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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시는 2019년1월 행복한 귀농귀촌 생활을 하고 있는 15인과 귀농귀촌인들이 모여 만드는 공동체 3곳의 이야기가 담겨 있는 상주 귀농귀촌 이야기 ‘상주(尙州)에 상주(常住)하고 있습니다’를 발간했다. 상주시의 동의를 얻어 <상주의소리>를 통해 발췌 수록한다. 

 

[크기변환]사본 -__듄넽__■넾_귗뀫__(27 - 65).jpg

 

숨겨진 좋은 영화, <된장>은 가장 좋은 물과 소금과 콩으로 만든 전설의 된장을 찾아가는 이야기다. 평범한 된장 하나로 궁극에 다다르려 했던 한 사람의 의지가, 그 정성스러움이 감동적으로 느껴진다. 김갑남씨의 지하 저장고에 있는 아주 오래된 효소들과 마당에 있는 수십 개의 장독들을 하루 만에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살짝 맛본 된장의 맛은 짠맛, 구수한 맛, 또 알 수 없는 어떤 깊은 맛이 모두 분리되어 차례로 느껴졌다. 집 근처의 민들레 잎을 쑥 뽑아 한 움큼 쥐여주며 먹어보라고 권하는 김갑남씨의 표정은 어떤 젊은이보다 발랄하다. 몇 년 후의 꿈을 말하며 눈이 빛난다. 웃음소리가 데굴데굴 굴러간다.

 

나이가 들며 시간이 더 빠르게 느껴지는 것은 반복되는 일이 많아서라고 한다. 모든 것이 정해져버린 상태를 반복하고, 만나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어쩌면 편안하게 느껴질 수 있겠지만  싱그러운 생명력과는 요원해지는 것이다. 젊지만 마음이 늙어버려 심드렁한 사람도 새로운 목표와 아름다움을 곁에 두면 서서히 생기를 되찾을 수도 있다. 작은 꿈에서 자유롭게 뻗어나가는 줄기를 열심히 따라가다 보면 멋진 풍경의 한가운데에 서있게 될지 모른다.

 

함께 볼 영화/  <된장>, 이서군 감독

 

[크기변환]사본 -김갑남6.jpg

 

우리는 그냥 부딪치며 가거든

 

우리 둘은 초등학교 동창생이었고 여기가 고향이에요. 이 선교리가 남편의 성인 풍양 조씨 집성촌이었고 저는 이웃 마을인 신촌에 살았고요. 어른이 되어 저는 수원으로 갔는데 저 친구가 수원 가까이에 일을 하게 되어서 자주 만나다 부부가 되었어요.

 

저는 어렸을 때부터 요리나 식재료에 관심이 많았어요. 수제비 하나를 먹어도 삼색 수제비를 하고 유난을 떨었지만 요리를 직업으로 삼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그런데 친정 엄마가 갑자기 쓰려져 하루 만에 돌아가시고 나니까 집에 된장이 없는 거예요. 나는 된장이 샘물처럼 어디서 퐁퐁 솟는 줄 알았지. 그 다음부터 된장을 사먹었는데 그게 굉장히 충격이었어요. 내 평생 먹을 된장을 사먹는 게 용납이 안 되는 거야. 둘러보니 된장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그때부터 된장에 관심을 가졌지요. 어떻게 하면 엄마의 된장을 구현할 수 있을까. 그래서 남편을 졸라서 가자, 가자.

 

우리 막냇동생은 신장 이식 수술을 받아서 제가 그 애를 위해 식이요법을 늘 해왔어요. 그래서 먹거리가 우리 몸에 미치는 영향을 일찍부터 알고 있었죠. 여기 오게 된 이유는, 제 늦둥이가 너무너무 예쁜데 그 애한테 건강한 걸 먹이려고 했더니 도시에서는 믿고 먹일 수 있는 게 없더라고요. 와서는 아이스크림까지 일일이 만들어서 내 아이에게 먹였어요. 성장 촉진제도 찔레 순 같은 것들을 채취해서 효소로 만들어 아이에게 먹이고요.

 

남편은 처음에 자기는 시골 일 못 한다고 싫다고 했어요. 내가 남편을 꾀어서 억지로 데리고 오다시피 했으니까 투정을 할 수 없었지. 나는 시골에서 자랐지만 자발적으로 부모님을 약간 도와드렸던 것뿐이고, 모든 일이 처음인데 투정도 못 하고 더 씩씩해져야 했어. 지금은 남편도 기뻐해요. 이곳이 문화공간이 되어 다양한 사람들을 접하고 단조롭지 않은 삶을 살았거든요.

 

이곳의 물건이 다 유기농이고 믿을 수 있는 식재료를 구할 수 있다는 신뢰를 가진 분들이 많아졌어요. 그분들과의 신뢰를 위해서 나 자신을 컨트롤하고 지켜나가야 하죠.

 

자연요리라는 게 굉장히 복잡해요. 저장식이 많고, 그러다 보니 요리법을 공유해주기를 원하는 분들이 많은 거예요. SNS나 카페를 통해 요리법을 올리면서 노하우가 생기기 시작했어요. 그래서 도에서 돌봄 농장 후원을 받아 <자연 요리 힐링 센터>를 만들게 되었어요. 이곳에서 자연 요리 쿠킹 클래스를 할 거예요. 도시에서도 수업을 할 수 있지만 여기서는 직접 채취해서 다듬으며 이것이 어떤 과정으로 키워졌고, 어떻게 먹어야 건강하고, 왜 그렇게 먹어야 하는지 공부하면서 담아 가져가기도 하는 거예요.

 

내가 일을 벌이는 편이야. 옆의 사람이 힘들죠. 필이 꽂히면 그것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 채 막 가는데 그런 것들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처럼 커다란 틀이 잡히지 않았나 싶어요. 우리는 미련해서 그냥 부딪치며 가거든. (웃음)

 

[크기변환]사본 -__듄넽__■넾_귗뀫__(64 - 65).jpg

 

이 예쁜 것, 너무 사랑하는 것.

 

봄에 아침에 일어나서 아침에 피는 민들레꽃 이런 걸 따서 꽃 샌드위치를 만들어요. 여기 집 앞 언덕에서만 채취할 수 있는 게 한 40가지가 돼요. 그걸로 차를 만들고 효소도 만들고 씨도 뿌리고. 그리고 된장찌개를 올려놓고 보글보글 끓을 때 저기 밭에 쫓아가서 호미로 캔 냉이를 조물조물 씻은 다음 탁 집어넣어. 그렇게 5분도 안 걸리는 찰나에 하는 요리의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어요. 파도 쭉 빼가지고 차가차가 썰어서 샥 넣어버려. 그때마다 하는 말이 있어. 대통령도 이런 거 못 먹어. 하루 지난 거 먹어. 들판이 마트고, 구찌뽕 먹고 싶으면 구찌뽕 나무 심어서 따 먹으면 되잖아. 이거보다 더 좋은 게 어디 있어요.

 

내가 20대에 수도권으로 갔을 때 가장 큰 만족감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이 가깝다는 것이었지만 그까짓 거 뭐 없어도 돼. 여기는 영화관 가려면 마음먹고 나가야 하지만 문화생활의 결핍을 그게 다 채워준다니까. 한 방에 다 채워줘.

 

백화산 둘레길. 호북길이라고도 하는데. 그곳도 너무 사랑해요. 지리산 둘레길도 비할 데가 아냐. 여기는 산속 물길을 따라 계속 걸을 수 있어요. 징검다리 건너고, 출렁다리 건너고. 우리 집에 사람들이 오면 트레킹 하러 꼭 그곳을 같이 가요. 그곳은 가을이 진짜 예뻐요.

 

늘 똑같은 봄이 와도, 똑같은 여름이 와도, 가을, 겨울이 와도 늘 새로워요. 봄에 꽃이 피고 너무 예쁠 때는 너무 좋아서 짜증이 나. 내가 앞으로 이걸 몇 번 볼 수 있지? 그 숫자가 굉장히 작은 숫자거든. 어디 가서 새치기해서 훔쳐 올 수도 없고 1년을 기다렸다가 딱 한 번 볼 수 있는 거니까 몇 번 안 돼. 봄에 산벚꽃이 피면서 캔버스에 연두색 수채화 물감을 퐁퐁 뿌려놓은 것 같은 3월이 되면 이 생각이 드는 거야. 아, 이 예쁜 걸 스무 번밖에 못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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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이 나를 응원해

 

농촌으로 내려오며 무조건 꿈꾸기만 했어요. 우려를 안 했어요. 된장을 만들겠다. 아이를 자연에서 마음껏 그냥 키우겠다. 이 두 가지만 생각했어요.

 

처음에는 경제적인 걸 많이 힘들어했어요. 지금은 괜찮지만 농사를 지어서 아이들 대학에 보내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요. 월급 받는 사람들은 모를 거예요. 농민들은 어떻게 될지 모르니까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크죠. 그런데 참 이상한 게 이듬해 봄만 되면 또 희망에 부풀어.  그것도 아주 확신에 찬 희망이 매년 반복된단 말이지. 예를 들어 고추 농사를 지을 때 약을 안 치기 때문에 일찍 병이 들어서 못 따게 되면 내가 내년에 고추 농사 짓나 봐라, 하다가 봄이 되면 모종을 다시 넘실넘실 사가지고 또 심는 거야. 약간의 불안함은 있지만 봄만 되면 신기하게 그게 다 사라지고 아무 기억이 안 나. 그래서 모든 사람들이 힘들어도 농사를 짓는 거예요. 땅이 주는 힘인 것 같아요. 다 잊어버려요. 작년에 고생한 거, 다 잊어버려요. 신기해.

 

귀농에 실패한다는 것. 그 갈림길.

 

경제적인 것을 해결 못 하는 게 가장 큰 것 같아요. 생활이 해결되면 아무리 인간관계가 힘들어도 버텨내거든요. 농사를 오래 지은 농부도 힘들 때가 있는데 처음 하는 사람이 농사로 생계를 유지한다는 건 정말 힘들어요.

 

그런데 도시 사람들은 도시에 살았던 네트워크가 있잖아요. 예를 들어 3000평 농사를 지으면 아이 학교도 보내고 먹고 살 수 있다고 한다면 귀농인에게는 그 땅이 사실 너무 크고 일이 많거든요. 귀농한 사람들은 근육 자체가 발달이 안 되었기 때문에 몸을 그렇게 쓸 수가 없어요. 그냥 기준의 반만 농사짓고 도시 사람들에게 판매를 잘 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럼 2000평 농사지어도 4000평 짓는 사람의 수익구조를 낼 수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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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지구에 온 목적은 이거야

 

내가 만약에 도시에서 살았더라면 허상을 붙들고 살지 않았을까 생각해요. 나라는 사람이 무엇을 했을 때 기쁘고, 무엇을 할 때 잘하는지 알지 못했을 것 같아요. 여기 살면서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남들 보기에 하나도 안 힘들어 보이는 얼굴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내가 꿈꾸고 하고 싶어했던 일을 했기 때문이에요. 내가 지구에 온 목적이 바로 이거야, 내가 요것 때문에 지구에 왔지, 그런 만족감이 있어요. 지금이라도 신이 오너라, 하면 네에, 콜, 하고 갈 수 있어요. 내 에너지를 다 태워버렸어요. 내 힘을 조절하지 않고 방전을 해버려. 죽으면 썩어질 몸 아끼면 뭐 하나. 남들이 유기농 먹으며 건강한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면 나는 얼마나 오래 살려고 그러느냐고 하거든. 나는 오래 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오늘 열심히, 오늘 나한테 주어진 걸 최선을 다해 마음껏 하며 살고자 하는 거지.

 

도시에서 살 때는 주말만 되면 오늘 어디 가지? 여기를 갈까, 저기를 갈까 신경이 곤두서가지고 튈 곳을 찾잖아. 여기서는 그럴 필요가 없어요. 일하다가 힘들면 주저앉아서 민들레꽃을 보고 쑥을 뜯어서 자세히 보고, 그게 일탈하는 거예요. 일탈이 이 안에서 다 이루어져요. 여행도 일탈을 위한 게 아니라 그냥 여행이 좋아서 가는 거예요. 태우고 태우니까 가벼운 재가 돼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지구에 온 목적이 이것이라는 걸 알았어요. 도시에서는 뭘 해도 행복하지 않았고 사람들이 이마에 내 천(川) 자가 있다고 했어. 목소리도 가늘게 여보세요? 이러고. 나는 내가 나약하고 연약하고 소심한 존재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여기 와서 내가 굉장히 능동적이고 적극적이고 터프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런 나하고 신나게 사는 거죠. 그러면서 나 혼자 자뻑이 심해졌어. 잘했어, 잘했어, 참 잘했어, 하고.

 

귀촌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

 

저는 귀촌을 추천하지만 항상 하는 말이 있어요. 돈을 벌려고 오지는 마라. 자연 친화적인 생활을 하기 위한 목적으로 오면 살아나갈 방도가 있죠. 처음 여기 와서, 와아 여기 돈이 굴러다닌다, 그랬어요. 포도밭 밑에 민들레, 질경이 그거 말려서 먹어도 되고 효소로 만들어도 되고 다 돈이에요. 그런데 고부가가치를 노리고 땅을 대상으로 투기처럼 농사를 짓지는 마세요. 땅은 내줘요. 굶어 죽지는 않아요. 차 두 대 굴려야 되고 품위 유지까지 다 하려고 한다면 목적과 빗나가는데, 그냥 자연과 더불어 같이 살면 나를 먹여 살려주는 시스템은 반드시 만들어진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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