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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이 8월17일 발표되었다. 2017년 8월31일 수능개편 1년 연기를 선언한 교육부가 2018년 7월12일 ‘학교생활기록부 신뢰도 제고를 위한 정책숙려 시민참여단’의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와 동시에 올 4월부터 국가교육회의에서 시민 490명이 참여하는 ‘대입개편 공론화위원회’를 꾸리고 대표의제 4개를 선정, 대국민토론회 등을 거쳐 지난 8월3일 공론위 조사결과를 교육부에 권고하였고 8월17일 김상곤 교육부장관은 최종결과를 공표하게 된 것이다. 이에 1년이나 연기된 수능개편이 오히려 퇴행하였다는 비판이 많다.

 

이번에 발표된 최종안은 솔직히 좀 많이 참담하다. “미래를 이끌 창의적인 인재양성을 위해 입시경쟁 위주의 교육을 탈피하고 학생 한명 한명을 위한 학생중심 위주의 교육으로 바꿔 나가야 한다”는 교육부장관의 말과는 완전 반대이기 때문이다. “공정한 제도를 만들기 위해 수능비율을 확대해 재도전의 기회를 보장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획기적으로 높이겠다”는 말도 공허하다. 문재인대통령의 수능 전과목 절대평가 공약까지 들먹일 필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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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평으로 첫째, 입시경쟁교육의 대명사 격인 수능영향력의 확대라는 의견이 대부분이다. 단순히 수치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수능 최저학력기준도 현행대로 유지되므로 수시전형으로 상위권대학을 진학하려는 학생들의 수능부담은 그대로이다. 수능범위와 과목도 국어는 ‘화법과작문’ ‘언어와매체’를, 수학에서는 ‘확률과통계’ ‘미적분’ ‘기하’를 선택으로 전환하고 문,이과 구분을 폐지한 것이 어쩌면 수험생의 학습부담을 좀 줄일 수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두고 볼 일이다. 애초에 기하와 과학II를 수능에서 빼려던 입장에서도 후퇴하였다. 수시 적성고사는 이미 크게 부담스러운 것이 아니라서 폐지하든 그렇지 않든 큰 차이는 없을 것이라고 한다. 제2외국어는 영어와 한국사에 이어 절대평가로 전환되었다. 최상위권 학생들을 피해 아랍어선택이 대세라는 웃픈 일은 사라질 지도 모르겠다.

 

둘째, 학생생활기록부 문제도 변죽만 울렸다는 평가이다. 소논문, 수상경력, 자율동아리 등이 가장 쟁점사항이었고 교육부의 최초의 입장은 삭제였지만 정책숙의 과정 중 소논문 활동은 폐지 되었지만 나머지 두개는 살아 남았다. 과도한 스펙경쟁을 유발하는 교내 수상경력은 학기당 1개 총 6개로 제한 하였고, 사교육의 협조나 부모의 개입을 비판받은 자율동아리는 학년당 1개로 제한을 두는 데 그쳤다.

 

셋째, “특목고, 자사고, 서울 강남학군, 대구 수성학군 등은 학생부종합전형과 수능전형에서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에 그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다.

 

넷째, 사교육업계의 완승이다. 수능 상대평가가 유지된 점, 상위권 대학의 정시 비중이 높아져 재수의 기회가 넓어진 점, EBS 연계율이 낮아진 점, 그것도 EBS 지문을 그대로 인용하지 않고 간접연계 방식으로 하기로 한 점, 기하와 과학II가 막판에 살아남은 점. 모든 것이 사교육 불패신화를 향한다. 고등학교 내신절대 평가제로 요약할 수 있는 성취평가제도도 사실상 의미가 없어 내신 사교육시장도 타격을 받지 않을 모양새다.

 

분명히 퇴행이다. 퇴행이란 동생이 태어나자 첫째 아이가 다시 오줌을 못 가리게 되는 것처럼 스스로 자신이 없거나 실패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미숙한 상태로 돌아가는 것으로 불안을 해소하는 방어기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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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입개편의 주요 쟁점은 크게 두가지로 요약될 수 있다.

먼저 수능 점수 위주의 정시 비율을 내신성적이나 학생부기록 위주의 수시에 비해 어느 정도로 할 것이냐는 점이었다. 최상위권 대학을 포함하여 정시의 비율이 거의 20% 아래로 내려가는 추세에서 이번 공론화 과정에서 정시 45% 이상을 주장하는 안이 가장 많은 지지를 얻었다. 수험생들이나 학부모들의 여론이 나라에서 관리하고 정확하게 점수화되는 수능이 학교별 담임선생님 별로 천차만별이고 정량화하기 힘든 내신과 학생부보다 공정하고 비리가 개입될 여지가 덜하다는 생각에 기인할 것이다. 교육부는 이를 절충하여 정시 즉 수능 위주 전형 30% 이상을 권고하였다.

 

그 다음은 상대평가를 유지할 것이냐 전과목 절대평가로 바꿀 것이냐의 문제였다. 공론화 발표 당시 상대평가가 더 많은 지지를 얻었으나 통계학적 차이는 없는 것이라고 발표했다. 다시말해 490명 표본집단을 다른 사람으로 뽑았으면 절대평가가 더 많은 지지를 얻을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평가를 유지하기로 했다. 상대평가는 소수점 이하까지 1등부터 줄을 세우는 방식이다. 절대평가는 수능을 무력화하는 것이라는 주장과 동점자 발생의 문제 등이 제기되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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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가지 주요 쟁점을 아우르는 담론은 아마도 공정함일 것이다. 키 차이가 확연한 사람이 같은 나무상자에 올라서는 것을 공평함 혹은 평등함(Equality)라고 한다면 가장 키가 작은 사람은 두 개의 상자를 그다음 사람은 한 개의 상자에 올라가 세명의 키높이가 같아지는 것을 공정함(Equity)이라고 한다. 신체조건이 월등한 사람이 더 많은 상자를 차지하고 중간 키의 사람도 상자 하나 정도는 차지하지만 키작은 사람은 더 뒤로 밀려나 있는 현실(Reality)을 자본주의체제 아래에서 우리는 더 공정하고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말 아닐까?

 

돈 많은 부모 밑에서 좋은 동네에 살고 좋은 학원을 다니고 좋은 고등학교를 다니는 아이들과 맨땅에 헤딩하듯 경쟁하는 것은 이미 공정한 게임이 아니다. 이미 구조화된 차별은 우리들의 의식마저 지배하여 어쩔수 없다고 믿는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승부의 9할 이상을 결정지을 지언정 우리는 그 공정한 패배를 받아들이는 데 너무나 익숙해져 있다.

 

최고의 대학에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합격하려면 수능시험에서 전과목 통틀어 3개이상 틀리면 안된다고 한다. 교과서와 학교수업 위주로 4당5락의 정신력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방대한 대입 교과목을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선행학습부터 시작하여 수능시험 직전까지 이어지는 족집게 고액과외를 통해 거의 같은 문제를 끊임없이 반복 연습한 결과라는 것을 배제하고는 도무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정시를 확대하고 상대평가를 유지하는 것을 가장 강력하게 주장한 단체의 이름이 “공정사회를 위한 국민모임”이다. 그들이 말하는 공정함은 유리한 조건이지만 주어진 규칙대로 경쟁에 승리하는 사람이 상응한 보상을 독식하는 현실(Reality)이다. 1% 상위권 학생들에게는 시험제도 따위는 중요하지 않을텐데 그 1%들에게 더 유리하게 대입제도를 바꾸면서 공정을 들이댄다. 일부 학교와 담임의 불평등한 처사를 성급히 일반화하며 교묘한 감언이설로 99%의 학생과 학부모를 속이며 또다시 지극히 현실적(Reality)이며 공정한 경쟁에 내몰고 있다. 종부세 과세대상에 해당도 되지 않는 사람들이 세금 때문에 나라가 망한다던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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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성을 말하려면 수능보다는 사교육 영향력이 적고 학습부담이 상대적으로 덜한 내신성적과 공신력과 객관성을 강화한다는 전제 하에 학생부전형을 확대하는 것이 더 낫다. 그래야 지역격차도 해소될 수 있다. 최상위권 대학에서는 원하는 학생과 학부모들에게 따로 변별의 방법을 만들던지 하고, 하위 99% 학생들에게 학업 부담을 줄이고 특기적성 활동의 여유를 확장하는 것이 공교육 정상화에도 더 부합할 것 같다.

 

강남에서도 공부잘한다고 소문난 학교에서 전교 1등하는 학생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꿈이 없어서 공부를 열심히 한다고. 나중에 하고 싶은 꿈이, 가고 싶은 대학이 생겼는데 성적 때문에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 그냥 공부한다는 것이다. 불평등을 조장하는 장벽을 제거하고 자신의 특기적성으로 열심히 살아간 아이들이 꿈을 포기할 일이 없는 해방(Liberation)은 너무 멀다.

 

결국 사람이 사람을 잡아 먹는 꼬리칸에서 해방되는 것은 팔과 다리를 스스로 잘라 내놓는 것도 아니고 봉기하여 한칸씩 타도해 나가는 것도 아니고 '설국열차'의 문을 폭파하고 악순환에서 뛰쳐 나가는 것 밖에는 없지 않을까? 그런데 열차 밖은 너무 춥고 배고프고 척박하다…

 

우윤구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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