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윤구 건강칼럼
2016.03.27 17:31

[우윤구 건강칼럼]C형간염 집단감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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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형간염 집단감염

 

 

                               삼성연합 신경외과 내과의원 우윤구

 

 

일회용 주사기 재사용과 국소마취제 재사용으로 인한 C형간염(침, 바늘, 면도기, 문신, 귀뚫기 등 혈액을 통해 전염되는) 집단감염 사태가 연이으면서 사회적 충격이 적잖았습니다. 한번 발병하면 간경화와 간암으로 진행하는 비율이 B형간염보다 높은 C형간염의 집단감염이 고작 몇 십원짜리 일회용 주사기 때문이라니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동업자로서 경악을 금치 못하였을 뿐만 아니라,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수액주사나 영양제 주사를 맞을 때 비닐팩에 들어 있는 수액이 빨대만한 투명한 라인을 타고 정맥 안에 꽂은 침을 통해 혈액 속으로 들어가게 됩니다. 조금 자세히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맥내유지침과 수액라인사이에는 노란색 고무로 두툼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 이유는 수액주사 중에 다른 종류의 정맥주사약을 함께 줄 필요가 있을 때 환자를 다시 찌르지 않고 그 두툼한 고무 부분에다가 주사바늘을 찔러 수액과 함께 혈액 속으로 넣어 줄 수 있게 해 놓은 것입니다. 인터넷을 샅샅이 검색해본 결과, 서울 다나의원에서는 십여 명의 환자가 수액주사를 맞고 있으면 각종 영양제를 칵테일로 만들어 큰 주사기 하나에 담아 조금씩 그 두툼한 고무 부분을 통해 나눠주었다고 합니다. 물론 절대 용납될 수 없는 일이지만, 드디어(?) C형간염 집단감염의 경로를 이해는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니, 한번 쓴 주사기를 다시 쓴다는 것이 어떻게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풀리게 된 거죠. 환자 몸속에 다가 직접 찔렀던 주사기를 다시 쓴 게 아니라, 수액라인 속으로 여러 환자에게 나눠 쓴 것입니다. 그 의사에 딴에는 그렇게 하면 오염되지 않았다고 생각한 모양입니다.

원주의 한 정형외과에서는 통증치료를 위해 혈소판풍부혈장이라는 자가혈주사(자기 피를 뽑아 원심분리하여 빨간색의 적혈구는 버리고 투명한 액체의 혈장을 이용하는 주사)를 맞은 환자에서 C형간염이 발생하였습니다. 다나의원의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이어선지, 역시나 일회용 주사기를 재사용한 것으로 의심을 받던 중 그 의사는 자살이라는 끔찍한 선택을 해버렸습니다. 수습할 수 없을 정도로 C형간염 집단감염은 이미 벌어져 있고, 감염경로에 대해 차분히 따져 볼 겨를도 없이 (본인이 절대로 하지 않은) 일회용 주사기나 재사용하는 파렴치한 의사로 몰리다보니 안타깝게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을 것입니다. 그 심정이 이해가 되기도 합니다.

이 경우에는 주사기 재사용이 아니라 통증주사로 혈소판풍부혈장이라는 자가혈주사를 이용하면서 국소마취제를 섞는 과정에서 오염된 국소마취제를 재사용하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입니다. 터무니없었던 앞의 경우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억울함을 말하는 의사들도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보건복지부 산하 심사평가원에서 국소마취제를 나눠서 재사용 할 수밖에 없도록 심사기준을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즉 20cc로 만들어져 나오는 국소마취제를 통증주사로 이용할 때 보통 2-3cc정도만 쓰게 되는데 이런 경우 심사평가원에서는 국소마취제의 약값으로 실사용양인 10분의1만 인정해주는 거죠. 재사용을 하지 않으면 약값의 10분의9는 고스란히 병원의 손해이므로 국소마취제 재사용의 책임은 심사평가원에 있다는 주장까지도 나올 수 있게 됩니다.
큰 수술에서부터 작게는 엉덩이 주사까지 어떤 침습적인 처치를 할 때, 어떠한 종류든지 감염이라는 위험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무균처치에 대한 상세한 지침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손씻기나 소독된 장갑을 끼는 방법이라든지 소독된 기구를 초록색 천으로 싸고 푸는 방법이나 소독된 주사기를 까는 방법, 소독약을 바르는 방법, 이번에 문제가 된 국소마취제처럼 나눠 쓸 수 있는 주사약을 병에서 뽑아내는 방법 등 아주 세세한 지침들을 지키는 것 말고는 감염의 위험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물론 무균처치를 잘했음에도 불구하고 각종 감염이 발생하는 수도 있습니다. 환자의 면역력이 떨어져 있는 경우나 감염에 극히 취약한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들인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암이나 당뇨병 환자가 그렇다 하겠습니다. 이런 환자에서는 더 조심하는 수밖에 없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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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균처치는 따로 배워서 하는 것이 아니라 수련기간 동안 경험에 의해 체득되는 것입니다. 외과적 무균법에서는 완전 멸균이 필요하지만 수액주사나 엉덩이 주사 같은 경우에는 알코올 솜으로 닦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습니다. 가장 중요한 개념은 ‘Touch’라고 생각합니다. 즉 닿으면 오염된 것으로 간주하는 것입니다. 오염이라고 하니 겉보기에도 더러워 보일 거라고 생각될지 모르지만 바이러스나 박테리아 등 미생물에 의한 오염은 육안으로 보이는 것이 아니지요. 그러므로 소독된 어떤 것이 소독되지 않은 그 무엇에 스치기만 해도 오염된 것이므로 폐기하면 되는 것입니다. 닿았는지 아닌지 알쏭달쏭 의심만 들어도 폐기해야 되는 것이죠.

다시 두 사건으로 돌아가 보면 첫 번째의 사건의 경우에는 수액주사라인의 속은(그러니까 수액이 들어 있는 비닐팩에서부터 정맥내유지침까지) 환자에게 주입되는 순간부터는 그 환자의 피로 오염된 것입니다. 영양제 칵테일 주사바늘이 환자의 수액라인을 뚫고 들어가는 순간 환자 몸에 직접은 아니지만 분명히 닿은 것이지요. 그 주사기를 다음 환자에게 다시 쓰면 다음 환자에게는 오염된 주사를 놓게 되는 것입니다. 정상적으로는 영양제칵테일을 큰 주사기 하나로 만들 것이 아니라 한명 분으로 나눠서 각각 다른 작은 주사기를 사용했어야 되는 것입니다. 국소마취제의 오염으로 발생한 C형간염 집단감염의 경우에도 국소마취제를 재사용한 것이 문제가 아니라, 혈소판풍부혈장이라는 자가혈을 채취한 그 주사기를 가지고 (환자의 몸에 직접 닿지 않았으므로) 국소마취제가 들어 있는 병을 뚫는 순간 병전체가 환자의 피와 닿은 것입니다. 오염된 것이지요. 물론 육안으로는 안보입니다. 다른 주사기로 국소마취제를 뽑아서 혈소판풍부혈장이라는 자가혈과 섞어 사용했어야 했던 것입니다.

병원에서 환자 치료과정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의사의 책임입니다. 의사가 강박적일 만큼 병원내감염 문제에 천착하고 간호사를 비롯한 모든 직원들을 철저히 교육하는 것 말고는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또다시 선거철입니다. 자유민주주의 보통선거라는 허울아래 국민을 주권자로서의 대접해 주는 어쩌면 유일한 제도일 텐데, 여야를 막론한 보수정당들이 공천과정에서 보여주는 모습은 더 이상 주권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도 없는 듯합니다. 이번 20대 총선은 특히 가관입니다. 주인이 똑똑하게 주인행세를 못하니 그럴 수밖에요. 병원내감염의 문제에서도 무균처치는 반드시 지켜야만 하는 환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입니다. 아직도 기본적인 소독도 하지 않은 채 침이나 주사를 맞고 있는 환자들도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환자는 결국 당하는 입장일 수밖에 없을 것 같지만, 똑똑한 감시자로서의 역할이 있지 않겠나 싶습니다. 자기 몸의 주인으로서의 권리는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겠지요. 마치 민주주의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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