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과 올해, 대한민국 국회에서 선거제도 개혁이 쟁점이 되었다.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이 합의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두고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과거 민주화 운동에서 볼법한 장면을 연출하였다. 그들은 국회에서 몸소 드러눕고, 독재 타도를 외치고, 회의실을 점거하였다. 국회의원뿐만 아닌, 국회 보좌진, 당직자들까지 동원된 몸싸움 끝에 결국 4월 30일 자정을 넘겨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신속처리안건으로 선거제 개편안이 지정되었다. 대체 선거제 개편이 뭐기에, 몸싸움과 거리가 멀어 보이는, 경상북도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은 국회 복도에서 드러누웠을까?

 

이번 선거제 개편의 핵심은 표의 비례성을 높이는 거다. 정당이 국민들에게 얻은 지지율과 실제 얻은 의석수 비율을 비슷하게 하자는 거다. 쉽게 말해서 내 표가 사표(死票), 죽은 표가 되는 비율을 줄인다. 예를 들어 경북 상주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 김씨는 농민 정책을 잘 대표하는 가칭 ‘농민당’이 잘 되길 바란다. 농민당을 지지하는 국민들이 10%정도 된다면 대한민국 국회의원 10% 정도는 농민당 국회의원이어야 국회가 내 삶을 어느 정도 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지지율과 의석수를 연결(연동)하는 선거제도를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한다. 지지율과 의석수의 일치가 100%면 100% 연동형 비례대표제다. 현재 국회에서 논의되는 선거제는 지지율과 의석수의 연동되는 비율이 100%가 아닌 50%여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한다.

 

현재 선거제도는 ‘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도 아니다. 지지율과 의석수가 크게 불일치한다. 300명 국회의원 중에서 253명은 253개 지역구별로 1등만 당선된다. 경북 상주시/군위군/의성군/청송군 선거구에서 1등이 35%, 2등이 30%, 3등이 25%, 4등이 10%를 얻었다고 하자. 1등이 과반수를 얻지 못 하여 1등과 2등만 다시 투표하는 결선투표제가 없다면, 1등은 35% 지지율로 국회의원이 된다. 나머지 65%표는 사표가 된다. 승자독식이다. 고스톱 판쓸이와 같다. 농민당이 253개 모든 지역구에서 평균 30%의 지지율을 얻더라도 0석이 될 수 있다. 300명의 국회의원 중에서 47명, 15.6%만 지지율 그대로 의석수를 보장받는다. 이러한 한국의 선거제도를 ‘병립형 비례대표제’라고 한다. 쉽게 말해서, 비례대표를 하긴 하는데 ‘쪼금’ 한다. 농민당이 30% 지지율을 얻으면, 300명 중에서 90석이 아닌 14석을 얻는다. 짜장면을 9천원 어치 시켰는데 1400원 짜리 후식 아이스크림으로 퉁 치 는 셈이다.

 

그렇다면 왜 이런 선거제도를 선택하였을까? 국민이 자신의 대표를 선거를 통해서 국회로 보내는 대의민주주의는 근대 영국에서 시작한다. 현대 사회처럼 계층별, 직능별로 국민들의 이해관계가 다양하게 만들어지기 전에는 ‘지역’ 대표성이 중요했다. ‘지역 내 차이’보다 ‘지역 간 차이’가 더 중요한 동질적인 사회였다. 조선시대 평민들은 대부분 농민 계층이었다. 전라도 곡창 지대의 농민과 강원도 산간 지역의 농민에겐 ‘지역 간 차이’가 중요하다. 그런데 산업화가 이루어진 현대 사회는 어떤가. 청년의 입장에서 경북 상주의 청년과 경북 안동의 청년의 삶이 크게 다른가. 오히려 경북 상주 내부 청년과 노년 세대의 차이가 크지 않을까. 경북 상주의 농민과 경북 안동의 농민의 삶이 크게 다른가. 오히려 경북 상주 내부 농민과 자영업자의 차이가 크지 않을까. 여성, 장애인은 어떠한가. 이렇게 사회의 구성원들이 다양해지고, 복잡해질수록, ‘지역’ 대표성보다 ‘계층/직능’ 대표성이 중요해진다. 그래서 전국 단위의 지지율로 민의를 대변하는 ‘비례대표제’가 생겼다.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전국 곳곳에 현수막을 도배하면서 욕을 하는 ‘비례대표’는 그 자체로 나쁜 제도가 아니다. 경북 상주 시민의 입장에서 경북 상주 전체를 대변하는 국회의원 1명의 필요성보다, 농민/여성/노동/환경/자영업/국가안보 등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전국적인 국회의원이 늘어나는 게 더 좋을 수도 있다. 더군다나 경북 상주시는 단일 선거구가 아닌 군위군/의성군/청송군까지 포함한 선거구다. 하나의 지역으로 묶기엔 너무 넓은 지역이다. 인구변동으로 매번 선거구 자체가 바뀔 수 있다. 점점 줄어드는 인구와 넓어지는 지역구는 ‘지역’ 대표성조차 모호하다.

 

한편 경북은 오랫동안 특정정당 일당독점구조였다. 공천은 곧 당선이어서, 선거 때마다 공천 갈등이 심하다. 지방의회는 지역구 국회의원의 하수인 역할을 한다고 비판받는다. 선거제도가 바뀌면 경북에서도 다른 정당 국회의원이 만들어질 수 있다. ‘지역’ 대표성 차원에서도 바뀐 선거제도가 유리하다. 경북의 지역 현안을 제1당, 제2당, 제3당 고르게 대변 하는 게 더 좋지 않은가. 현재 경상북도 국회의원 13명 모두 자유한국당 소속이다. 보통의 민주주의 사회라면 자유한국당이 영원히 집권할 수는 없다. 정권교체는 자연스런 현상이다. 자유한국당의 흥망성쇠가 지역의 명운은 아니다. 분산투자가 유리하다. 특히 권력은 독점될수록 부패하기 마련이다. 권력 내부의 견제와 균형은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다. 지방분권이 국가적 화두인 시점이다. 지방 내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고려하지 않으면, 지방분권은 지방의 소수 기득권만 키우는 꼴이 될 수가 있다. 대한민국 전체로도, 경상북도에도 좋은 선거제 개편안. 경상북도 자유한국당과 현역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13명에겐 불리할 수 있다. 그런데 270만 경북도민에겐 결코 나쁜 제도가 아니다. 경상북도 국회의원들이 개혁을 가로막는다면 지역민들이 심판해야한다. 270만 경상북도민 여러분. 선거제도 개혁, 경상북도에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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