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영 칼럼
2015.09.30 16:15

[진영칼럼]밤 밤

조회 수 365 추천 수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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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두부터 시작이다. 앵두 따던 지금보다 훨씬 작고 포동포동하던 손을 기억하며.

 초여름 자두가 보이기 시작하면 우리 집 큰 자두나무에 올망졸망 열리던, 따다가 따다가 나무 위로 올라가 가지를 쥐어흔들기를 며칠 간격으로 반복해야 자두가 다 따지는, 한 쟁반 담아와서 터지고 벌레 먹은 것, 너무 잘 익어 말랑말랑한 것부터 먹고 가장 크고 빨가면서도 단단한 걸 마지막 입가심으로 베어 물고는 향기롭고 노오란 자두 속살을 바라보던 게 생각이 난다. 얼마나 원 없이 먹어댔는지 겨우 몇 개 사서 먹을 수 있는 지금은 가장 아쉽고 그리운 과일이 자두다.
 자두를 그렇게 먹고 나면 시장에 노란 옥수수 나오길 기다리고 기다렸다가 한 집 건너 한집도 아닌 나물전 어물전 순대집 떡집 할 것 없이 가게 앞 길가 곤로에 올려진 양은 들통 위 쟁반 뚜껑에 놓인, 뭘 알긴 아는지 쭉 지나쳐 가며 구경하다 맘에 드는 옥수수 하나 사 얻어 한 손엔 옥수수 한 손은 할머니 손 엄마 손 할아버지 손잡으며 집에 오던 때도 떠오른다.
 노란 옥수수 다음엔 알록달록 찰옥수수를 그렇게 또 먹고.
 여름이 가나 싶으면 집 마당에 열린 포도도 따서 먹었는데 시고 시어서 시다 시그럽다 시그러버여 하며...지금 이순간에도 입안에 침이 고인다. 

 "할머니, 밤 따러 언제가여?"
 다음날
 "할아버지, 밤 따러 언제 가요?"
 그 다음날도...

 학교 갔다 와서 집안에 아무도 없으면 뒷마당으로 달려간다. 밤이 쌓이기 시작하고 옆집 준우네 할머니 김상무네 할머니 동광병원 할머니 피아노 선생님 모두 모여 밤을 깐다. 나는 밤 까는 장갑 엄지손가락에 손가락이 세 개나 들어가지만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같이 밤을 깐다. 몇 개나 깠겠냐만은 그래도 집에 아줌마들 할머니들이 놀러 오시는 게 즐거워 학교에서도 집에 가 밤 깔 생각만 했던 것 같다. 자두 따 담던 크고 깊은 고무대야에 밤 모래 밤 모래 이렇게 밤을 묻고는 가을 내내 밤을 먹는다.
 저녁을 먹고 밤이 되면 잘 쪄진 밤을 칼로 껍질을 까서 노오란 알맹이만 내 입에 쏙 넣어주실 때 날 바라보시던 할머니 눈빛과 미소가 생생하다. 우리 집 밤은 유일하게 내가 일등이고 할아버지가 이등. 
 곧 할머니 힘드실까 봐 또는 기다리지 못해 칼로 반 갈라주신 걸 티스푼으로 퍼서 한입 두입 원 없이 먹었다. 
 지금은 밤을 내가 까서 그래도 일등으로는 먹고 이등으로 랄랄라 입에 넣어주는데 할머니 할아버지께 백개라도 쉬지 않고 까서 입에 넣어드리고 싶은 맘에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나려고 한다. 
 자두나무는 태풍 왔을 때 뒷집 지영이네 양옥집 이층 난간을 무너뜨려 베어버렸는지 그 이후에 병이 와 죽어서 베었는지 없고 밤산은 팔아 내 자취방을 얻어주셨고 활기 넘치던 시장 골목은 옛날과 많이 달라졌지만 이렇게 그리워하며 단숨에 걸어가 볼 수 있게 된 걸 또 감사한다. 

 앵두, 자두, 포도, 옥수수, 밤. 나는 입으로 먹고만 자란 게 아니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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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봄 2015.09.30 16:46
    나도 밤을 좋아하는 딸에게 찌자 마자 따뜻한 밤을 까서 접시에 수북하게 쌓아놓고 딸을 불러요.
    옆에 앉아 홀랑홀랑 집어 먹는 딸이랑 이런저런 이야기꽃을 피우던 때가 그립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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