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편집위원장
2018.07.03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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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째 알찬 배추를 길러보지 못했다. 거름이 넉넉해야 한다고 해서 꽤 많은 퇴비를 넣고 배추를 갈았지만 번번이 쭉정이만 있는 배추를 보면서 고개를 갸웃거려야 했다. 벌레도 열심히 잡아 주고 풀도 뽑아주면서 나름대로 정성을 다했는데도 늘 내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알이 없는 배추 앞에서 허탈한 마음을 달래야 했다.

 

배추뿐만이 아니라 사람도 사회도 나라도 알찬 모습을 가진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걸 느끼면서 살아왔다. 알찬 사람은 겉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알찬 사회는 규모에 연연하지 않으며 알찬 나라는 정부를 국민들 위에 두지 않는다.

 

서슬이 시퍼렇던 박정희 정권 시절, 나는 초등학교를 다녔다. 박정희 대통령이 한 때 나의 모교 교사였다는 인연으로 그 당시 한강 이남에서 가장 큰 강당을 선물로 받았다. 또한 시골에서는 감히 구경도 할 수 없었던 커다란 피아노가 강당에 ‘대통령 박정희 기증’이라는 글귀를 안고 앉았다. 우리는 큰 ‘빽’이 생겼다고 좋아하며 손바닥에 불이 날 만큼 박수를 쳐댔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새마을운동이 잘 된 마을로 우리 고향 어느 마을이 선정되어 대통령상을 받았다. 사람들은 너도나도 그 마을을 구경하러 갔다. 어린 내 눈에 비친 그 마을은 우리 마을과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돌담 안, 마당에는 나뭇가리가 있었고, 볏짚이 쌓여 있었으며, 초가지붕을 벗겨내고 슬레이트를 얹은 다음 빨강, 혹은 파랑색으로 칠을 한 것이 우리 마을과 똑 같았다. 한 가지 다른 점은 수도가 들어와 있었다는 점이었다. 아마 지금 생각해 보면 나라에서 돈을 들여 산에서 내려오는 물을 모아 수도로 연결해준 것이 아니었을까?

 

학교에서도 교사들과 교장이 형식과 내용 문제를 가지고 다툴 때가 많다. 교장은 건물을 고치는데 예산을 쓰려고 하고, 교사들은 아이들에게 돈을 쓰려고 한다.

 

시장은 도로를 고치고, 시청을 새로 짓고 싶어 하지만, 시민들은 공원에서 쉬고 싶어 하고, 문화회관을 지어 거기서 보고 싶은 영화, 연극, 뮤지컬을 즐기고 싶어 한다.

 

대통령은 강을 곧추고, 보를 막고, 화려한 올림픽을 유치하고 싶어 하지만 국민들은 생활하수 정화시설을 하고 싶어 하고 일자리를 가지고 일을 하고 싶어 한다.

 

그 동안 우리는 참 오랫동안 형식을 중요시하고 그것이 업적인 양 떠들어대는 사회 속에서 살아왔다. 정부의 감언이설에 속기도 하고 알면서도 속을 끓이면서 살아왔지만 이제 알찬 배추를 기르듯 알찬 사회를 만드는데 시민들이, 국민들이 직접 뛰어들어 함께 하는 시대로 서서히 바뀌어가고 있음을 느낀다. 이제 반드시 그렇게 바뀌어 가야 한다.  

 

배추도 거름만 많이 한다고 해서 알찬 배추가 되지 않듯이 삶의 토양을 바꾸고 사회의 부조리를 과감하게 개혁하면서 모두가 더불어 살아가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알찬 주인공이 되었을 때 이 사회도 알찬 사회가 되리라 믿는다. 지금은 겉이 아니라, 규모가 아니라, 돈이 아니라 알이 필요한 시대다.

 

화려한 겉을 가지고 자랑하면서 행복해하는 시대는 지났다. 큰 집에 큰 차를 타고 다니면서 으스대는 시대도 지났다. 월급이 좀 적어도 주말이 보장되는 직장을 선호하는 지혜로운 젊은이들 속에서 여유롭고 행복한 미래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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