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편집위원장
2018.09.29 09:17

매뉴얼을 뛰어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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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의 다양한 부분에 다양한 모습의 매뉴얼이 들어와 있다. 그대로 따라서 하면 되는 매뉴얼은 어떤 의미에서는 참으로 고마운 것일 수도 있고 일을 깔끔하게 하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무슨 기계가 고장이 나면 매뉴얼에 따라서 점검할 수도 있고, 설치할 수도 있다. 결혼식도 오랫동안 매뉴얼에 따라서 진행되어 왔다. 장례식도 제사도 거의 매뉴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회의 순서라든가 음식을 장만하는 순서, 심지어는 신앙생활에까지 매뉴얼은 그 맹위를 떨치고 있다.

아들 친구가 전통혼례 주례를 부탁했다.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는데…….”

 

그래도 기어코 해달라는 요청이 간곡했다. 일단 알았다고 대답을 했지만 막막했다. 일단 상주박물관에 도움을 요청했더니 거기도 한문으로 된 홀기가 전부였다. 이야말로 얼마나 오래된 매뉴얼인가? 조선시대부터 내려오는 매뉴얼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었다. 답답했다.

 

다행스럽게도 며칠 후 외사촌 동생이 딸을 시집보내는데 결혼식을 전통혼례로 한다고 하면서 내게 고천문을 낭독해 달라는 부탁을 했다. 광주까지 먼 거리였지만 기꺼이 하겠다고 하고 따라갔다. 다른 곳의 전통혼례를 보고 싶던 차에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광주의 전통혼례는 달랐다.

 

아직도 상주에서 하고 있는 한문투성이의 매뉴얼을 벗어나 참으로 재미있는 전통혼례를 보여주고 있었다. 하객들은 아무도 식사를 먼저 하러 가지 않았다. 혼례청에서 신랑 신부와 함께 축제를 즐기면서 하나가 되고 있었다.

 

이렇게 결혼식이 달라지고 있는 것을 보면 기쁘다. 나도 새롭게 만든 순서대로 주례를 했더니 다들 너무 좋다고 박수를 친다. 요즘 젊은이들은 이제 옛날 매뉴얼에 얽매이지 않는다. 주례가 없는 결혼식도 많이 하고, 있더라도 축제처럼 결혼식을 이어간다.

 

장례식도 화장 문화를 급속하게 받아들이며, 절차도 간소화 되고 있다. 심지어는 고인의 생전 모습을 찍은 사진을 전시한다든가 고인을 추모하는 시를 써서 내걺으로써 장례식장을 문화적인 공간으로 만들기도 한다.

 

이런 의식들은 상당 부분 변화의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반해 정작 우리 일상적인 삶 속에 깊이 들어와 있는 규격화된 매뉴얼을 벗어나지 못하는 모습은 여러모로 안타깝다. 매뉴얼 속에 갇혀 있는 삶은 창조적인 삶이 될 수 없다. 자유로운 의견들이 모였을 때 다양한 생각이 나오고 다양한 삶의 모습이 연출된다. 거기에 비로소 감동이 따른다.

 

아이들에게 글을 쓰라고 하면 일상이 매일매일 똑같아서 쓸 게 없다고 한다. 직장인들의 반응도 비슷하다. 하지만 실제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매일매일이 다르다. 같은 일상인 것 같지만 그 내용은 엄청 다른 요소들로 채워져 있다. 분명히 다른데도 다르다고 느끼지 못한다. 매뉴얼에 갇혀서 살아온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만나도 새롭게 느끼지 못할 만큼 삶이 경직되어 있다.

 

안타까운 것은 그 숫자가 적지 않다는 것이다. 매뉴얼 속에서 살아가는 삶에 익숙해질수록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들고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웃을 만나야 한다. 대화를 해야 한다. 그 대화를 바탕으로 일들을 기획하고 실천해나가야 한다. 거기서 우리는 비로소 신선한 삶의 기쁨을 만나고 행복해질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편집위원장 이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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