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세상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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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세에 저 세상에서 날 데리러 오거든~
                            좋은 날 좋은 시에 간다고 전해라! - 웰다잉법?

                                                                                            

                                                                                 삼성연합 신경외과 내과의원 우윤구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 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안(일명 존엄사법)’이

2016년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2018년부터 시행됩니다. 갑자기 툭 튀어 나온 법이 아니라 사실은 지난 20여 년 동안 관련된 두가지 큰 사건이 있었습니다.

 첫 발단은 1997년 12월 4일 술에 취해 시멘트 바닥에 머리를 찧은 58세 남자가 보호자 없이 서울 보라매병원 응급실에 실려 왔고, 생명이 위독하였으므로 의료진은 보호자의 동의를 기다릴 수 없어 일단 응급수술을 했습니다. 뒤늦게 도착한 부인은 수술비와 입원비를 감당할 수 없는 형편이라며 남편의 퇴원을 요구했습니다. 이에 의료진은 병원에 책임을 묻지 않겠다는 각서를 받은 후 퇴원시켰고, 퇴원 후 환자는 인공호흡기를 뗀지 5분 만에 사망했습니다. 이후 사망신고를 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되어 그 부인과 퇴원을 승인한 의료진 그리고 인공호흡을 중단한 수련의가 살인죄로 기소되었고 재판 결과 살인방조죄로 유죄를 받았지만 집행유예로 실형은 면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일명 보라매병원 사건입니다. (그런데! 보라매병원 사건 1심에서 살인죄로 유죄 판결을 한 판사는 이후 자기 어머니가 가망 없는 상태가 되자 연명치료를 거부했었다는 후일담도 있습니다)

 두번째 중요한 사건은 연세대 김할머니 사건입니다. 2008년 2월 18일 폐암 확인을 위한기관지 내시경검사 중 과다출혈로 인한 뇌손상으로 식물인간 상태가 되는 사고가 발생하였습니다. 이에 2008년 5월 9일 의미 없는 연명치료를 중단해 줄 것을 요청하는 가족들의 가처분 신청을 시작으로 지난한 법정 다툼 끝에 2009년 5월 21일 대법원에서 최종적으로 존엄사를 확정 판정하고 인공호흡기를 제거할 수 있게 한 사건입니다. (그런데! 김할머니는 인공호흡기를 제거한 후에도 자발호흡을 하며 201일간 더 생존하였고 2010년 1월에서야 사망함으로써 과잉진료 논란이 발생하기도 하였습니다)

 지금은 자택에서 자연사하여도 장례식장에서 초상을 치르지만, 2000년 전후에만 해도 사망이 임박했을 때, 집에서 임종을 맞기를 원하는 환자나 가족이 많았습니다. 보라매병원 사건 전에는 가망 없는 자진 퇴원의 각서(Hopeless Signout Discharge)를 받고 집으로 보내 인공호흡을 중단한 시각에 사망 선언을 하는 것이 관행이었습니다. 보라매병원의 의료진도 그렇게 했던 거죠. 그러나 이런 관행이 살인방조죄로 유죄가 나오고 난 후, 연세대 김할머니 사건처럼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자진 퇴원을 거부하고 자연적으로 심장이 멎을 때까지 의미 없는 연명치료를 지속하는 경우가 많아집니다. 그러므로 보라매병원 사건과 연세대 김할머니 사건은 동전의 양면과도 같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법에 따르면 심폐소생술 인공호흡기 혈액투석 항암제투여 등의 치료효과 없이 사망 시기를 연장하는 의료행위를 중단할 수 있으나, 통증을 줄이는 진통제 투여나 영양, 물, 산소 공급은 중단할 수 없다고 되어 있습니다. 적극적인 치료에도 불구하고 회복되지 않으며 병세가 급속도로 악화돼 사망에 임박한 상태인 환자 중에서 연명치료 중단의 뜻을 직접 문서로 남겼거나 가족 2명 이상이 평소 환자의 뜻이라고 진술하는 경우, 담당의사와 해당분야 전문의 1인의 판단에 따라 연명치료를 중단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핵심은 <자기결정권>입니다. 환자가 사전에 연명치료를 반대하는 자기의사를 명확하게 남긴 경우 이를 존중하며, 이에 따라 치료를 중단한 의사를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약칭 ‘존엄사법’이라고 부르기엔 조금은 민망한 수준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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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부터 1999년까지 법에 구애 받지 않고 대가 없이 적극적으로 130명의 각종 말기환자의 존엄사를 도운 병리과 의사에 관한 영화입니다. 영화 <당신은 잭을 모른다>는 맨몸으로 파도타기 하다가 척수손상을 입어 3년째 인공호흡기에 의존해 살고 있던 38세 남자가 생명유지 장치의 큰 비용부담 때문에 떼어 주기를 요청하는 사건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주인공 의사 잭은 전신마취제와 심정지 약물이 순서대로 투입되는 장치를 거금(?) 45달러 들여 손수 만들고 <자비의 기계>라 부릅니다. 환자 스스로 스위치를 키도록 한 <자비의 기계>를 소개하다가 쫓겨나고, 결국 병원에서는 이 남자에게 영양분과 수분의 공급을 끊어 2개월 후 합법적으로 사망에 이르게 하였습니다.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죽음으로 고통을 끝내길 원하는 환자들이 잭을 찾아오게 됩니다.

 1990년, 처음으로 잭에게 <자비의 기계>로 죽음의 시술(의사가 돕는 자살)을 받은 환자는 45세 여자 알츠하이머 치매환자였습니다. 임종이 임박한 환자가 아니므로 잭은 많이 망설이지만, 지금 당장 결심하지 못해 더 기억력이 악화되면 영원히 못 할 것이고, 서서히 죽어만 가기는 싫다며 잭을 설득하고 누구나 자신의 죽음을 맞이함에 있어서 존엄성을 지킬 수 있어야 하고, 치료를 돕는 것 뿐 아니라 죽음을 돕는 것도 의료라는 믿음으로 잭은 수락합니다. 마땅한 장소를 구하지 못한 잭은 공원 호숫가 허름한 밴에서 그 첫 시술을 성공합니다. 시술을 준비하면서도 다시 생각해보기를 권하지만, 언제라도 시작할 수 있다고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한 치의 두려움과 망설임 없이 스위치를 켠 환자는 잭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긴 후 10초도 안되어 편안하게 죽습니다. 이 사건 후 당연히 불법 여부를 조사 받게 되었으나, 부검 결과 자살로 나오고 기소할 근거가 없어 법적 처벌을 받지는 않지만, 의사면허를 박탈당하게 됩니다. 그 후에는 전신마취제와 심정지 약물을 구할 수 없어 평생의 친구인 의료기사의 도움으로 일산화탄소를 구해 죽음의 시술을 계속 합니다.

 전국적인 논란을 일어나길 원했던 잭은 130번째 52세 남자 루게릭병 환자에게는 직접 근육 이완제 주사를 놓아 호흡을 멎게 합니다. 그는 전 과정을 녹화하고 전국방송에 방영되도록 하여 살인죄로 기소됩니다. 변호사의 도움을 거부하고 자신의 시술은 환자가 고통 속에서 죽어갈 때 환자가 요청하는 인도적이고 빠르고 고통 없는 죽음을 주는 최선의 의료행위이자 의사의 진정한 소명이라 주장하며 법정투쟁을 하지만, 보수적인 판사는 법리만을 따지며 1999년 4월, 25년형의 유죄를 선고하고 잭은 8년2개월을 복역하다가 79세가 되던 2007년 6월 가석방 된 후 2011년 6월 심장병으로 사망합니다.

 전적으로 실화이며 그리 오래 되지도 않았지만 놀라울 정도로 거의 알려지지 않은 일이기도 합니다. 또한 현재 스위스(1942) 네덜란드(2001) 벨기에(2002) 룩셈부르크(2009)는 의사 조력에 의한 안락사를 법률로 보장하고 있고, 미국에서는 오리건 몬태나 뉴멕시코 워싱턴 버몬트 캘리포니아 등 여섯 주에서 불치병 환자가 의사에게 자살약을 요청할 수 있는 존엄사법이 있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는 여러분들은 어떻게 죽고 싶으신가요?”

 아마도 큰 병 없이 아프지 말고 타고난 명대로 살다가 언제일지 모르는 어느 날, 잠자는 중에 고이 가는 것이 누구나 바라는 죽음이 아닐까요? 그러나 이런 행운을 누리는 사람은 거의 없죠. 그러면 질문을 좀 현실적으로 바꾸어 봅시다. 온몸에 암이 퍼지고 참을 수 없는 통증에 매순간 시달리는 어느 날, 죽음이 임박하지는 않았으나 회복의 가능성은 전혀 없을 때 여러분은 어떻게 할 겁니까? 그저 참고 견디며 임종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 말고 뭘 어떻게 할 수나 있습니까? 반대로 이별의 준비를 충분히 한 후, 좋은 날 좋은 시를 골라 사랑하는 가족들이 모두 지켜보는 가운데 스스로 결정하여 존엄한 죽음을 맞을 수 있다면 그렇게 하시겠습니까? 

(혹시나 지금 현재 중증의 질환과 어려운 싸움을 하고 있는 환자나 가족들이 이 글을 읽고 오해하여 상처받거나, 투병의 의지에 찬물을 끼얹는 짓이 될 수도 있겠다는 걱정이 듭니다. 분명히 다시 말하지만, 어디까지나 적극적이고 필사적인 치료 이후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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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촌(조혜순) 2016.01.22 21:05
    동일인 의사인지 몰라도 1992-93년 사이 미국에서 뉴스를 본적이 있습니다. 루마니아 출신 의사인데 전 세계에서 안락사를 원하는 사람들을 도왔다고 합니다.
    일부만 알고있는 "과잉의료 거부" (연명치료거부) 의 서류작성에 대해 좀 더 일반에게 알리면 좋겠다는 의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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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쫌샘 2016.01.25 09:02
    잭 케비키언의 부모가 1차대전 후 집단학살을 피해 미국으로 망명한 아르메니아계로, 이민 2세대 미국출생입니다.
    연명치료거부의사를 밝히는 공식적인 서류는 아직 정해진 바 없고 2018년 시행 전에 법정 서류양식이 나오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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