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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나무

 

인간은 본능적으로 세상의 모든 자연물이나 머릿속 정신세계까지도 의인화해서 상상하고 표현한다고 한다.

수백 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고목에서 느끼는 숭고함과 하얗게 머리 센 철학자의 깊은 지혜로움은 서로 비슷한 것이 아닐까?

비록 한자리에 가만히 서있지만 넓은 그늘을 만들고, 쉼 없이 하늘로 팔 벌려 솟아오르는 나무의 정신은 철학자 의 그것과 닮아있는지도 모른다.

길가에 먼지를 뽀얗게 뒤집어쓰고 제멋대로 자라는 나무나 마을 구석구석 자리 잡고 이 땅을 고집스레 지키는 나무는 민중들의 또 다른 모습인 듯 보인다.

긴 세월 동안 온갖 풍상을 겪어도 가을이면 낙엽지고 봄이면 다시 돋아나는 나무의 생명력은 무척 놀랍다.

언제나 나무는 인간들과 상생했다. 나무와 인간은 서로 보듬어 가며 살아야한다.

밖으로 나가 나무를 그릴 때면 언제나 사람 그리듯 표현한다.

  

연원리 느티나무.jpg

연원동 고목(53x38,콘테.수채용지 2017)

 

고목이라고 늘 그림의 소재가 되는 것은 아니다.

길거리 흙먼지를 뒤집어 쓴 작은 나무라도 느낌이 전해지는 나무를 선택해서 그리게 된다.

상주에는 다른 어느 곳보다 고목이 많은 고장이라 어지간한 나무들은 그냥 지나치는데 연원동 느티나무에 이르면 저절로 차를 멈추게 된다.

연원동 느티나무는 연원동 안양마을 입구 도로가에 있는 당산나무로 사람이 위축될 만큼 강한 기운을 뿜어낸다.

연원동은 현재 남장사의 전신인 장백사라는 신라시대 대형 사찰이 있던 곳이라 전해진다.

옛 부처의 땅에서 솟아난 맑고 따뜻한 기운이 이곳의 아름다운 자연을 가꾼 것 같다.

수종은 느티나무로 높이 21m, 둘레 690에 수령 320년 된 거목이다.

 

병성동177-1골목.jpg

병성동 177-1 골목(53x38, 콘테. 수채용지 2017)

 

소은리 감나무 골목.jpg

소은리 감나무길 (53x38,콘테.수채용지,2017)

 

사벌국에 의해 축성되었고 후삼국시대 후백제의 견휜의 아버지 아자개는 이곳에 머물다 고려의 왕건에게 귀순했다라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 병풍산성이다.

병풍산성의 북동쪽에서 북서쪽에 이르는 능선에 사벌국의 수장들의 무덤으로 추정되는 대형 고분군이 산재해 있다.

산성 아래 마을 병성동은 많을 때는 200가구가 넘었지만 지금은 100가구 정도라 한다.

얼마 전까지 마을 주민이 살았던 곳 집터에는 잡초만 무성하고 군데군데 짙은 얼룩 선명한감나무만 우두커니 주인을 기다리는 듯하다.

늘어선 늙은 버드나무와 무너질 것 같은 흙담이 있는 골목의 퇴락한 분위기가 눈길을 잡아끌어 이젤을 폈다.

 

만산리 느티나무.jpg

만산동 팽나무(53x38, 콘테. 수채용지, 2017)

 

나무 그림은 대부분 겨울철 현장에서 시작해 마무리까지 한다.

작업은 비교적 따뜻한 정오에 시작해도 매서운 추위로 2시간 정도 지나면 바들바들 떨 정도로 추워져서 계속할 수 없다.

그래도 자연의 골격을 만져보고 표현할 수 있는 겨울 산과 겨울나무는 무척 매력적인 소재이다.

어지럽게 뻗은 나뭇가지, 눈비와 찬바람에 에이고 세월에 흔적이 새겨진 수피며, 딱딱하게 언 땅을 파고든 뿌리를 보면 생존을 위한 몸부림을 느낄 수 있다.

계절의 풍요로움이 잘 드러나는 여름의 풀과 나무는 기름지고 현란한 색채가 돋보이는 유화 의 소재로 알맞다면 사색과 성찰의 느낌이 강한 겨울의 자연은 메마르고 거친 선의 표현이 있는 소묘나 수묵화에 더 어울리는 것 같다.

 

죽전리 버드나무.jpg

죽전리 버드나무(53x38,콘테.수채용지,2016)


박 용 진(Park Young Jin)

 

약력: 1956년 대구 출생

1983년 계명대학교 예술대학 회화과 졸업

2016년 은풍중학교 퇴임

주요 그룹전: 2017 현대미술조망전 오늘의 미술-생존의 방식(대구문화예술회관)

2009 ‘STRUGGLE’전 시안미술관(영천)

2005 광복 60주년 기념 문화사 60년 대구전 국립대구박물관(대구)

2001 봉산미술제 초대전 예술마당 솔(대구)

경북선전 (김천상주문경예천영주)

 

주소경북 상주시 북천로 55-37(만산동박용진(북천화실)

HP: 010-3542-0911


 

글쓴이 이경재 님은 1963년 제주에서 출생한 교사, 화가로서 네 차례 개인전(1999년 상주문화회관, 2005년 대구문화예술회관, 2012년 서울인사이트센터, 상주문화회관, 2014년 이중섭 미술관 창작스튜디오 전시실)과 문화예술교육 시범사업 운영(2005년에서 2007년까지 '농촌 작은 학교 살리기'), 프로그램 기획 운영(2005년 신나는 예술여행/'갑장산-작은 마을의 사계'(상주), 2007년 문화예술교육 선도학교/글과 그림 영상이 만난 '시장사람들'(상주), 2009년 지역혁신사업/'공갈못 미술제', '공공 미술 프로젝트'(상주), 2009년 문화예술교육 선도학교/'학교를 디자인하라'(문경중학교)/글과 그림 영상이 만난 '시장사람들'(2015~2016)을 통하여 지역사회 문화적 사고 공간을 넓혀왔을 뿐만 아니라 2015년/2016년에는 교육부장관상을 수상하였고, 100 여회 이르는 초대전 및 단체전에 작품을 내면서 활발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열정적인 화가이며 현재 화동중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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