했다낙타는 바늘귀를 지나갈 수 없다국가나 기업의 정책을 결정하는 자리엔 부와 권력이 집중되기 마련이니 그 결과가 수준 이하로 나오기 쉬운 이유인지 모르겠다최소한 자신의 도덕성을 지나치도록 좋게 평가하는 경향과 높은 자리에 갈수록 비도덕적으로 되는 현상은 모두 불합리한 사회 구조의 주요 원인이다.

 

스스로 세계 경찰을 자임하고 최고의 덕성을 지녔다는 미국이 이를 뚜렷하게 보여 준다북한과 정상회담을 앞두고 부통령을 포함한 여러 고위 관리들이 리비아처럼 무너뜨릴 수도 있다고 겁박한다협상을 앞둔 상대에게 대단히 무례한 태도다스스로는 이를 무례로 인지하지 못 한다미국은 최근 이란과의 핵협정도 일방적으로 파기했다. UN안정보장이사회 5국과 독일이 함께 약속한 협정이다증거도 없이 이란이 협정 내용을 이행하지 않는다는 주장만으로 그렇게 했다미국 외의 국가들이 협정을 계속 유지하기로 한 사실을 보면 미국의 억지가 드러난다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합의한 UN안전보장이사회의 합의를 깨고 대사관을 예루살렘으로 옮긴 건 어떤가

 

이런 미국이 북한더러 핵무기와 생산시설을 완벽하게 폐기하면 평화를 보장한다고 한다아무 때나 수틀리면 찢어버릴 계약서를 믿고 목숨을 내걸 사람은 없다합의점이 멀 때는 한걸음씩 행동으로 보여주며 협상을 해나가야 한다서로 증거를 보여라 주장이 맞설 때는 힘 있는 자가 먼저 양보하는 것이 상식이다. 현실에서는 약자가 먼저 구부려야 하는 상황이 대부분이니 이상은 멀다. 북한이 현실에 순응하기로 했는지 뜻밖에 억류(북한 입장에서는 간첩 등 죄수) 중이던 미국인 3명을 석방하고, 핵실험 시설도 폐기했다. 미국의 화답은 정상회담 취소다. 말이 지나치다는 게 이유다. 트럼프가 김정은에게 보낸 취소를 통보하는 서신에 우리는 너희보다 핵무기가 훨씬 많다는 문구도 있다. 이 상황에도 트럼프가 잘했다는 사람이 적지 않다, 미국도 아닌 한국에. 미국 매파의 입김이 그만큼 큰지, 협상에서 더 유리한 조건을 얻기 위한 허풍인지 알 수 없다. 미국에 기대서 평화를 얻기 힘들다는 점은 확실해 보인다.   

 

인류는 협업으로 이룬 문명을 전쟁으로 쓸어버리는 역사를 많이 겪었다. 큰 전쟁이 다시 난다면 지금껏 보지 못한 수준이리라는 점 누구나 짐작할 수 있다현실을 보거나 연구 결과를 보거나 우리는 생각보다 잘 살고 있지 않다최소한 조화롭게 사는 데는 서툴다나눠 쓰면 모두가 갈등 없이 풍족하게 살고도 남는데, 도덕적으로 80% 가 평균 이상인 사람들이 그렇게 못 한다. 도덕적으로 완벽하다던 이모씨보다 낫다고 평균 이상이 되지는 않느다. 사회를 이루고 살아가는 인간에게 착각은 자유가 아니다전쟁 없이 평화로운 세상을 이루는 일은 인류의 당위다. 남과 북이 힘을 합쳐 상생하자면 어떻게 믿고라는 목소리가 크지만 정작 못 믿을 사람은 자신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상대를 충분히 배려하면 동업은 언제나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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