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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캡틴 판타스틱>은 세상과는 다른 기준으로 아이들을 키우고 싶은 부모의 이야기이다. 영화 소개를 보면 ‘우리만의 놀이터, 우리만의 도서관! 우리만의 학교! 우리만의 카페!’라는 말로 시작한다. 아이들에게 스스로 도구 만드는 법과 사냥을 가르치고 호신술을 익히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니체 같은 철학자들의 책을 읽는 것이 아이들의 일상이다. 영화 속 주인공들의 영혼은 살아있다. 살아있음과 죽어있음의 기준은 능동에 있다. 누군가 놓아주는 대로만 움직이는 것은 죽어있는 것이다.

 

백승희, 이용선씨는 자신들의 역사를 살아있는 쪽으로 이끄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이들과 주변의 아이들까지 생명력 있는 존재가 되기를 바란다. 다른 생명과 연결되어 행복해지기를 바란다. 때문에 가르친다. 앉혀놓고 말로 가르치지 않고 아이들 스스로 움직이며 삶으로 배우기를 원한다. 그 과목에서 어른들은 아이들의 살아있는 교재이다.

 

함께 볼 영화 / <캡틴 판타스틱>, 맷 로스 감독

 

[크기변환]백승희이용선2.jpg

 

귀농이 나에게는 궁극

 

백승희/

원래 서울에 살다가 새로운 삶에 발을 들인 역사가 20년이 넘었어요. 건축 설계를 하며 선 하나를 그어도 인간적인 것과 관계된 것을 하고 싶었는데 써먹을 수가 없었어요. 그 당시 건축 풍토도 정직하게 일하는 분위기가 아니었고요. 그렇게 일을 하는 동안 내 아이는 버려져있었죠. 회사마다 어린이집이 있는 것도 꿈꿔보고 발도르프 교육과 슈타이너에도 심취했어요. 그런데 그것을 도시에서 만들려니 형식만 빌려온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 삶을 통해 아이에게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싶었기 때문에 도시를 떠나야겠다고 결심했어요. 도시에서 아무리 교육을 해봤자 결국은 현실과 다른 이원론적인 삶을 살게 되니까요. 그렇게 30대 후반에 터를 잡느라고 여러 곳에 갔어요. 2년 동안은 친구들 몇 명과 함께 남한산 초등학교를 꿈꾸며 경기도로 집단 이주도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어요.

 

저는 물건 하나, 음식 하나의 이유를 알고 싶었는데 도시에서는 이걸 어떻게 만드는지 하나도 모르니까요. 애들이 자연 속에서 먼저 크고 그 후에 다른 걸 배웠으면 하는 생각이 있었어요. 체화하고 난 후에 공부를 하는 것. 그게 나에게는 궁극이었으니까요. 첫째도 둘째도 상주의 자연 속에서 잘 경험했어요.

 

이용선/

서울에서 건축 사무실 다니며 피땀 흘려 희생하며 일했는데 집에 있는 시간이 별로 없었어요. 이건 아니다, 그만두자, 내려가자. 누리는 삶, 본질적인 삶을 살자. 우리 아이를 그냥 자연에 맡기고 흙이 뭔지, 식물과 내가 어떤 관계인지 알려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귀농을 했죠.

 

도시에서도 생태 교육을 받기도 하고 방 하나에 귀뚜라미, 장수풍뎅이, 사슴벌레, 이구아나, 뱀도 키웠어요. 자본 위주의 삶에서 발을 떼면서부터 자기 본질에 가까워졌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 알고, 우리가 원하는 걸 한번 해보자고 생각했죠. 그래서 저는 숲 해설가, 집사람은 발도르프 교육을 공부했어요.

 

마침 귀농 본부가 상주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생태 선생님으로 참여하게 되었고, 상주의 작은 학교를 살리는 일에도 함께하게 되었어요. 뭔가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준비를 했던 것 같아요. 방도 없고 문풍지 하나로 실내와 실외가 나뉘는, 완전 폐허가 된 집을 한 달에 한 번씩 와서 고치며 귀농했어요.

 

둘째가 백일도 안 되었을 때 그 집에 와서 흙 집어먹고 컸으니까 그 아이는 상주 아이지요. 가족 4명이 한 달에 60만 원 가지고 살아보자, 했는데 집이 어마어마하게 폐가인 거예요. 부엌에 따뜻한 물만 나오게 하고, 후진 목욕 시설 만들어놓고 방 세 칸 중에서 한 칸만 고쳐서 문짝도 만들어보며 첫 겨울을 났어요.

 

방 하나만 도배해서 살면서 툇마루 처마 밑에 바람 안 들어가게 하고, 가스 넣어서 밥해 먹고, 부뚜막 깨서 거기에 싱크대 깔고, 바닥 온돌 넣고, 닭장 짓고, 시멘트로 칸막이 하나 만들어서 샤워기를 설치했어요. 퇴비도 안 쓴 밭에 내가 심고 싶은 것들 다 심고.

 

둘이 한 공간에서 같이 일을 한 적이 없었는데 처음으로 같이 일을 해봤죠. 우리가 건축 일을 했어도 도면만 봤지 직접 만들어본 게 아니었는데 그냥 막 해본 거예요. 그런데 그게 참 좋았어요. 지금까지 모든 삶은 다 해보고 싶어서 한 거지. 그런 게 즐거워서 했다는 거지. 즐거워서 살았던 거지.

 

이용선/

처음 이곳에 와서 폐교 위기의 작은 분교를 살리는 운동을 했어요. 선생님하고 1박 2일로 1년 교육과정을 같이 짰죠. 매일 아침에 전교생과 학부모들이 나와서 8시부터 한 시간 동안 축구를 하고 수요일은 통째로 외부활동을 했어요. 주말마다 우리가 하고 있는 것과 연관된 체험학습도 같이 했어요. 목공 수업을 하면 강원도 원주의 산림조합 목재장에서 원자재를 보고 근처에서 유명한 막국수를 먹고 온다거나, 동물 키우기 학습은 안내견 학교에 직접 가고 근처에서 갈비탕 한 그릇 먹고 오고, 봄에는 꽃놀이 가고 딸기 따러 가고.

 

[크기변환]이용선백승희가족사진.JPG

 

자발적으로, 생태적으로 자라는 아이들

 

우리 아이들은 자기 하고 싶은 것을 하는 게 매력이에요. 자발적인, 생태적인 감수성.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한다는 감각이 꽉 들어차있어요.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하면 되는 거지. 엄마 아빠도 막 하네. 그게 몸에 배는 거지요.

 

중학교 3학년 둘째는 내년에 학교 안 간대요. 잘 생각했다고 했어요. 자기는 3년 동안 교실에 앉아있고 싶지 않고, 1년에 다 할 수 있대. 남은 시간을 자기가 이끌어나가고 싶다는 거지. 걔는 운동을 너무 좋아하니까 리틀 야구단도 하고 어른들이 하는 생활 배구단 모집 현수막 보고 전화해서 ‘저도 해도 돼요?’ 물어봐서 하고. 지금은 길거리 3 대 3 농구대회 참가하러 나가있어요. 자기가 하고 싶은 거 있으면 찾아서 하는 게 몸에 뱄으니까. 애들은 그렇게 잘 자라더라고요.

 

첫째 같은 경우에는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혼자 일본을 가고 싶다더니 7일 동안 혼자 다녀왔어요. 일본어도 영어도 못하는데 배 타고 그냥 혼자 다녀왔어요. 고등학교는 풀무고등학교 선택해서 잘 갔는데 2학년 때 학교에만 있는 시간이 아깝다면서 한 달간 서울에서 돈 벌겠다고 배회했어요. 잘했다고 했어요. 서울 가서 지내더니 ‘아, 졸업해야겠어. 취직도 잘 안 되고 알바 해도 돈도 안 주고 무시해서 안 되겠어.’라며 다시 돌아와서 고등학교 졸업했어요.

 

그걸 기다려준 참 좋은 학교지. 와서는 미대를 가고 싶대요. 일상생활의 예술이라는 제목으로 자기가 그동안 끄적끄적해서 만들었던 것, 개집 만든 것, 목각 조각한 것으로 포트폴리오 내서 시험 안 보고 대학에 갔어요.

 

어릴 때부터 너는 대학 스스로 가라, 돈 안 준다고 했더니 자기가 염소를 키워서 소를 샀어요. 첫째가 돈을 잘 모아요. 그동안 친척들한테 받은 세뱃돈, 용돈으로 염소를 사서 일곱 마리로 불린 다음 그걸 송아지로 바꾼 거예요. 염소 판 돈으로 중학교 때 일본에 다녀오고, 남은 돈으로 굉장히 비쩍 마르고 작은 송아지를 샀어요. 우리 집 첫 소 미소. 매일 빗질해주고 집 근처 풀 먹이며 잘 키웠어요. 대학은 가지 말라고 했는데 가야겠다고 하더니 그 소를 팔아 대학에 입학했어요. 지금은 졸업해서 시각디자인 일을 하고 있고요.

 

[크기변환]h20.png

 

자연 속에서 하고 싶은 거 하면 돼

 

아이들이랑 돈 같이 내서 당나귀를 키웠어요. 우리 큰애가 어릴 때부터 뉴요커 스타일로 도시적이던 애라 이사 오기 싫어할까 봐 시골에서 당나귀 키우자고 하면서 꼬드겼어요. 그래서 흰 당나귀를 샀죠. 하얀 당나귀. 그 당나귀가 우리에게는 굉장히 큰 랜드마크였어요. 당나귀를 보면 마음이 푸근해졌거든요. 풀 뜯는 모습이 그렇게 멋있어요. 애들 당나귀 태워서 겨울 논밭 한 바퀴 돌고요. 당나귀를 타고 진짜 돌아다닐 수 있을 것 같아서 안장을 구해봤는데 한국에는 없더라고요. 뉴질랜드 친구에게 구해달라고 해서 한국에 올 때 들고 왔어요. 7년 동안 같이 있었는데 우리 당나귀가 송아지도 키우다시피 했어요. 어린 송아지가 당나귀를 쫓아다니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평화롭던지.

 

저는 새 도감을 가지고 있는데 상주에서 새를 볼 때마다 관찰한 장소와 날짜를 그림 밑에 기록해둬요. 소쩍새, 독수리, 부엉이가 밤에 날개 펴고 날아가요. 아침에 목공소에 갈 때 고개를 넘어가는데 하늘에서 까마귀하고 매가 막 싸우는 걸 봤어요. 매가 꿩을 잡았는데 까마귀가 뺏으려고 하다가 둘 다 떨어뜨렸어. 그때 담비가 뛰어오더니 꿩을 채가는 거예요. 그래서 내가 담비에게 막 뛰어갔더니 거기 두고 갔어요. 그래서 이건 내가 주워가야 하나, 생각했죠.

 

우리 집은 산속에 있어요. 독수리, 고라니, 멧돼지 이런 동물은 자주 보고 노루도 있어요.

경이롭도록 놀라웠던 순간은 담비를 봤을 때. 반딧불이랑 수달은 아주 흔하죠. 목욕하는데 멧돼지도 많이 지나다녀요. 송이 따고 싶을 때는 멧돼지 똥을 찾죠. 거기 근처에 꼭 싸놓더라고요. 혼자 분석을 해서 알았어. 가재도 이쪽에서 잡아서 저쪽에서 놓으면 거기서 그대로 양식이 되니까 계곡 골짜기마다 가재를 뿌려놓고. 부엉이, 독수리가 막 이만한데 너무 멋있어요. 고목 구멍 뚫린 곳을 보면 원앙이 들어가 있고, 길가에 쓰러진 너구리 데려와서 살려보겠다고 애쓰고, 고라니 새끼가 어디 구멍에 빠졌을 때 살려주고, 족제비가 쥐 끈끈이에 걸리면 그거 떼어내서 놓아줘요.

 

그런 건 평생 못 잊을 것 같아. 그런 이야기들이 우리하고는 가까운 이야기예요. <브레멘 음악대>에 나오는 이야기가 우리에게는 다 현실인 거예요. 생태 감각이 생겨나며 비누, 샴푸, 치약도 안 쓰게 되었어요.

 

[크기변환]이용선백승희자녀.JPG

 

살아있음을 느끼는 빈도와 강도가 워낙 세죠. 도시에서는 늘 일상이 반복되니까 별거 없는데 여기서는 어머 독수리가 있어! 독수리? 나도 오다 그거 봤는데, 이러니까. 어른이 되어서 서울 사는 우리 큰애가 여자친구를 데리고 상주에 오면 옛날에 자기가 하고 놀았던 걸 둘이 똑같이 해요. 냇가에 들어가서 놀다 물고기 잡아서 라면에 집어넣어 먹고 한 바퀴 산책하고요. 어릴 때 우리 온 가족이 다 같이 냇가에서 목욕했거든요. 그런 자연 풍경을 보며 애들이 하는 말이 다 시처럼 느껴졌어요.

 

아침에 일어나면 창을 무조건 열고 싶어요. 나를 부르는 느낌이야. 일어나면 풀을 베서 소를 주는데 그때 마음이 그렇게 푸근해요. 자연과의 교감, 조화로움에 대한 만족. 귀농 온다는 사람에게도 그냥 하고 싶은 거 하라고 해요. 그러면 자기 본성이 다 찾아질 거예요. 하고 싶은 거 하면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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