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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물고기야 Fish is fish」 (레오리오니 그림/글 . 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치원에 다니는 저희 아이들은 이런 말을 자주합니다. 내가 새였으면, 내가 돌고래였으면, 내가 개미였으면, 내가 초등학교 형아였으면, 내가 어른이었으면. 자신이 아닌 다른 존재의 삶을 동경하는 거겠지요. 우리 어른들은 어떨까요? 내가 누구 같은 몸매를 가졌으면, 누구만큼 예뻤으면, 누구만큼 돈이 많았으면, 누구만큼 성공했으면. 아이들의 그것에 비하면 참으로 현실적이지만 자기 발전적 측면으로 본다면 이런 저런 생각들도 그리 나쁘진 않을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비현실적이고 과도한 동경을 하다간 죽을 수도 있습니다. 바로 「물고기는 물고기야」에 나오는 물고기 처럼요.

 

어느 숲속 연못에 작은 물고기와 올챙이가 살았습니다. 둘은 둘도 없는 친한 친구였어요. 어느 날부터인가 올챙이는 앞다리가 쑤욱~ 뒷다리가 쑤욱~ 점점 개구리가 되어 갑니다. 하지만 물고기는 본인과 비슷한 물고기 모양이었던 올챙이가 개구리가 되가는 모습에 왠지 모를 질투가 나서인지 믿지 않습니다. “말도 안 돼! 어젯밤만 해도 너도 나처럼 작은 물고기였잖아. 어떻게 밤새 개구리가 된단 말이니?” 그렇게 티격태격. 그리고 올챙이는 말합니다. “개구리는 개구리고, 물고기는 물고기야. 아무리 싸워봐야 소용없어!”

 

완전히 개구리로 성장한 올챙이는 연못을 나와 강둑으로 올라가고 땅에서 살게 되지요. 개구리는 여기 저기 세상구경을 하고 어느 날 연못으로 돌아옵니다. 그리고는 연못에서 지내고 있던 물고기에게 자신이 봤던 신기한 것들(새, 젖소, 그리고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지요. 개구리의 이야기를 듣고 물고기는 개구리가 말해준 신기한 것들을 실제로 보고 싶은 마음에 잠을 못 이루는 정도가 됩니다. 그리고 마.침.내. 연못탈출을 강행! 무슨 수를 쓰더라도 자기도 세상구경을 하고야 말겠다는 당찬 각오로 꼬리를 힘차게 펄떡거려 연못에서 둑으로 뛰어올라 땅으로 올라가는데 성공합니다.

그러나 성공의 기쁨을 누릴 새도 없이 물고기가 땅으로 올라오자마자 뱉은 첫 마디. “도와주세요..” 그것도 아주 가냘프게 신음하며. 천만다행으로 근처에 있던 개구리가 와서 구해줍니다. 물고기가 그렇게 벗어나고 싶어 했던 연못 속으로 다시 밀어 넣어 주지요. 연못으로 돌아간 물고기는 한동안 정신을 못 차리다가 마침내 숨을 쉴 수 있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나 간절히 벗어나고 싶던 연못 속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요. 물고기는 미소를 지으며 개구리에게 말합니다. “네 말이 맞았어. 물고기는 물고기야!”

 

최근 접했던 기사 중 여고 동창 살인사건. 유명 TV프로그램에서도 다루었던 사건인데, 엄마가 세 살 그리고 10개월 된 두 아이를 죽이고 자살한 것인 줄 알았던 것이 알고 보니 엄마의 여고 동창생이 저지른 일이라는 내용이더군요. 그리고 그녀의 살해동기. “내 인생은 비참한데, 동창은 너무 행복해 보였다.” 기사의 후반부에 나오는 너무나 슬프고 처절한 살해동기를 읽고 마음이 쿵! 하고 내려앉는 것 같았습니다. 타인의 삶에 대한 동경으로 인해, 나와 타인을 비교하는 마음으로 인해, 물고기처럼 자신이 죽을 뻔! 할 수도 혹은 개구리를 죽일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지요. 미혼인 상태로 자취방 생활을 하고 있던 그녀에게 평소 자신보다 못하다고 생각한 친구가 번듯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모습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던 모양입니다. ‘나’라는 존재의 기준을 ‘결혼’과 ‘집’에 두고 산다면 그 반대의 조건들은 질투와 열등감, 그리고 분노가 작동하기에 충분하겠지요.

 

심리학에서 말하는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절대적 기준에서의 ‘나’의 존재, 그리고 ‘지금, 여기 Here and now’가 중요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하다면, 굳이 긴 설명이 필요 없이, 그림책 「물고기는 물고기야 Fish is fish」(1970)에서 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어른도 푹 빠질 만한 매력적이고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레오 리오니는 네덜란드 태생의 작가입니다. 그는 이탈리아와 미국 등지에서 화가, 조각가, 사진작가, 그래픽 디자이너, 아트디렉터로 활동을 하다가 노년이 되어서야 손자들을 위해 즉흥적으로 잡지를 찢어서 만들었던 첫 그림책 「파랑이와 노랑이 Little blue and little yellow」(1959)로 뉴욕타임즈 최고그림책상을 받으며 그림책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인생의 후반기에 그림책 작가로 활동을 해서인지 여러 작품에서 철학적인 주제들을 다루고 있지만 전혀 ‘꼰대’ 같지 않은 글로 아이들에게 그리고 어른들의 마음에 심오한 메시지를 던지며 울림을 주는 그림책 작가 중 한분입니다. 앞으로 몇 번 더 레오 리오니의 다양한 그림책을 다루는 여정을 통해 여러분과 함께 때로는 소소하게 생각하기 혹은 거창하게 철학하기를 희망해봅니다.

 

 

 

이연주(그림책심리지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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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쫌샘 2018.06.14 20:26
    맛있게 잘 쓴 글이네요. 글솜씨가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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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리장 2018.06.17 06:34
    '물고기는 물고기야.' 랑
    '물고기는 물고기일뿐이야'랑 어감이 다른네요..
    책도 책을 소개하는 글도 너무 맛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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