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의 그림 이야기
2019.02.08 11:17

이경재 작품전 – 내가 사랑한 제주 ‘귀향 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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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섭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전시실


오래된 삶을 그리며 파도의 본향을 노래하다 


미술평론가 김유정


1


본향(本鄕)은 원래의 고향, 즉 원고향(原故鄕)을 말한다. 나고 자라서 죽는 곳 말이다. 고향의 의미를 더욱 강하게 드러내는 본향은 제주사람들에게는 어머니와 같은 말이다. 그래서 제주의 마을엔 마을을 지키는 본향당이라는 성소(聖所)가 있고, 그 곳엔 ‘본향한집’이라는 신이 산다. 우리가 고향을 자주 생각하게 되는 것은 오랜 시간 같은 땅에서 살아온 익숙함이 있어서이다. 우리는 그것을 문화적 동질감이라고 하는데 같은 방식의 삶을 교감했던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마치 사라지지지 않는 향기처럼 문득문득 피어난다. 사실 고향은 통속적으로 어머니에 비유된다. 인간에겐 어머니를 향한 귀소(歸巢) 본능이 있다는 것이다. 애초에 어머니에게서 받은 문화적 감수성 때문인가.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를 하다가도 언젠가는 꼭 고향으로 돌아가리라는 생각, 고향엔 죽어서라도 꼭 오리라는 귀소성(歸巢性)은 어머니라는 대지에 대한 본능적 영성(靈性)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과거의 많은 시인 묵객들은 밤이 되면 더욱 고향 생각이 난다고들 했다. 그 가운데 이백(李白)의 <정야사(靜夜思)>는 고요한 밤의 고향을 생각하는 나그네의 심경이 잘 담겨있다.


침상 앞의 달빛은(牀前看月光)

땅에 내린 눈인가(疑是地上雪)

머리 들어 산에 걸린 달 바라보다(擧頭望山月)

고개 숙여 고향을 그리워하네(低頭思故鄕).


개인적 경험은 사실 한 사회를 이해하게 하는 사회적 경험이기도 하다. 어느 곳이 낯설다는 것은 그곳이 익숙하지 않는 객지(客地)라는 의미이다. 객지. 가본 적 없는 곳에서 살아가야 할 때 마치 유행가 가사처럼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는 합리화의 반전(反轉)을 떠올리게 한다. 사실상 객지, 타향이라는 이름 앞에서는 누구나 이방인이고, 나그네이고, 외지인이 된다. 이방인이 된 이유야 어떻든 인간은 만물 가운데 가장 환경에 잘 적응하는 영장류라는 점이 그래도 타향에서 정을 붙이게 하는 것이 아닌가.  


2


제주사람 이경재는 제주바다를 떠나 낙동강을 벗으로 삼은 화가다. 2014년 그가 다시 도도히 흐르는 낙동강을 뒤로하고 바람 잘날 없는 제주해협을 건넌 까닭은 무엇 때문일까. 어느 날 이경재가 소리 없이 들고 나온 것이 파도다. 그가 숨죽여 흐르는 강물 대신 역동적이고 억셈의 상징인 파도를 선택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 같지만 그렇지도 않다. 이미 오래전에 그는 바다를 경험한 바 있다. 사람마다 문화적 경험은 다양한 감정으로 나타난다.


조선시대 제주에 온 어떤 유배인은 유배살이에서 가장 괴로운 것은 베게머리에서 울리는 북소리 같은 파도소리라고 했다. 아마도 그 유배인은 조용한 산림(山林) 출신으로 죄인이 된 자신의 설움을 파도가 더욱 부추겼기 때문에 괴롭다고 표현했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이는 파도소리가 마치 자장가처럼 들린다고 했다. 오히려  바람이 불지 않고 물결이 일지 않은 날이 더 불안하다고 한다. 이렇듯 어떤 대상이나 상황은 사람마다 달리 평가되며 반대의 판단 결과가 나오기도 한다. 이것은 순전히 경험 속에서 감정이입 된 결과다. 그래서 고향이 어떤 지역인가를 서로 따지게 되는 것이다.


사실상 사람들의 생각 차이는 문화적 경험 차이라 할 수 있는 데 문화는 경험되든지 학습되면서 전승되든지 인간의 의식을 발전시켰다. 고고학에서 말하는 것처럼 “인간은 인간 스스로를 만들었다. Man makes himself” 인간이 스스로 자신과 사회를 만든 것이다.


이경재의 경우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청년시절까지 바다를 보며 자랐다. 바다에서 불어오는 짠 바람. 태풍이 오게 되면 더욱 세차게 몰아치는 우람한 파도. 그런 거대한 자연의 힘을 경이롭게 바라보던 옛 시절의 느낌이 그의 마음에 잠재돼 있다. 폭풍의 바다, 세찬 파도를 보면 공포가 느껴지지만 바로 그 감정 뒤에는 자연의 장엄한 미감이 있다.


근래에 이경재는 제주를 자주 찾고 있다. 고향 제주에서의 느낌을 다시 되찾기 위해서이다. 어쩌면 탄환과도 같은 섬 고향 제주의 바다를 찾아 ‘고향 맛’에 대한 무의식을 깨우려고 한다. 무엇이 고향 맛일까. 고향 맛을 생각할수록 그는 줄곧 한반도 본토의 강에 천착해왔던 감정과 다른 어떤 강렬한 에너지를 느꼈다. 원시적 자연활동인 화산이 섬을 만들었듯 파도는 이경재의 잠자는 원초성을 깨우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경재에게 파도의 의미란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에너지이고, 그 에너지는 그의 심적 변화이자 고향을 향한 첫 번째 사랑의 외침이다.  


궁극적으로 금번 이경재의 파도 그림은 마음의 귀향이라고 말할 수 있다. 제주가 연륙되었던 구석기 시대처럼 현재는 마음으로 본토와 섬을 연결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도 ‘내가 사랑한 제주 - 귀향’전은 제주를 재해석하려는 화업 인생 시리즈다. 해안에서 시작하여 마을을 거쳐, 다시 중산간 지대를 지나 한라영산까지 오르려는 이경재의 미학적 장정(長程)은 고향 제주의 정서를 회복하는 귀향길이 될 것이다.    


오늘 우리는 원래의 자리로 돌아오는 그의 열정을 다시 생각하게 될 것이다. 수십 년 동안 소리 없이 흐르던 강줄기가 마침내 제주에 이르러 소리쳐 섬의 가슴을 치는 파도의 웅혼한 소리를 가까이에서 들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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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내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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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섬 – 백파 1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 116*80cm [크기변환]화산섬-백파1.jpg

   화산섬 – 백파 2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  118*78cm [크기변환]전시장3.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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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섬 – 백파 3  160*112cm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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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섬 – 백파 4  160*112cm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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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섬 – 백파 5  160*112cm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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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내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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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섬 – 백파 6  170*133cm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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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섬 – 백파 7  145*97cm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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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섬 – 백파 8   145*97cm  캔버스 위에 아크릴물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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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내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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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섬 – 백파 9   60*140cm  목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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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산섬 – 백파 10   60*140cm  목판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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