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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 농민 백남기 어르신...

                                                                                                  

 

                                                                                        삼성연합신경외과 내과 의원 우윤구

 

지난 11월14일 민중총궐기에 참가한 70세 농민이 살인적 물대포를 머리에 직격으로 맞은 후 심한 외상성 뇌출혈로 서울대병원에서 수술을 받고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충격적인 뉴스를 접하였습니다. 동영상을 몇번이고 돌려보니 넘어지면서 머리를 땅에 부딪쳐 다친 게 아니라, 물대포에 머리를 직접 가격 당한 게 명백해 보입니다. 10미터 거리에서 2,800rpm의 세기로 가격하였다고 하는 데, 그게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방법은 없으나 가로수 이파리를 가르는 소리로 짐작하건데 가히 살인적이라 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입니다. 

 

머리에 외상을 받으면 다양한 형태의 손상을 남깁니다. 선생님께 꿀밤 한대 맞으면 혹불이 나지요. 조금 더 세게 부딪히면 찢어지기도 합니다. 두피열상이라고 합니다. 그것보다 더 강한 -지금 부터는 꽤나(?) 강한- 충격을 받으면 뼈가 부러지겠지요. 두개골 골절입니다. 더 충격이 강하면 두개골 골절부위가 마치 수박을 자르는 것처럼 ‘쩍’하며 크고 날카롭게 뻗치면서 뼈에 붙어 있는 동맥이 끊어져 두개골 아래, 뇌를 싸고 있는 질긴 막(경막)의 바깥에 많은 피가 고이게 됩니다. 말 그대로 ‘급성’ ‘경막’ ‘외’ ‘출혈’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그렇게 치명적이진 않습니다. 혼수상태에 빠지는 경우도 드물지 않지만, 경막 바깥 다시 말해 뇌를 다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응급수술을 하면 거의 대부분 수술 직후에 의식을 회복하며 후유증을 남기지도 않고 약 1주일이면 퇴원할 정도로 좋아집니다.

 

문제는 이번 백남기 어르신처럼 아주 강한 힘이 고속으로 머리를 가격하게 될 때입니다. 두피열상도 없이, 두개골 골절도 없이 충격파가 뇌경막이라는 보호막을 순식간에 지나쳐 쓰나미처럼 뇌를 휩쓸어 버립니다.
* 아래 그림들은 이해를 돕고자 구글에서 검색, 차용하였습니다.    


 noname01.jpgnoname02.jpg

 

왼쪽 그림처럼 머리에 아주 강한 충격이 가해지면 뇌는 충격이 오는 방향으로 순간적으로 밀립니다. 그 후 다시 원래자리로 되돌아가는 동안 뇌를 덮고 있는 정맥이 찢어지면서 출혈을 일으킵니다. 뇌경막 아래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급성’ ‘경막’ ‘하’ ‘출혈’이라고 합니다. 오른쪽 뇌 CT사진에서 보면 왼쪽 뒤쪽에 충격이 가해져 두피가 부어올라 있지만, 출혈은 반대쪽 앞에서 뒤로 길게 오목하게 깔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화살표는 뇌압이 급격하게 높아져 반대편으로 중앙선이 밀려 있는 것을 표시해 놓았습니다. 부딪힌 쪽의 뇌를 다치지 않은 것이 아니라 뇌전체가 충격파에 손상을 받았다는 증거입니다. 백남기 어르신도 “오른쪽 뇌에 피가 가득 찼다”고 하였으니 아마도 위와 같은 상황일 것입니다. 사람이 즉사하지 않고 견딜 수 있는 가장 강한 충격을 받았다고 하면 틀리지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응급수술로 피를 빼내 준다고 해서 바로 의식을 회복하지는 못합니다. 피도 피지만 전체 뇌에 걸친 손상으로 인한 심한 뇌부종이 더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뇌부종이 심할 때는 출혈을 제거하면서 뇌가 부어오를 수 있는 공간적 여유를 만들어 주기 위해 백남기 어르신이나 아래 그림 두번째 줄의 그림과 같이 두개골을 덮지 않고 수술을 마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수술 전인 첫번째 줄과 수술 직후인 두번째 줄을 비교해보면 그림의 오른쪽(환자의 왼쪽)에 오목렌즈처럼 깔려 있는 피를 제거하는 수술은 했지만, 높은 뇌압에 눌려있던 출혈들이 새로 생겨나고 수술부위에도 피가 많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중앙선이 제자리로 많이 돌아와 있습니다. 두개골을 열어 놓은 곳으로 뇌가 부풀어 올라, 새로운 출혈이 있고 뇌부종이 악화되어도 생명을 중추인 뇌의 중앙부(뇌간)에 뇌압이 전달되지 않게 보호하기 위한 아주 잘한 수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세번째 줄의 사진에서 흰색으로 보이던 출혈은 흡수되어 사라지고 뇌부종도 거의 없어진 상태가 되면 환자의 의식도 회복할 것이고, 그 다음에 언제라도 네번째 줄처럼 다시 두개골은 덮어 주면 됩니다. 


                                  noname03.jpg

 

       
두개골을 열어주는 수술을 한다고 해서 저절로 뇌부종이 추가적인 뇌손상 없이 회복되지는 않습니다. 외상의 경우 뇌부종은 첫 2-3일간 최고로 악화되며 약 10일에서 2주간 지속됩니다. 그동안 뇌압을 떨어뜨리는 주사나 뇌척수액(위사진에서 좌우 대칭적인 까만 나비모양의 뇌실에 있는)을 빼주는 치료, 의도적으로 전신마취 상태를 지속하여 뇌가 완전히 쉴 수 있게 하는 치료, 저체온을 유도하는 치료 등으로 약 2주간은 버텨내야만 합니다. 넘어야 할 산을 그뿐이 아닙니다. 심한 뇌손상을 받으면 급격히 면역력이 저하되며 영양상태도 악화되어 폐렴, 방광염, 욕창, 패혈증 등의 합병증이 발생하기 쉽고 그에 따라 열이 나거나 혈압이 떨어져도 뇌부종은 악화되고 길어지게 됩니다. 한마디로 절벽에 발끝으로 서있는 형국이라고 할까요. 살짝만 툭 쳐도 나락으로 떨어지게 되지요. 일차적인 충격에 의한 뇌손상과 이차적인 합병증이 더해지면 지속적 식물인간 상태에 빠져 영원히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수년 동안 살아가거나, 뇌사상태가 되어 몇일에서 몇주 안에 결국 심장도 서서히 멎게 될 것입니다.

 

백남기 어르신이 현재 이런 상황을 지나가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그 만큼 위중하지만 아직은 절망을 말하지 말아야겠지요. 한갓 시골의사일 뿐인 저도 이런 심한 환자를 수술하고 치료해서 후유증 없이 살려낸 경우가 적지 않은데, 하물며 서울대병원인데요. 시간은 많이 걸리겠지만 버텨 내시리라 기대해 봅니다. 사고이후 몇몇 매체를 통해 백남기 농민이 살아오신 나날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관권 부정선거에 개표부정까지 정통성마저 의심받는 불한당 같은 정권이 잘난 척 휘두르는 공권력에 허망하게 가실 분이 아닐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가소롭다는 듯이 일어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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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봄 2015.12.24 12:26
    40일이 지나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과 많은 분들의 기도를 듣고 일어나시길 간절하게 바랍니다.
    국민을 보호해야할 공권력에 의해 성실하게 살아오신 농민이 사경을 헤메고 계신데도 누구하나 사과도, 책임도 지지 않는 나라 국민으로 산다는 것이... 이을말이 떠오르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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