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세상소리

우윤구 건강칼럼
2016.02.26 23:20

[우윤구건강칼럼]보험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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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험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삼성연합 신경외과 내과의원 우윤구

 

 집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다가 손목뼈가 골절되어 치료한 환자가 있었습니다. 가장 흔한 골절이고 그리 심하진 않아서 간단하게(?) 반깁스 착용 4주 만에 뼈가 잘 붙어 시간만 지나면 별 후유증 없이 잘 회복할 그런 환자였습니다. 붕대를 풀어주고 나니 역시나 진단서를 끊어 달라고 하여 흔쾌히 그리하고 이제 안 오셔도 된다고 보냈죠. 그런데 다음날 아침 그 환자가 다시 와서는 진단서 내용이 잘못 되었으니 고쳐 달라고 하는 겁니다. 무슨 사정인지 들어보니 본인 보험 중에 능금조합에 들어 놓은 것은 집에서 다쳤다고 하면 보험금을 받을 수 없으니 사과밭에서 넘어진 걸로 바꿔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잘 몰랐다고, 미안하다고, 내용만 조금 바꾸는 것이니 꼭 부탁한다고 하셨습니다.

 

 어떻게 됐을까요?

 

“안됩니다.” “처음부터 사과밭에서 다쳤다고 말했으면 제가 알 수도 없었겠지만, 집에서 다친 걸 뻔히 아는 데 보험금 타려고 같이 거짓말하자고 하면 안됩니다.” “진단서 허위작성은 의사면허 취소사유입니다.” 이렇게 말하니 아주 기분 나쁜 표정으로 쌩하고 나가버렸습니다. 별것도 아니고 아무도 모르는데 그거 하나 바꿔 주는 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냐는 원망이 눈에 보일 정도였습니다.

 

 사실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다. 화상의 경우에는 3도 화상처럼 피부 이식이 필요할 정도로 심하거나 1도 화상처럼 저절로 낳는 경우 말고 2도 화상이 문제가 됩니다. 표재성 2도 화상만 해도 병원에서 치료를 해야 될 정도이지만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심부성 2도 화상이다 보니 물집이 생기고 많이 아프지만 1주일 정도 만에 흉터 없이 낳는 표재성 2도 화상 환자가 2주 이상 걸리고 화상 흉터가 남는 심부성 2도 화상으로 진단서를 써달라고 하는 경우가 허다해서 아예 표재성 2도 화상 환자가 오면 미리 ‘보험금 못 받습니다.’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간혹 ‘딴 데서는 다 해주는 데, 뭐 이런 불친절한 의사가 다 있냐?’고 큰소리치는 사람들도 적지 않습니다.

 

 요실금 보험과 수술에 때문에 삼성생명과 의사들 사이 사기죄 공방이 대법원까지 가서 최근 의사들이 무죄를 받고 종결된 사건도 있었습니다. 삼성생명이 IMF 시절쯤에 요실금 수술을 받으면 5백만원을 주는 여성용 보험을 싸게 팔았었나 봅니다. 전신마취에 배를 열어야 했던 시절에는 별문제가 되지 않다가 의학기술의 발달로 의료보험이 되는 간단한 수술로 대체되면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보험금 신청하는 사람이 엄청 많아 진 것이죠.

그러다보니 요실금수술의 의료보험 기준으로 요동력학 검사라는 조건이 추가되지만, 불필요한 검사만 늘 뿐 역부족이었습니다. 요실금으로 고생하던 환자들이 발달된 기술의 혜택을 누리며 보험금까지 받을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일이 어디 있겠냐만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한 사람들의 욕망은 거기서 그칠 일이 없었습니다. 소위 ‘이쁜이수술’이라는 질성형수술과 요실금수술의 수술상처가 거의 비슷하다보니 ‘이쁜이수술’을 받고 요실금보험을 받아 챙기는 일이 전가의 보도처럼 돼버릴 지경이었습니다. 의료 공급자인 의사도 한몫 했다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겠죠.


 많이들 들고 계실 실손보험은 어떻습니까? 가슴을 부딪혀 심한 통증을 호소하여 갈비뼈 골절이 강력히 의심되는 환자의 엑스레이 검사결과 갈비뼈 골절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가정해 봅시다. 2-3주간 휴식하고 진통제 복용하면 통증은 잦아들 겁니다. 다만 엑스레이에서 골절을 증명하지 못했으므로 늑골골절 진단서는 써주지 못합니다. 그런데 이 환자가 보험금을 받으려면 골절 진단서가 필요합니다. 그럼 결국 CT검사를 해야겠지요. CT검사 결과 늑골골절을 증명되었다면 진단서를 써 줄 수 있겠지만, 2-3주간의 휴식과 진통제 처방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애초에 실손보험을 들지 않았다면 하지 않아도 될 검사가 추가된 겁니다. 환자는 실손보험금을 받아서 좋고 병원은 더 고가의 검사를 해서 좋지만, 전체 국민의료보험 지출은 늘었고, 이런 예들이 쌓이고 쌓이면 의료보험 혜택범위가 늘어나지도 않으면서도 의료보험료와 실손보험료 인상으로 되돌아 올 것입니다. 실제로 해마다 의료보험료는 인상되고 특히 실손보험료는 급격하게 오르고 있습니다.

 

 의료보험 적용범위를 넘어서는 MRI를 비롯한 각종 비급여 검사나 치료들에 대해 실손보험에서는 보험금을 지급해 줍니다. 얼마 이상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할 때라든지 입원했을 때라는 조건이 붙는다면, 그 조건에 부합하려고 영양제 주사 등의 비급여 항목을 이용해 본인부담금을 높이거나 하루 6시간 입원이라는 새로운 발명품을 만들어 냅니다. 자기가 낸 보험료에 대한 본전 생각에 빠진 환자와 고가의 검사와 치료로 수익을 높이고자 하는 의사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지는 지점이죠. 이미 의료의 영역이 아니라 자본의 영역이고 물신성을 획득한 이상 통제가 안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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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그림은 2011년 다양한 매체들을 통해 알려진 삼성생명의 내부보고서입니다. 2003년 현재 실손의료보험이라는 4단계에 와 있고 그다음 5단계 “병원과 연계된 부분 경쟁형”이란 공보험인 전국민의료보험과의 경쟁을 말하는 것이며, 결국 6단계 “정부보험을 대체하는 포괄적 보험”이라면 전국민의료보험 체계는 붕괴되는 것을 말합니다. 실제로 2015년 12월 제주도에 국내최초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인 <녹지국제병원>이라는 영리병원이 설립승인 되어 한창 공사중이고, 2014년에는 규제 개혁라는 명목아래 의료법인의 영리자회사를 허용하였습니다. 정부정책이 이미 유출 폭로된 삼성생명의 내부 계획대로 차곡차곡 진행되어가는 느낌은 다만 기우일까요? 좀 무서워지기도 합니다. 들키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으니 말이죠.

 

 모든 국민은 소득에 따라 의료보험료를 내야하고 모든 병원은 의료보험의 규정대로 진료를 해야 합니다. 당연지정제라는 강제조항이죠. 고소득자들이 의료보험료를 많이 내야만 의료보험 재정이 유지됩니다. 그런데 만약 강제로 당연히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고 하면, 상위 10%정도의 고소득자들은 아마 의료보험보다는 삼성생명의 “삼성병원과 연계된 부분 경쟁형” 민간보험으로 갈아탈 겁니다. 5단계로 가는 것이지요. 삼성생명 환자만 받는 비까번쩍한 병원도 당연히 생겨나겠죠. 삼성과는 관계가 없지만, 이미 4-5년 전부터 강남에는 미래형병원이라는 <차움>이 있습니다. 입회비 1억7천에서 3억4천만원, 연회비 1천에서 1천5백만원을 내면 소위 프리미엄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으로 약 900명의 회원이 있으며 국가 원수 급의 해외환자를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각종 신출귀몰한 방법으로 합법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그다음은 어떻게 되겠습니까? 결국 모든 국민들이 소득 순서대로 의료보험을 빠져나가 비로소 6단계, 의사든 환자든 간에 전국민의료보험을 대체한 삼성생명의 ‘포괄적 보험’의 ‘독자적인 심사’를 받아할 것입니다. 어느 순간 갑자기 훅 하고 오는 일이 아닐 겁니다. 보험금이라는 독배를 들고 있는 동안 야금야금, 어쩌면 이미 우리는 모두 빼도 박도 못하는 상황에 처해 있을 지도 모릅니다. 

 

 이글을 쓰는 저도 주변의 부탁으로 이런 저런 보험을 많이 들고 있지만, 뭐가 뭔지도 모르고 사실 관심도 별로 없습니다. 부동산보다 좋은 투자라는 각종 상품들까지 있고, 수억의 암보험금 사망보험금을 받았다는 사례도 쉽게 들어 봤을 겁니다. 반면 보험료 꼬박꼬박 내고도 제대로 보상받지 못했다는 피해사례들도 넘쳐나며, 그 와중에 수억대 연봉을 받는 보험왕 뿐만 아니라 보험회사는 회사대로 막대한 수익을 내는 시스템을 이해할 만큼 셈법에 능통하지도 못합니다. 다만 미래에 대한 불안과 생명마저 상품으로 파는 고도로 발전된 자본주의를 사는 오늘도 몇 건의 진단서를 끊어주며 머지않은 미래에 우리나라 의료체계는 민간보험 때문에 망할 것 같다는 느낌적(?)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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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르는돌 2016.02.27 00:14
    공적인 영역에 남아야 할 분야들이 하나 둘 민간으로 넘어갑니다. 야금야금 먹어 가는데 시민이 막을 방법이 별로 없습니다. 선거에서 그런 정책을 반대할 사람들을 많이 뽑는 수 밖에. 안타깝지만 우리가 언론에서 흔히 보는 정치인 중에 그럴 사람들이 많지 않습니다. 답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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