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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시인에게 경외심이 있다. 학창시절 가장 힘들었던 수업시간이 음악과 미술시간이었다. 워낙 소질이 없기도 했지만 빗소리가 아름다운 선율로 들린다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에게는 결핍된 (초)능력을 가진 사람을 보면 차라리 두려움이 생기지 않나? 미술도 마찬가지지만 음악이나 미술이야 애써 외면하고 살 수도 있다. 그러나 늘 쓰고 살 수 밖에 없는 문자로 음악을 하고 그림을 그리는 시인은 항상 경외의 대상이었다.

 

유명인을 그것도 공짜로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는 상주 같은 작은 도시에 사는 최대 장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내심 손꼽아 기다렸다. 정호승 시인은 [산산조각]이라는 시를 소개했다. “…//늘 부서지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불쌍한 내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어 주시면서/부처님이 말씀하셨다//산산조각이 나면/산산조각을 얻을 수 있지//산산조각이 나면/산산조각으로 살아갈 수 있지.” 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이 난 흙으로 만든 불상을 순간접착제로 붙이다가 문득 이런 시를 썻다고 한다. 역시 시인은 아예 다른 뇌를 가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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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강연의 주제는 인생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이었다. 벌써 나이가 70 가까이 된 시인은 결국 사랑이라고 말한다. 죽을 때 자식들에게 많은 돈을 남겨도 결국 다른 사람에게 다 건너가지만 가족 간의 사랑은 영원히 남는다. “삶이란 사랑하는 법을 배우기 위한 얼마간의 자유시간이다”라는 프랑스 빈민의 아버지 피에르 신부의 소중한 말로 찰나 같은 짧은 인생을 사는 동안 객관적이고 통념적인 성공의 잣대보다는 내 인생에 지금 사랑이 부재한가 충만한가의 주관적 잣대로로 살아가길 권한다.

 

그러나 사랑은 결코 쉬운 것이 아니다. 대낮의 맑은 하늘에도 별은 존재하지만 아름다운 별을 보기 위해서는 밤하늘의 어둠이라는 고통을 통과해야 한다. [여행]이라는 시를 소개하며 사람의 마음 속 여행인 사랑을 찾는 길은 맨발로 히말라야를 오르듯 힘들고 고통스럽다는 것을 오지와 설산에 빗댄다.

 

여행 


     정호승 


사람이 여행하는 곳은 사람의 마음뿐이다
아직도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의 오지뿐이다 
그러니 사랑하는 이여 떠나라
떠나서 돌아오지 마라 
설산의 창공을 나는 독수리들이 
유유히 나의 심장을 쪼아 먹을 때까지 
쪼아 먹힌 나의 심장이 먼지가 되어
바람에 흩날릴 때까지
돌아오지 마라
사람이 여행할 수 있는 곳은 
사람의 마음의 설산뿐이다            시집『여행』(창작과비평사, 2013)

 

사랑은 책임과 희생 그리고 용서로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죽으면 용서가 될 줄 알았는데 그사람 죽고 나니 용서하지 못한 내마음 속에 영영 살아있더라는 일화와 함께 ‘인생이라는 강을 건너가기 위해서는 반드시 용서라는 징검다리를 건너가지 않으면 안된다’, ‘남을 용서 못하는 것은 내 가슴에 총알이 박혀 있는 것과 같다’는 [탕자의 귀향]이라는 책과 렘브란트의 그림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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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몫의 유산을 미리 받아가 방탕하게 살다가 굶어 죽을 지경이 되어서 무릎 꿇으며 돌아온 둘째 아들을 기꺼이 받아 안는 아버지와 불만 가득 오른편에 서 있는 장남을 그린 그림을 설명하며 둘째 아들이 떠난 후 눈물에 짓뭉개진 아버지의 두 눈과 부드러운 오른손은 모성애을 상징하고 힘있게 꽉진 왼손은 부성애을 상징한다며 시인이 샅샅이 그림을 읽어주었다. 시인이 읽어 주니 드디어 그림이 보이기 시작하는데도 설마 저런 걸 다 생각하며 그렸을까? 같이 간 누구누구에게 살며시 물어보니 당연할 걸 물어 본다는 듯 무식을 경멸하는 비웃음을 보낸다. 용서는 불공평하고 절대적이라는 결론에 다달았다. 절대자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도 모성같은 절대적인 사랑을 완성할 수 있다는 희망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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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가 힘들 때는 사랑을 선택하라’라는 유명한 말을 지키며 살아가기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고통없는 사랑을 원하는 것은 빈밥상을 받아 놓고 배부르기를 원하는 것과 같다며 ‘모든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는 괴테의 말과 ‘고통은 그 의미를 찾는 순간 더 이상 고통이 아니다. 의미없는 고통은 없다’ ‘인생의 아름다움은 고통으로부터 온다’ ‘고통은 극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견디는 것이다’ 같은 귀한 말들을 인용하며 “아라홍연”의 기다림으로 마무리했다. 함안에서 발굴된 연씨 중 단 하나 발아되어 700년 만에 핀 연꽃의 가르침처럼 누구에게나 무거운 삶의 무게, 십자가를 등에 지지 말고 품에 안고 살아가자며 인문학 콘서트를 마쳤다.

 

간간히 바람이 불긴 했지만 한여름 대낮 에어컨도 없는 상주향교 대청마루에 100여명이 다닥다닥 붙어 앉아 초딩 2,6,4학년 아이들과 시인의 강연을 듣는 것도 보통 고통이 아니었다. 그러나 역시 시는 인문학 그 자체였다.

 

우윤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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