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순말 시인과 만나는 상주시인들
2018.03.14 10:23

[상주의 시] 레티 - 박순덕 (느티나무 시동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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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티

박순덕(느티나무 시동인)


, 따라해보세요

몇 살이에요, 밑 살이에요
아기는 몇이에요, 아기는 밑이에요
사과는 몇 개예요, 사과는 밑 개예요
지금은 몇 시예요, 지금은 밑 시예요

몇이라는 말 하나도 발음이 안 되니
레티도 어이가 없는지
시커먼 얼굴에 흰 이를 드러내며 웃는다

그래요, 산꼭대기를 떠받는드는 것도 바로 밑이지요

쉰여섯 늙은 남편도
끙끙 앓는 시어머니도
팔 년 만에 얻은 돌배기 딸 달님이도
넓디넓은 저 고추밭도
스물아홉 레티가 다 떠받들고 있어요

엄마가 웃으니 달님이도 웃는다

어둑한 세상살이 밑바닥에서
달이 떠오르려고 낑낑거린다

- 오래된 의자느티나무시 제14(2017 시와에세이)


이국으로 시집온 다문화가정의 레티가 우리말 배움을 하고 있다.

모국어를 놓아두고 이국어를 모국어로 삼는 것은 꽃나무가 옮겨온 터에 다시 뿌리를 내리는 일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을 아무리 연습해도 입술을 통해 나오는 소리는 ''인데, 옮겨온 자리에서 그이의 뿌리는 늙은 남편과 넓디넓은 고추밭, 더불어 돌배기 딸아이의 밑으로 살아온 팔 년의 시간으로 단단하게 뿌리내리고 있는 것이다.
산처럼 단단한 밑이 될 레티의 하얀 웃음을 응원해야겠다. 돌배기 달님이가 대보름달처럼 환하게 떠서 빛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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