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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글은 김미연 작가의 전시 기획을 살펴보았다.

이번 글은 김미연 작가의 작품 중에 몇 점을 살펴보아야 할 시간이다.

김미연 작가에 있어서 개인전을 열기 위한 17년이라는 기간은 개인의 시각에 따라 엄청난 시간이기도 하지만 화업의 길에 들어선 작가에게 있어서 그 시간은 무엇이었는가를 질문하게 만드는 시간이기도 하며 성찰의 시간이기도 하다. 변화가 없는 예술은 허무하듯, 변화의 의미는 실험정신이기도 하며 새로운 방법론을 찾아 나서는 탐색의 과정이다.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들은 자연에 대한 탐색과 관찰이 작품 전체를 감싸고 있으며, 그걸 표현하는 것이 주된 시간이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자연을 탐구하는 작가에게도 작품에서는 조그만 변화가 미세하게 보인다. 경계를 넘을 듯 말 듯 한 차이점들이다.

 

20180505_140238 사본.jpg

아름다운 일상   60  수채화

 

위 작품은 작가의 초기 작품으로 수채화로 시작된다. 자연에서 오는 숲 속에서 흘러들어오는 빛과 그림자는 흐르는 물과 같이 호흡한다. 더 깊숙이 들어가는 그 끝에서는 미세하게 흔들리는 밝은 빛이 화면 전체의 흐름을 조화롭게 한다. 색과 색이 겹쳐 나오는 중간 색상의 효과는 색의 깊이와 투명한 느낌을 더 와 닿게 만든다. 투명수채화에서 오는 특징이기도 하다. 이처럼 수채화로 60호 크기의 작품을 소화해내는 것은 쉽지가 않다. 하지만 작품 제작 과정에서 완성단계까지 작가의 집중력을 느낄 수 있는 세심함과 성실함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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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서 72.7×60.6cm  Oil on canvas

 

위 작품은 주왕산의 풍광을 유화로 표현한 작품이다. 풍경 속에 등산을 하는 인물들이 함께 등장하다. 풍경화 등에서 정취를 더하기 위해 그려 넣는 점경인물이다. 사람의 크기를 통해 깎아지른 듯이 높이 솟아있는 암벽의 크기와 위용을 느낄 수 있다. 사이사이에 분홍빛 진달래와 바로 밑에는 계곡물이 흐르는 듯하다. 거칠게 다가왔던 암벽의 거대함에서 그것을 녹여주는 정겨움이며 위안이다. 오른쪽 하단의 나무줄기는 화면의 생동감을 더해주고 중앙 왼쪽의 나무줄기는 그 여운을 더한다. 글쓴이가 관심 있게 보았던 부분은 암벽의 질감이다. 깎이고 떨어진 풍화의 흔적과 연하면서도 짙은 회색빛과 녹갈색의 화강암은 세월의 흔적이기도 하며 자연에서만 느낄 수 있는 그 자리 그대로의 모습이다. 저 멀리 보이는 뒷산과 하늘도 회색빛으로 처리되어 보는 이의 시선을 앞쪽으로 머물게 한다. 가로와 세로 또는 대각 방향으로 느리거나 빠르게 움직이는 붓의 속도와 조절을 느낄 수 있다. 붓으로 바위의 질감을 표현할 수 있는 작가만의 방법이기도 하다. 작가의 개성을 짙게 만드는 붓질과 색감이 되는 것이다.

 

20180505_140124 사본.jpg

수줍은 햇살  Oil on canvas

 

위 작품은 개인전에 출품된 작품들 중 작가가 가장 아끼는 작품이라고 한다. 상주 남장사를 산책하며 작가가 눈여겨보았던 장소인 듯하다. 글쓴이도 어림잡아 어떤 장소인지 감이 오는 곳이기도 하다. 작가는 그늘진 숲 사이로 빛이 들어올 때를 놓치지 않은 듯싶다. 그 빛은 순간에 사라지기도 하며 그 찰나를 놓치게 되면 다시 그 장면은 작가에게는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 순간의 기록이 잔상과 함께 뇌에 인지되며 흰 캔버스에 그 감흥을 녹여낸다. 그 감흥이 희석될 때 작가는 그곳을 다시 찾을 것이다. 그 기억에 대한 반복 재생일 수도 있지만 그런 교감에 의해 한 점 작품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위 그림은 작가에게 있어서 한줄기 희망이며 바람일 수도 있다. 뒤쪽 배경의 나무들 사이에서도 틈새 사이로 빛이 들어오면서 서서히 앞으로 나간다. 작품의 중하단부분에서 녹색과 짙은 갈색 사이 틈에서 서로를 의지하며 엉켜 빛을 발산하고 있다. 음지에서의 살아 꿈틀거리는 삶의 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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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의 함성 Oil on canvas, 해바라기 Oil on canvas

 

자연에서 오는 초록빛의 조화와 해바라기서 오는 녹색과 빨강, 노랑의 조화이다.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주된 대상은 자연이지만 배경 처리는 작가가 의도한대로 처리하고 있다. 두 작품 모두 2015년도에 제작된 것으로 왼쪽의 작품의 경우는 나뭇잎 하나하나 사실적으로 처리하되 깊숙한 곳은 어두운 녹색의 단색 톤이다. 잎의 외곽 경계에서 배경으로의 전환은 면이 분할하듯 작가의 의도가 많이 개입된 주관적 표현이다. 연노랑에서 파랑으로 다시 짙은 녹색으로 전환한다. 자연을 표현하되 자기만이 방식을 연구하는 것일 수도 있다. 오른쪽 해바라기의 경우는 녹색과 빨강의 보색의 조화로 강열한 느낌을 준다. 내가 보는 것은 해바라기 그림이지만 이 그림에서 클림트의 작품이 떠오르는 것은 왜일까? 아마도 붉은색과 노랑, 황갈색의 색채가 겹치면서 처리된 배경의 느낌에서 오는 것일 수도 있다. 그것을 떠받치고 있는 녹색의 조화는 화면 전체를 화려하게 전개시키고 있다. 나뭇잎 사이로 빛이 타고 들어온다. 아슬아슬하게 잎의 끝을 밝게 적시고 있다. 그림자로 채워진 어두웠던 화면이 침묵을 깨는 작가의 의도된 표현 방법의 하나인 듯하다.

 

아버지의 하루.jpg

아버지의 하루  Oil on canvas

 

2018년도에 그린 것으로 작가의 그림들 중 자연의 관점이 아니라 사람의 관점에서 그려낸 유화 작품이다. ‘아버지의 하루’라는 제목을 달았다. 다리 밑 냇물은 얼음과 눈으로 덮여있다. 그 주위론 잎이 다 떨어져버린 고목과 말라버린 갈대들이 이리저리 엉켜있다. 아름답게만 볼 수 없는 관경이다. 붓 터치는 좌우 불규칙하게 휘젓고 있으며 정리되어있지 않다. 그런 와중에 다리와 나무 사이에 조금 움직이듯이 서있는 한 인물이 있다. 전시장 끝나는 지점에 작품이 걸려있었다. 작가의 아버지였다. 한때는 잘 나가던 직장인이었지만 지금은 은퇴한 삶이 되어 홀로 살아가는 고독한 인간에 대한 애정의 눈으로 바라본다. 그런 쓸쓸한 아버지의 뒷모습이 작가의 눈에는 애처롭기 만하다. 작가 자신을 보호해주며 키워주었던 아버지였는데 이젠 입장이 바뀌어 작가가 아버지를 바라다본다. 작품에 대해 설명하며 작가의 눈가에 눈물이 맺혔던 기억이 떠오른다.

 

위 작품처럼 작품을 대하는 작가의 시선이 한 인간 삶을 그리기 위하여 자연을 주변 또는 배경으로 설정하는 방식은 앞으로 계속 지켜봐야 할 것이다. 그림은 보는 사람에 따라 시각적으로 바로 와 닿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그림을 읽고 공감하며 즐기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작가의 글 중에 ‘자연은 제 그림의 스승이자 가족 같은 안식처입니다. 자연 속에서 웃고, 자연 속을 걷고, 자연을 그리며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의 모습을 영혼 깊이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글귀가 있다.

 

제주도를 죽을 때까지 사랑했던 사진작가 김영갑은 ’ 산이 아름다운 것은 만 가지 생명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고, 바다가 아름다운 것은 수만의 생명이 살아있기 때문입니다. 산이 경이로운 것은 만 가지 생명이 숨을 쉬고 있기 때문이고, 바다가 신비로운 것은 수만의 생명이 어우러져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은 인간만이 홀로 설 수가 없기에‘라는 글을 남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시간을 쪼개 자연을 벗 삼아 그림과 자신을 사랑하며 열심히 살아가는 김미연 작가의 모습이 보기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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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이 건너오다 김설희(상주숲문학회) 속을 다 비운 산이 어디 먼데를 돌아 제자리로 왔다 그가 흘린 것들이 무엇인지 어디를 돌아 왔는지 아무도 모른다 당신의 가랑이를 슬쩍 지나간 바람 같은 것 당신의 정수리에 그림자를 드리우다 간 구름 같은 것 교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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