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숙정
2018.07.26 09:26

텃밭이 건네는 말 - 정숙정 칼럼

조회 수 484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오래전부터 텃밭과 돌담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라는 책을 읽은 후 생긴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시내를 벗어나면 학교, 병원 같은 시설 이용이 어려울 거 같아 시내에 작은 텃밭을 구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해보니 풀 뽑는 일만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여러 가지로 투입이 많다 보니 ‘농산물은  먹는 게 남는 거다’ 하는 생각이 저절로 듭니다. 그런데 텃밭을 가꿀수록 돈으로 따지지 못하는 귀한 가치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밭에는 별별 생물들이 다 나옵니다. 이름은 친숙해도 자연에서 만난 적 없던 생물들도 많습니다. 귀한 맹꽁이도 있고, 거짓말 조금 보태서 뱀 만한 지렁이도 있습니다. 이런 생물들을 집안에서 봤더라면 놀라 소리를 지르고 당장 때려잡으려 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밭에서 만나는 생물들은 만질 수 있을 정도로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밭에 곤충이 많아서 그런지 새들도 연신 들락거리며 먹이를 먹고 시끄럽게 지저귑니다.
 

상추와 고추, 가지를 심어두니 여름 반찬을 걱정할 필요가 없습니다. 야채를 넉넉하게 심어두면 만나는 사람마다 인정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오늘은 애호박을 다섯 개나 땄습니다. 딸 때마다 정겨운 얼굴이 하나씩 떠오릅니다. 하나는 엄마 드리고, 하나는 언니 주고, 하나는 이웃에 주고, 하나는 친구 주고 하는 식입니다. 이렇게 텃밭을 가꾸다 보니 마음도 자라는 거 같습니다.


20180725_165049.jpg

 

그런데 오늘 애호박을 찾으려고 호박잎을 마구 들추다가 깊은 덤불 속에  하니 자리 잡은 중년 호박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그 순간 “쉿~!” 중년 호박이 못 본 걸로 하라고 주의를 줍니다. 저는 원래대로 호박잎을 덮어 두고 조용한 발걸음으로 나왔습니다. 가부좌를 틀고 앉은 호박은 다시 명상에 들어갔겠지요? 저 호박은 저렇게 조용히 익어갈 것입니다. 몸 가득 호박씨를 품고서요. 조용한 그늘 속에서 호박이 익을 수 있도록 호박잎과 키 큰 풀들이 도와줍니다. 찬바람이 불어 호박잎과 풀이 시들면, 그제야 누런 얼굴이 드러날 것입니다. 단단히 익은 늙은 호박은 밖에서 겨울을 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봄이 되면 호박이 품고 있던 씨앗은 생명활동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아마 그날을 위해 저 호박이 묵묵히 밭을 뒹굴며 한 여름을 조용히 견디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호박 뿐이 아닙니다. 모든 식물들이 씨앗을 지키려고 참으로 애를 쓰는 거 같습니다. 방울토마토를 키워보니, 제 몸이 다 야윌 때까지 열매를 붙잡고 있더군요. 서리가 내릴 때까지 빨간 열매를 달고 있는 식물을 보면 기특합니다. 저는 제 마음을 들여다봅니다. 늘 동동거리며 뭔가를 하려는 마음입니다. 그러나 아이들은 가만히 있어주는 부모를 바랐을지도 모릅니다. 사실 아이들과 함께 밭을 가꾸고 아이들에게 건강한 먹거리를 주고 싶어 텃밭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밭을 망친다거나 모기에 물린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텃밭활동을 할 기회를 자주 주지 못했습니다.
 

오늘 해거름에는 아이들과 함께 밭에 물을 주도록 해야겠습니다. 그리고 덤불 어딘가에 앉아있는 엄마호박 이야기를 들려주어야겠습니다. 엄마호박이 씨앗을 품고 어떤 기도를 올리고 있는지 생각해보자고 하렵니다. 아마도 ‘소중한 씨앗을 잘 키워내는 지혜롭고 건강한 부모가 되도록 해달라고 기도하지 않을까?’ 하고 물어보렵니다. 아이들은 그 기도가 곧 모든 부모들의 마음이기도 한 것을 금방 눈치 챌 것입니다.

자동이체후원.png

  1. 돌봄농장과 사회적 농업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적 수요가 다변화하여 전통적인 농업생산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축소되는 반면 전후방 연관효과가 큰 산업과 연계하여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사회적 약자 포용을 위한 사회적농업 출현이 구체화되고 있으며 경북도...
    Date2018.09.27 Category김연희 칼럼 Reply1 Votes2 file
    Read More
  2. 동학혁명 정신으로 통일을 - 고창근(소설가, 상주동학문학제위원장)

    먼저 다음 글을 읽어 보자 "이날 밤에 황간에 머무는 일본 육군 보병 소위 구와하라(桑原)씨는 나이 27세로 성실하고 신중하며 엄중하고 꼼꼼하며 두루 살펴 한 번 보았는데도 오랜 친구 같아서 함께 죽기를 다짐하였다." "일본장교들과 서로 작별하였다. 미야...
    Date2018.09.06 Category고창근 칼럼 Reply0 Votes1 file
    Read More
  3. “평생 안하던 짓을 이제 하려니 그게 돼야 말이지요”

    얼마 전 친구 부부가 심각하게 다투는 자리에 민망하게도 함께 있게 되었다. 친구와 남편은 둘 다 맞벌이 부부로 살았다. 친구가 먼저 은퇴를 했고 남편은 얼마 전에 은퇴했다. 두 사람은 드물게 다정한 부부여서 여러 사람의 부러움을 샀다. 그런데, 남편이 ...
    Date2018.09.04 Category김혜련 칼럼 Reply2 Votes2 file
    Read More
  4. 치국대도의 설계, 그 출발은 통합관광플렛폼

    이번 호는 농촌체험관광 단상의 마지막으로 상주통합관광플렛폼의 필요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상주에 ‘곶감’ 말고 다른 거 없어요? 어디 가 볼 만한 곳은요?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경북 상주라는 것을 알게 되는 순간 많은 이들로부터 듣게 되는...
    Date2018.08.29 Category김연희 칼럼 Reply1 Votes2 file
    Read More
  5. 그림책으로 소소하게 혹은 거창하게 / 레오 리오니 시리즈(3) 마지막

    「세상에서 가장 큰 집 The Biggest House in the World」 (레오 리오니 글·그림, 이명희 옮김, 도서출판 마루벌) 혹시 이런 경험 있으신가요? 백화점 매장 거울에서 비춰본 내 모습이 꽤 괜찮아서, 게다가 지름신까지 강림하시어 옷을 샀는데 집에 와...
    Date2018.08.23 Category이연주 칼럼 Reply0 Votes1 file
    Read More
  6. 농촌체험관광 단상 -② 6차산업도 맞춤시대, 창의적 융복합

    지난 호에 이어 농촌체험관광과 관련하여 6차산업화의 다양한 분야를 소개하고자 한다. 농업의 ‘6차산업화’란 1차 농업생산을 기반하여 농산물 가공, 특산품 개발 등의 2차 산업화, 판매․ 음식․ 숙박․ 관광업 등 3차산업을 접목하여 부가가치를 향...
    Date2018.08.17 Category김연희 칼럼 Reply0 Votes1 file
    Read More
  7. 농촌체험관광 단상 -① 체험은 콘텐츠다

    우리 농촌은 체험관광 천국이다. 봄철 새콤달콤 딸기체험을 시작으로 토마토따기, 감자․고구마케기, 옥수수따기, 사과따기, 밤줍기 등 주로 농산물 수확시기에 맞춰 진행되는 단순한 체험에서부터, 체험관이나 규모화된 시설을 갖춘 농촌체험 휴양마을에서는 ...
    Date2018.08.06 Category김연희 칼럼 Reply0 Votes3 file
    Read More
  8. 상주동학혁명과 촛불혁명 - 고창근(소설가, 상주동학문학제위원장)

    1894년 9월 22일(음) 수백 명의 상주 백성들은 죽창과 낫 괭이 삽 등 농기구를 들고 상주 읍성으로 몰려갔다. 부패한 목사와 아전, 악독한 양반 지주들을 몰아내고 백성이 주인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목사는 이미 도망치고 없었고 아전들 또한 ...
    Date2018.08.01 Category고창근 칼럼 Reply0 Votes1 file
    Read More
  9. 그가 노인의 속도를 존중했을 때… !

    얼마 전 청리 쪽으로 가는 길이었다. 작은 삼거리에서 버스가 가로막고 있었다. 정거장도 아닌데 말이다. 잠시 기다렸으나 여전했다. 창을 열고 목을 내밀었다. 버스가 커브를 돌아야하는 길 옆으로 남루한 차림의 할아버지 한 분이 자전거를 끌고 가고 있었다...
    Date2018.07.31 Category김혜련 칼럼 Reply2 Votes1 file
    Read More
  10. 텃밭이 건네는 말 - 정숙정 칼럼

    오래전부터 텃밭과 돌담이 있는 집에서 살고 싶었습니다. 헬렌 니어링의 『조화로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라는 책을 읽은 후 생긴 꿈이었습니다. 그런데 시내를 벗어나면 학교, 병원 같은 시설 이용이 어려울 거 같아 시내에 작은 텃밭을 구했습니다. 그...
    Date2018.07.26 Category정숙정 Reply0 Votes1 file
    Read More
  11. 그림책으로 소소하게 혹은 거창하게 / 레오 리오니 시리즈(2) - 이연주(그림책심리지도사)

    「서서 걷는 악어 우뚝이 Cornelius」(레오 리오니 글·그림, 엄혜숙 옮김, 도서출판 마루벌) 얼마 전 7살 큰 아이가 유치원 활동을 위해 엄마 아빠 꿈을 알아야 한다며 엄마 꿈은 뭐냐고 묻더군요. 저는 좋은 선생님이 되는 것이라고 답을 해주었고 아...
    Date2018.07.25 Category이연주 칼럼 Reply0 Votes0 file
    Read More
  12. 행복한 마을로 가는 여정 - 다옳미래농업연구소장 김연희

    농업농촌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결과(2017)를 보면 농업인, 도시민 모두 농업농촌에 대한 중요성과 가치, 잠재력은 높게 평가하는 반면, 직업으로서는 농업에 대해 매우 부정적인 인식을 보여 주었다. 산업화․도시화로 국가 경제에서 농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
    Date2018.07.25 Category김연희 칼럼 Reply0 Votes1 file
    Read More
  13. 약국 자살 예방 사업 ? - 우윤구 칼럼

    자살은 의학적으로 정신과적 응급이다. 자살이 유전인지는 확실치 않고 다만 가족적 경향은 있다고 되어 있다. 세로토닌 결핍 등은 아직 신경화학적 이론의 단계이다. 자살시도율는 여자가 4배 이상 많고 자살성공율은 남자가 3배 이상 많다. 그래서 전체적으...
    Date2018.07.12 Category우윤구 Reply0 Votes0 file
    Read More
  14. 여성을 위한 나라는 있는가 -고창근(소설가, 상주동학문학제위원장)

    초등학생 둘을 가진 한 여성이 있었다. 착하고 살림 잘하고 인사성이 밝아 주위에 칭찬이 자자했다. 그러던 어느 날, 성실하고 자상하던 남편이 바람피우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 여성은 충격에 빠져 집을 뛰쳐나왔다. 평소에 잘해주던 남편이라 더욱 분노...
    Date2018.07.02 Category고창근 칼럼 Reply0 Votes1 file
    Read More
  15. '나이 듦', 살아내는 것 자체로 장엄한 일이다 -김혜련 칼럼

    올 해 만 육십이 되었다. 젊었을 때는 막연히 늙으면 더 성숙하고 지혜롭게 될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늙음의 지혜나 풍요는 다다라야 할 어떤 고귀한 경지지, 저절로 주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을 나이 들어가면서 절감한다. 나이 듦의 지혜나 원숙함이 지향...
    Date2018.07.02 Category김혜련 칼럼 Reply1 Votes1 file
    Read More
  16. 정답을 알고 푸는 문제가 이렇게 어려울 수가? -우윤구 칼럼

    6월16일 강진에서 행방불명이 된 여고생의 시신이 8일만인 24일 발견되었다.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부패된 알몸상태로 머리카락도 거의 다 훼손된 상태였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휴대전화가 꺼진 실종당일 오후 4시30분까지 행적이 일치하던 강력한 용의자 아...
    Date2018.06.27 Category우윤구 Reply0 Votes2 file
    Read More
  17. 김리라의 <공부 잘하게 해주는 빵> -

    큰아이가 3백원이 되던 작년 시작된 나눔과 책모임!! 저는 개인적인 일(셋째 출산ㅋㅋ)로 인해 엄마들이 돌아가며 봉사하는 형태는 참여하지 못하고 아이만 참여하게 하였는데요. 이 기회를 통해 배려해주신 다른 맘들께 미안한 마음과 감사 인사를 전합니다....
    Date2018.06.15 Category백원초 Book소리 Reply0 Votes0 file
    Read More
  18. 그림책으로 소소하게 혹은 거창하게 / 레오 리오니 시리즈(1)- 이연주 칼럼(그림책심리지도사)

    물고기는 물고기야 Fish is fish」 (레오리오니 그림/글 . 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유치원에 다니는 저희 아이들은 이런 말을 자주합니다. 내가 새였으면, 내가 돌고래였으면, 내가 개미였으면, 내가 초등학교 형아였으면, 내가 어른이었으면. 자신이 아닌 ...
    Date2018.06.14 Reply2 Votes2 file
    Read More
  19. 들풀 : 먹으면 나물, 뽑으면 잡초 - 모동의 김현 칼럼

    들풀이 그렇다. 나물로 먹을 생각에 똑.똑. 뜯다보면 참 고맙고 맛있어 보이는 친근한 나물인데 뽑아낼 생각으로 호미질을 하다보면 징글징글~ 힘든 노동의 대상인 잡초일 뿐이다. 명아주와 참비름 나물을 텃밭에서 장만하다 들어온 생각!!! 세상살이가 다 그...
    Date2018.06.13 Category김현 칼럼 Reply0 Votes1 file
    Read More
  20. No Image

    기자의 눈 - 선거는 끝이 아니고, 시작이다.

    상주시민의 대표를 선출하는 2018년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6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에 걸쳐 실시된 사전투표는 경북에서 세번째로 높은 29.25%의 투표율을 기록하여 이번 선거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얼마나 높은지를 알 수 있었다....
    Date2018.06.12 Reply0 Votes1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Next
/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